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과 기쁨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피아노를 처음 배운 건 어머니로부터였지만, 시간이 흘러 저는 피아노 학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첫 시작은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가게 된 것이었어요. 정확히 몇 살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 6~7살이었을 때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생생하게 아직도 떠오릅니다. 어머니와 함께 피아노 학원에 등록하기 위해 손을 잡고 길을 가는데, 학원에 가기가 너무 무서웠습니다. 새로운 환경과 사람을 만나는 일이 제게는 익숙하지 않았나 봅니다. 그래서 학원으로 향하는 길에서 마구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학원에 도착하였습니다. 학원에서도 저는 크게 울었습니다. 아마도 학원 선생님을 포함한 모든 원생들이 저를 쳐다보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당시 저는 남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크게 울었습니다. 그때의 강렬한 경험은 아직도 선명합니다. 그렇게 어머니가 학원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저는 본격적으로 피아노 앞에 앉게 되었습니다. 학원 선생님을 따라서 피아노 건반을 조금 쳤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한동안 시간이 흘렀을까, 선생님과 피아노를 치던 저는 갑자기 피아노의 맛을 느꼈나 봅니다.
처음에는 학원에 그토록 가기 싫어했지만, 이제는 학원을 떠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계속 피아노를 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가 집에 가자고 몇 번을 말씀하신 후에 집으로 향했던 것 같습니다. 피아노 앞에 앉을 때까지는 울음바다였지만, 피아노에서 일어났을 때는 활짝 웃으며 또 아쉬워하며 나왔습니다. 그 당시에도 상당히 겸연쩍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것이 저의 첫 피아노 학원 방문기입니다. 그때 이후로 제가 피아노에 손을 놓은 중학생 3학년 때까지 저는 피아노 학원 혹은 레슨을 통하여 계속 배운 것 같습니다.
당시에 저는 인천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이었을 때까지 거기에서 살았는데, 이사 가기 전까지 그 피아노 학원에 다녔습니다. 학원에 다닐 동안에 피아노 선생님께서는 가끔 제가 학원을 등록한 첫날 이야기를 해주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저는 또 쑥스러워서 그저 웃으면서 넘기곤 했었지요. 여러 피아노 학원에 다녔고, 학원들에 다닌 기간도 오래였지만 그처럼 기억에 남는 피아노 학원 에피소드도 없습니다. 물론 지금도 다시 생각하니까 겸연쩍은 것은 똑같습니다.
피아노 학원에서 하는 활동은 몇 가지로 정해져 있습니다. 일단 학원에 들어가면 다른 원생들이 피아노 연습실을 이용하는 동안 음악 이론 공부를 합니다. 오선지를 그리고 높은음자리표와 낮은음자리표, 도돌이표 등을 여러 번 따라 그립니다. 그 뒤에는 샾이나 플랫 등을 쓰면서 무슨 장조, 무슨 단조인지 차례대로 외우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연습을 끝낸 학생이 연습실에서 나오면, 제가 들어가서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연습합니다. 시간이 얼추 흐르면 피아노 레슨 선생님이 들어오십니다. 책을 3~4권 정도 돌려서 연습하고, 하루에 한 곡이나 두 곡 정도를 레슨 받습니다. 이렇게 매일을 보낸 것 같습니다.
비록 이번에 쓴 글은 제가 가장 처음 피아노 학원에 등록하였을 때를 회상한 기억을 토대로 썼습니다. 하지만 저의 피아노 인생은 이와 크게 다른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저는 피아노 학원에 다니기를 싫어했으며, 다니고 나서야 피아노의 즐거움을 맛보았기 때문입니다. 등록하기까지는 힘들었지만 등록하고 나서는 즐겨 갔다는 것입니다. 마치 광산에는 각종 먼지와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차 있지만, 거기 안에서 보석을 발견할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어떻게 보면 제게 피아노 학원은 탄광과도 같은 존재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피아노 학원을 이제 다시 다니고 싶지는 않습니다. 얼마든지 피아노를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진다면 말이죠. 요즘에는 유튜브나 책으로도 충분히 피아노 레슨을 받을 수가 있겠더군요. 또한, 만약에 정말 레슨이 필요하다면 원데이 클래스 등으로도 배워볼 요량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피아노 학원은 저의 어린 시절 대부분을 이루는 하나의 상징과도 같겠네요. 피아노 학원에 얽힌 추억이 많기에 차차 하나씩 풀어나가 보겠습니다. 이렇게 과거를 회상하니 그때 그 시절로 여행을 떠나는 것 같네요.
여러분도 과거로의 여행을 잠시 떠나보시는 건 어떠하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