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달콤한 약, 음악

아는 사람만 안다는 숨겨진 치료제

by 이준봉

요근래 저는 사회복지 현장실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회복지학을 복수전공하고 있기에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과정이지요. 실제로 사회복지사가 근무하는 현장에 가서 어떠한 업무를 하는지 직접 보고 배우는 시간입니다. 저는 집에서 최대한 가까운 사회복지기관을 선택하였는데요. 제가 사는 지역에 있는 어느 아동센터에서 현장실습을 진행하였습니다. 초등학생들이 대부분 지내는 아동센터였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아동 돌봄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습니다. 아이들이나 청소년들과 함께 지냈던 경험이 있던 터라, 그리 어렵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동들과 가까이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아실 텐데요. 아이들은 성인보다 에너지가 차고 넘칩니다. 또, 만약에 아동이 여러 명이고 그들을 돌보는 성인이 한두 명이면 돌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기 마련이지요. 아이들을 대하는 것에 오랜 기간 숙련되어 나름의 노하우를 가지고 계신 분도 분명 계실 것입니다. 그분들은 자신이 어떻게 해야 방전되지 않을지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실습을 시작하는 초반에는 그런 점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아동들에게 한 명, 한 명씩 모두 에너지를 쏟다가 무척 지치게 되었습니다.


약 3주 간의 사회복지 현장실습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그때 만난 아이들이 그립네요! ㅠ


예전에는 머리가 아픈 적이 아예 없었는데, 성인이 되고 나서는 아주 가끔 두통이라는 것을 겪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앞에서 이야기했던 상황처럼 정신이 없고, 기가 빨린(?) 날에 머리가 아픕니다. 그래서 실습 첫 주에는 몸도 힘들고 머리도 지끈거렸습니다. 업무를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약간 파김치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의자에 푹 눌러앉은 채로 축 늘어지곤 하였죠. 그럴 때면 아무것도 하기가 싫습니다. 그냥 잠이나 자고 싶어지죠. 실제로 잠을 자면 머리 아픈 게 신기하게 없어집니다. 그러나 저는 실습 후에도 해야 할 일들이 여럿 있었기에 무턱대로 침대에 누울 수도 없었죠.


그 순간,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음악을 들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머리에 스치자마자 바로 저는 음악에 가장 잘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형광등 불을 끄고, 블라인드를 내리니 방이 어둑해졌습니다. 의자는 최대한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등받이를 눕혀놓았습니다. 장소를 세팅한 뒤에는 핸드폰 유튜브로 들어가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피아노곡을 선곡했습니다. 적절한 음량으로 맞춘 다음에 탁자에 올려놓았죠. 이제 의자에 가장 편한 자세로 앉았지요. 그리곤 조용한 선율의 피아노곡을 음미하며 감상했습니다. 그 곡은 작곡가 쇼팽의 곡이었습니다.



약 10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연주는 끝났습니다. 제가 매우 사랑하는 곡이었기에 10여 분간의 순간이 그야말로 황홀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가는 줄도 몰랐죠. 근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바로 머리가 아픈 것을 까맣게 잊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더 재미있는 점은 피아노 연주가 끝난 이후에도 머리가 다시 아프지 않았습니다. 원래 저는 머리가 한 번 아프기 시작하면, 그날은 날아갔다고 생각했을 만큼 지속적으로 아팠습니다. 허나, 음악을 듣고 나니까 머리 아픈 게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대체 이게 뭔 일인가 싶었습니다.


그런 일을 겪고 난 다음부터는 음악에는 정말 치료제 역할을 하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습니다. 아마 모든 사람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각자의 두뇌와 감정, 경험했던 일들은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음악의 선율이 인간에게 인지될 때 어떠한 메커니즘에 의해 심리적인 작용을 일으키는 건 분명합니다. 그게 만약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킨다면 마치 약과 똑같은 역할을 한다고 봐도 되겠지요. 물론, 이는 음악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 사람일수록 더 잘 해당될 듯싶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장르의 음악은 클래식이지만, 이와 다르게 각자가 선호하는 음악들에도 충분히 그런 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에피소드를 겪고 나니까 작년에 제가 대학에서 수강했던 하나의 강의가 생각납니다. <종교와 예술>이라는 수업이었는데요. 거기에서 하루는 ‘종교와 음악’이라는 주제로 수업이 진행되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여주셨는데요. 「그 노래를 기억하세요(Alive Inside, 2013)」라는 음악과 기억에 관한 동영상이었습니다. 여기에는 알츠하이머(치매) 환자를 치료하는 정신의학과 의사가 등장합니다. 그는 주요한 치료 기법으로 바로 음악을 사용하지요. 기억력을 상실한 환자들에게 의사는 음악을 들려줍니다. 그 음악은 환자가 어렸을 적에 좋아하고 자주 들었던 음악이지요. 자신의 가족이 누구인지도 알아보기 힘들어하는 환자는 음악을 듣자, 어렸을 적의 기억을 회상합니다. 과거의 기억이 음악을 통해 재현되었던 것이죠. 놀랍지 않나요? 다큐멘터리의 마지막 부분에는 음악 치료를 하는 의사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나는 알츠하이머 병에 가장 탁월한 치료제가 바로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입니다.


시간이 있으실 때 한 번 시청해도 좋을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ㅎ


제 의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음악은 그 자체로 한 가지 묘약이 될 수 있습니다. 정신적·감정적으로 치료해주는 약, 때로는 육체적 피로까지 가시게 하는 약이 되어주죠. 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달콤한 약을 여러 사람이 함께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약은 공짜이기 때문에 아무리 많이 소비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단지 아는 사람만 알고 있을 뿐이죠.


그래서 저는 여러분에게 강추합니다. 돌아오는 아픔을 마주할 때면 음악을 처방받아 보는 게 어떠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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