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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든, 걷든, 멈추든, 뒤로 가든.

내 시간을 산다

by 주명



모든 순간은 처음이며 마지막이다.

오늘 내가 떠먹은 아침밥은 태어나 처음 먹어보는 7월 19일의 아침식사고 다시 먹지 못할 끼니다. 내가 사람들과 주고받은 이야기는 어제는 없었던 새로운 오늘의 대화다. 눈뜨고 일어나면 오늘 밤은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이다. 매 초는 정직하게 나를 향해 달려오고 멀어진다. 나는 매번 처음을 맞이하고 다시 볼 수 없는 이별을 한다.

시간이 늘 앞으로만 간다는 것은 애석하지만 다행인 일이다. 다시 살고 싶은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기억하기 싫은 시간도 되돌릴 수 없다. 모든 순간은 눈 깜짝할 새 마지막이 된다.

시간은 언제나 단 한 번뿐이다.

우리는 한정판 에디션에 열광한다. 그리고 그것이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것이라면 재산을 털어서라도 달려든다. 금으로 만든 베어브릭도 선베드에 누워 지긋이 바라볼 풀장이 딸린 리조트도, 이름을 부르면 당장이라도 몸을 펼칠 듯한 슈퍼카는 없지만 우리는 모두가 한정판이라는 시간을 태어나는 순간부터 가지게 된다. 그러나 한정판의 크기가 거대해서 한눈에 볼 수 없고 내가 가지고 있는 감각으로 느끼기 어려워서 평범하다 못해 지루하다고 여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간이라는 백지에 저마다 만들고 싶은 작품은 달라서 누군가는 백지로 끝내기도 하고 화려한 색을 뽐내는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가장자리나 정중앙을 뜯고 찢어 남들과는 다른 테두리를 만들기도 입체적 형태로 만들기도 아니면 불태워 버리기도 한다. 각자만의 하나뿐인 것을 만든다.

이 단 한 번뿐인 거대하고 지루한 그러나 매일이 뉴에디션인 인생에서 나는 어떤 처음과 마지막을 만들고 싶은 걸까. 나는 어떤 시간을 그려가고 싶은 걸까.

‘그때 그랬다면 지금 어땠을까’

과거를 반추하던 때가 잦았다. 씹다가 단물이 빠져 뱉어 버려야 하는데도 계속 입 안에서 우물우물 거리며 턱 빠지도록 껌을 씹는 사람처럼. 시간을 돌아보고 후회하고 반성해야 성장이 있지만 나는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하염없이 축 늘어져 붙잡고 있었다. 과거를 붙잡고 지금 지나가는 시간에게 내가 과거에 머물러 있을 거니까 잠시 멈춰 달라고 부탁하고 싶었지만 그는 늘 일시 정지하지도 않고 재생만 했다.

그러나 이제 안다. 알라딘의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와는 다르게 내 소원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자기 갈 길을 가는 시간은 나 스스로의 해결 능력을 키워준 지니였다는 것을. 내가 멈춰있든, 뒤로 가든 항상 길을 열어뒀다는 것을. 언제든 다시 돌아와 앞으로 걷고 뛸 수 있게 해 줬다는 것을.

언제든 시간과 함께 달려갈 순 없을 거다. 또다시 나는 멈출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시간은 언제나 나에게 한 번뿐인 마지막임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면 다시 일어서서 느릿느릿하게라도 걸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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