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나비와 알 수 없는 색의 소파

by 주명



우연히 들어간 오래된 서재에서 책 한 권이 소년의 발아래로 떨어졌다. 기다렸다는 듯 나무 바닥 아래 먼지들이 일어났다.

잠시 후, 회색의 작은 먼지들은 푸른 나비가 되어 소년의 눈 앞으로 날아왔고 소년의 눈이 원래 파란색이었는지 착각하게 할 만큼 소년의 눈 앞에서 날갯짓하는 많은 나비들은 오래된 서재의 책 사이사이에 앉아서 살기 시작했다. 그 날 이후로 소년은 날마다 아무도 내려가지 않는 오래된 서재에 들어가 나비들과 이야기했고 나비들은 소년의 이야기를 듣고 노래를 만들어 부르기도 하고 같이 화가 나면 천장 높이 날아가기도 했다. 푸른 나비들은 소년이 이야기를 들려주기만을 기다렸다.

어느 날 푸른 나비들은 소년에게 소년의 이야기를 알리고 싶으니 날개에 이야기를 적어달라 했다. 소년은 잠시 망설였지만 팔랑거리며 나는 나비들만이 소년의 우울을 가져다 창 밖으로 보내줄 거라 믿었다. 푸른 나비의 날개에 이야기를 적어 창 밖으로 내보냈고 나비들은 세상을 다니며 날개에 적힌 이야기를 떨구었다. 그렇게 세상에 떨어진 이야기를 사람들은 사랑했고 나비를 잡아 가두고 싶어 했다. 나비들은 그렇게 점차 사람들의 공간에서 이야기와 숨을 잃었다.

소년은 우울을 잃었고, 나비를 잃었다.

오래된 서재는 이제 먼지가 없이 말끔해졌고 새로운 책을 서점에서 사 와 서재에 꽂아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소년은 세상으로 나갔다 돌아오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두렵지 않은 마음만큼 또다시 슬펐다.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더라면, 날개에 적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들이 먼지처럼 쌓였다.

햇빛이 따스했고 마음은 서늘했던 어느 날 골목길을 걷다 모퉁이 길에 책 한 권이 떨어져 있는 걸 보았다. 소년은 표지가 누렇게 빛바랜 책을 품 속에 안고 한참을 달려 아무도 가지 않는 서재로 누가 볼세라 황급히 뛰어 들어갔다. 책 사이로 푸른 날개가 보였고 책을 펼치니 간신히 숨을 내쉬던 나비 한 마리가 있었다.

푸른 나비는 소년과의 기억을 잃었는지 멍하니 소년을 바라보았다. 눈 앞으로 다시 찾아온 나비를 보고 소년은 기뻤고 이유 없이 눈물이 흘렀다. 소년이 떨군 눈물에 기억이라도 돌아온 것처럼 나비는 소년의 눈 앞으로 날아와 힘찬 푸른 날갯짓을 시작했다.

수많은 나비들을 잃고 혼자된 소년은 푸른 나비를 잃고 싶지 않았다. 외로운 소년과 푸른 나비는 또다시 밤마다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럴 때마다 나비는 소년의 이야기를 날개에 적어 날아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소년은 나비를 창 밖으로 내보낼 수 없었다. 다시 떠나는 비행은 돌아오지 못할 이별이었으니까.

어느 날, 소년은 다시 푸른 나비의 날개에 이야기를 적었다. 그리곤 창을 열지 않았다. 소년은 두 손으로 창을 여는 대신 두 발로 문 밖을 나섰고 나비의 비행을 곁에서 늘 지켜보며 걸었다. 햇빛은 따스했고 오늘 집에 새로 도착한 소파에 얼른 앉아보고 싶다는 둘의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들려주지 않았다.


소파의 색은 노을 진 하늘의 색보다 옅었을까 아니면 소년이 푸른 나비를 발견한 모퉁이 길의 벽돌색보다 진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