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는 어떻게 피아노를 치게 되었나

때는 바야흐로 20여 년 전부터

by 이준봉

우선 제가 피아노를 어떻게 만났는지에 대해서부터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20대 중반인 제가 피아노를 처음 만난 날은 20여 년 전이었습니다.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도 약 다섯 살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피아노를 배우게 된 계기는 간단합니다. 바로 어머니께서 가르쳐주셨기 때문입니다. 교육에 관심이 많으셨던 어머니는 제가 어렸을 적부터 무언가를 가르치시곤 하셨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니, 딱 세 가지를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첫 번째는 한글 받아쓰기, 두 번째는 영어 공부, 세 번째는 바로 피아노 배우기였습니다.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가장 처음의 피아노는 바로 전자피아노입니다. 전자피아노 앞에 앉아서 건반을 눌러보며 피아노에 대하여 하나하나씩 알아갔습니다. 그런데 피아노와 저의 첫 만남이 그리 썩 좋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렸을 적에 저는 피아노를 매우 싫어하는 아이였습니다. 아마 제가 피아노를 치고 싶어서 피아노 의자에 앉았던 적은 거의 없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머니께서 치라고 하시니까 마지못해 앉아서 꾸역꾸역 쳤던 것 같습니다. 요즘도 작은 책자 형식으로 되어 있는, 피아노 연습칸이 적혀 있는 걸 사용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것을 하나씩 색칠하면서 하루에 쳐야 할 피아노 분량을 채우곤 했습니다. 한 번 연습하고, 한 번 색칠하는 식으로 말이죠.


연습노트수정.jpg 어렸을 때 피아노치셨던 분들은 다 하나쯤 가지고 계셨죠..?^^


뭔가를 억지로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계속 이어가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저는 비교적 오랫동안 피아노를 계속 쳤습니다. 여러 가지 에피소드도 기억납니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장면이 몇 가지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피아노 치기가 너무 싫어서 라면을 먹으면서 피아노를 쳤던 순간입니다. 작은 플라스틱 그릇에 라면을 담아 두고, 피아노 연습이 한 번 끝나면 라면을 한 젓가락 입에 넣었습니다. 아무래도 라면은 맛있으니까 라면을 먹기 위해서라도 피아노를 반드시 한 번 연습해야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까 웃음이 나오지만, 그때는 그만큼 절박하게 피아노 치기가 싫었던 모양입니다.


물론 당시 어머니께서는 알고 계셨을 수도 있지만, ‘cheating(눈속임)’도 자주 했습니다. 그러니까 피아노 연습을 한 번 정도만 하고 연습칸 색칠을 두 개나 세 개를 하는 것이지요. 어머니가 보고 계시지 않을 때 후다닥 재빨리 색칠해놓은 다음에, “나 다 했어~”라고 일찍 말하곤 했습니다. 아마 현재 제가 보유하는 눈치 능력은 그때 단련이 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저는 피아노 연습하기를 꽤나 싫어하는 어린아이였습니다. 그렇게 피아노와 저의 인연이 맺어졌습니다. 그리고 이 둘을 이어주신 분은 어머니셨습니다. 만약 어머니께서 그와 같이 강력하게 피아노 앞에 앉히지 않으셨더라면, 지금의 제가 이 글을 쓰고 있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 그렇다고 이 글을 보시는 분께서 자녀에게 억지로 피아노를 치게 하라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단지 저는 어렸을 때의 싫증과 투정이 나중에 애호와 휴식으로 바뀐 하나의 케이스(case)일 뿐이니까요.


work-4493705_1920.jpg


시간이 참 많이 흘렀습니다. 꼬마였던 저도 어느덧 성장하여 군대까지 다녀오기에 이르렀니 말입니다. 누군가 보기에는 길지 않은 삶을 살아왔지만, 제 삶의 한복판에는 언제나 피아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한때는 피아노 치기를 무척이나 싫어했고, 한때는 평생 치지 않기로 작정했기도 했지만, 그러한 순간이 있었기에 오늘 피아노가 더욱 제게 와닿는 것 같습니다. 저는 현재는 대학생입니다. 아무래도 직장에 다니거나, 대학원에 가거나, 교회 사역을 다시 시작할 때에도 피아노를 꾸준히 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때는 상황과 마음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요. 그래도 이제는 피아노와 함께 인생의 길을 걸어가보고자 합니다. 더 이상 저에게 피아노는 싫증으로, 무의미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활력과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둘도 없는 친구에 가까워졌습니다.


그렇다면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피아노와 어떠한 추억을 가지고 계시나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