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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용회 Aug 28. 2024

운동에 대한 핑계와 도전 (1)

지금까지 운동을 피했지만 앞으로는 주도적으로 기회를 만들어가다

나는 체격이 왜소하고 근력도 약하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군대도 공군 기술병으로 입대하여 육체 훈련은 거의 없었다. 일과 후 내무반에서도 족구, 축구도 거의 하지 않았다. 졸병 때는 운동을 잘해야 게임에 넣어주는 데 끼이지 못하고 선임 때는 내가 귀찮아서 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편하게 지낸 것 같았으나 체력 단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그냥 보냈다. 한창 젊을 때도 운동으로 땀을 흘린 기억이 없다. 그 후에도 직장 생존에 필요한 최소 몸 관리만을 하였다. 매일 아침 피트니스에 회사 출근하듯 둘러 간단히 30분 정도 몸만 풀고 샤워하는 것으로 만족했었다. 특별히 아픈 데는 없지만 그렇다고 강건하다고 할 수도 없다. 일과를 마칠 때면 에너지가 방전되어 물에 젖은 솜 같은 상태로 집에 돌아갈 마음뿐이다. 집에 오면 눈이 절로 감겨 초저녁에 잠이 든다. 한마디로 저질 체력이다.  


나는 운동 신경이 둔하다. 2000년대 초 골프 바람이 불었다. 그때는 누구를 만나도 어디서나 골프 이야기를 하였다. 다음에 라운딩 한 번 하자는 말로 마무리를 한다. 직장에서도 골프를 권장하는 분위기였다. 나도 어쩔  수 없이 골프 레슨을 받고 라운딩을 하면서 사람들이 왜 그렇게 열광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넓은 푸른 잔디 위에서 멤버 4명이 골프에 집중하면서 호젓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에 샤워하고 식사까지 하루를 거의 함께 보낸다. 나의 문제는 라운딩 횟수에 비해 내 파수가 줄지 않는다. 마치고 오면 스코어 아쉬움으로 연습만 좀 더하면 다음번에 나아질 것 같은 착각도 한다. 좀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에 연습장도 가지만 역시 마찬가지다. 시간 투자 대비 효과가 없다. 같이 시작하여 누구는 준프로인데 나는 제자리다. 골프 초대받는 것도 부담스럽고 거절하는 것은 더 어렵다. 갈등 속에서 어느 날 더 이상 골프를 안 하는 것으로 선언하였다. 재능이 없어 포기했지만, 잘한 것 같다. 나는 제자리 있는 공이든 움직이는 공이든 친하지 않다.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코로나 전에 아내의 강요로 탁구를 시작했었다. 아내가 먼저 시작했는데 자신의 게임 상대가 필요했던 것이다. 퇴근 후 별일이 없으면 탁구장 근처에서 아내와 만나 저녁 식사를 하고 탁구장으로 갔었다. 나는 레슨 받은 후 주로 혼자서 공을 자동으로 보내주는 기계 앞에서 연습하였다. 아내는 먼저 시작했으니 당연히 나보다 진도가 앞서가고 나의 폼, 자세 등에 대해 코칭(잔소리)도 한다. 배운다는 자세와 아내에게 봉사한다는 마음 그리고 인내로 지냈다. 몇 개월 지나 백핸드가 어느 정도 된 후 서브 연습단계까지 왔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심해지고 탁구장에서 마스크 착용을 반드시 해야 했었다. 나는 마스크 끼고 운동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때 이후로 탁구장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아내는 코로나 기간에도 멈추지 않고 운동하고 현재도 일주일에 3~4일 퇴근 후 탁구를 하고 있다. 지금은 탁구 실력이 어느 정도 되니 게임도 자유롭게 하고 나 같은 초짜 파트너는 필요가 없어졌다. 내가 다시 탁구를 시작하면 아내의 잔소리 코칭을 받아야 할 것이다. 운동하며 과도한 스트레스받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코로나 기간에 자전거 타기를 시작하였다. 한때 몰입하여 춘천, 서해갑문, 서울하트길 등 하루에 50~100 Km 라이딩도 했었다. 혼자서 할 수 있어 마음 편하다. 의욕이 앞서 국토 종주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종주 수첩, 헬멧, 옷 등 조금씩 준비하였다. 나는 자전거 속도에 연연하지 않는 데 동호회 떼 무리들이 속도를 내면서 라이딩 모습이 불안해 보였다. 돌발상황이 발생하며 함께 다 넘어지는 장면을 목격하였다. 부상 위험, 사고가 걱정이다. 본인이 아무리 조심해도 혹시 골절상이라도 입게 되면 난감한 일이다. 작년부터 대안으로 언제나 어디서나 할 수 있는 걷기를 하였다. 일상에서 지하철과 걷는 것으로 하루에 만 보 이상을 채웠다. 주말에는 한양 도성길, 서울 둘레길, 주변 올림픽 공원, 석촌호수 등을 10~20 Km 걸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운동은 꾸준히 하고 있었다. 


올해 첫날 퇴직 기념으로 4박 5일 홀로 제주올레길을 걸었다.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거의 사람이 없는 올레길에서 끊임없는 파도 소리, 바다 길, 쾌청한 높은 하늘과 멀리 눈 산 정상에는 눈 덮인 한라산을 즐겼다. 올레길을 전 구간을 완주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서울로 돌아와서 6개월이 지나고 잊어버렸다. 여행작가학교 동문 공지에 10월 제주 트레일러닝 참가 공지를 보았다. 다시 제주도를 가자는 마음으로 손을 들었다. 트레일러닝이 무엇인지 모른 채로. 나중에 확인하니 제주 오름길 22 Km를 4시간 내 완주하는 미션이다.  


제주 트레일러닝 출전 2개월 전, 참가 멤버 4명이 모여 훈련도 하고 정보도 나누기로 했다. 코스를 안산과 인왕산을 트레킹 하기 위해 서대문 안산 입구에 모였다. 리더인 멘토 작가는 트레일러닝 복장을 완전히 갖추고 왔다. 평소에 마라톤, 철인 3종 등 각종 대회 출전한다고 했다. 안산을 올라가는 중에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우산, 우의를 준비하지 않아 비를 쫄딱 맞았다. 더 이상 산행을 포기하고 서대문역 쪽으로 내려왔다. 그냥 헤어지기보다는 트래일러닝 훈련 관련 준비 사항을 나누기로 했다. 근처 재래시장의 중국집에 들어갔다. 옷이 젖은 상태라 에어컨 바람에 앉아 있을 수 없어 식당밖 베란다 탁자에서 허기진 배를 채웠다. 비는 그치고 옷도 마르고 분위기가 동남아에 온 기분이다. 나는 하루 동안 둘레길 20K를 걸어 본 적은 있지만 트레킹이나 러닝을 한 경험은 없다고 털어놓았다. 심각히 걱정하며 남은 기간 집중 연습을 해야 하는 데 하프 마라톤을 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알게 된 사실은 마라톤 행사가 전국에 매주 있다는 것과 10월 제주도 트레킹 전의 마라톤은 거의 이미 마감되어, 마라톤인구가 이렇게 많은지 놀라웠다. 당장 가능한 10월 3일 국제국민마라톤은 하프마라톤을 신청했다. 멘토 작가가 다시 연락이 있었다. 연습 후에 카톡에 실적을 공유하자고 제안하였다. 21 Km를 3시간 내 뛰어야 한다.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다음날부터 격일로 한강 변을 뛰는 것으로 아침을 시작하고 있다. 조금 다행인 것은 평소에 걷기를 해서인지 바로 적응되어 가고 있다. 스마트 폰을 손에 들고뛰면서 기록을 수시로 체크하였다. 오늘은 2시간 동안 13 Km을 뛰었다. 거리를 늘리고 제한된 시간에 들어오기 위해선 속도를 더 올려야 한다. 완주가 안 되어도 포기하지 않고 다음 대회에 또 참가하면 된다는 스스로 위로를 한다. 포기하지 않고 버티는 것이 나에게 중요하다. 애초 목표인 제주 트레일 러닝이 그다음 주에 기다리고 있다.        


나는 운동 재능도 없고 몸도 약하고 승리욕심도 없다. 홀로 내 속도로 할 수 있는 마라톤, 트레킹, 산행 등을 꾸준히 하길 원한다. 무리하게 기록에 매달리지 않고 상하반기 한 번씩 나 자신 노력 확인 수준에서 대회도 참가해 볼 생각이다. 한 달 남은 10월 도전을 무사히 통과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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