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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힘

돈의 가치를 아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by 주명


'돈'

우리는 돈으로 움직이는 거대한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살고 있다. 돈이 흘러나오는 물꼬를 쥐고 있는 사람만이 더 높고, 넓고, 많은 것을 선점할 수 있는 시대. 어쩌면 탈취까지 할 수 있는 시대. 우리는 자본을 가진 자들이 쏟아내는 상품, 재화, 가치에 허우적대며 산다. 무언가를 가져야만, 나아가 먼저 가져야만 시대에 뒤처지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임을 증명할 수 있다. 우리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에 늘 목마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쥐고 있는 ‘0’의 개수가 많을수록 달콤한 열매를 더 많이 따먹을 수 있다. 돈은 무언가를 계속 욕망하게 하는 배고픔이다. 많을수록 더 허기지게 한다. 우습지 않은가? 많이 쥐고 있을수록 더 배고프다는 게.

하지만 돈은 그저 굴리면 커지는 눈덩이 같은 탐욕 덩어리라고 할 수는 없다. 욕구를 채워준다. 사람은 욕구가 해결되지 않으면 전진하지 못한다. 돈이 없으면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할 수 없어서 살지 못한다. 극단적으로 말해 돈이 없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 돈이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고 돈이 있어 사람들을 죽인다. 돈은 사람의 목숨까지도 쥐락펴락하며 모든 걸 가능하게 한다. 사람 사이에서 생생하게 활개 친다.

'힘'

이 한 글자만으로도 압도적이다. 한 글자 떨어뜨리는 것 자체가 묵직한 흔적을 동반하는 파괴력이 있다. 힘은 내가 가지고 있으면 두렵지 않지만 내가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압박의 몽둥이가 되어 나를 두드린다. 힘은 어느 방향으로 흐르느냐에 따라 구원이 되기도 폭력이 되기도 해서 아무런 형체가 없어도 사지가 멀쩡한 사람을 좌지우지한다.

그래서 우리는 무언가를 보듬고 휘두르기 위해 힘을 가지려 노력한다. 애쓴다. 공부를 하고, 좋은 직장을 가지고, 더 높은 위치를 차지하려고 달리고, 사람 간의 관계에 정성을 쏟는다. 좋은 목적과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열심을 한다며 짓는 미소와 흘리는 성실의 땀도 결국은 사람 사이에서 영향력, 즉 힘을 뻗치기 위함이다.

돈과 힘, 이 두 가지가 함께 할 때 사람 사이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은 광대해진다. 많이 가진 자만이 남이 넘볼 수 없는 철옹성을 만들어 나간다. 그리고 그 안에 쌓아둔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돈의 힘은 사람을 살릴 때 발휘되어야 한다. 그 힘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나만을 위한 쓰임이 되거나 타인을 해치면 그건 돈이 아니라 '독'이다. 독은 나도 해친다. 사람은 돈과 독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살아야 하지만 그 한 끗 차이의 덫에 걸려 산다. 돈과 힘이 너무 많으면 사람이 눌리고 또 너무 적으면 없는 대로 눌린다. 그래서 사람은 그 적당한 돈의 힘을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돈을 모을 줄 알듯 쓸 줄 알아야 하고, 힘을 사용하듯 절제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적어도 '돈의 힘'때문에 나 스스로 누르거나 타인을 누르고 싶지 않다. '돈의 가치’를 이용하는 사람이 돼서 필요한 곳에 쓸모 있게 쓰고 싶다. 물론 나도 더 가지고 더 베푸는 것으로 내 힘을 보이려 하는 탐욕꾼이며 위선자이지만 사람의 환경과 감정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힘보다는 가치로 돈을 이용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때 내 돈의 힘은 굶주린 자를 살리는 밥이 될 것이고, 마음이 가난한 자의 창고가 될 것이고, 내일이 잘 열리지 않는 자의 문이 될 것이다.

내게 있어 돈이 적어도 사람을 주눅 들게 하는 공포의 괴물이 되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내 돈의 힘이 지나간 자리에는 나의 이름이 아닌 타인의 이름이 서 있길 바란다.

사람을 잠식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으킬 수 있는 돈을 지닌 자가 되길 원한다. 이건 타인을 향해 돈을 사용할 때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분명하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나는 나의 욕구를 위해 돈을 쓰지 욕망을 위해 쓰고 싶지 않다.


가질수록 더 큰 구멍이 생기면

돈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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