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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요즘 치고 싶은 곡

Boys, be Ambitious!

by 이준봉

어느덧, 피아노를 다시 마음먹고 친지가 약 1년이 흘렀네요. 그때가 군대에서 막 전역할 무렵이었기에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원래는 대학에 복학하고 기숙사나 자취집에 머무르면서 살려고 계획했지요. 물론 그렇게 다시 원래 일상으로 돌아간다면, 피아노와 무관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근처에서 살지 않고, 고향에 계속 머무르면서 저는 자연스럽게 피아노를 치게 되었습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무렵에 일찍이 피아노를 구입하신 어머니의 혜안이 한몫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저는 요즘에도 피아노를 간간이 연습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어렸을 때 제가 배운 곡들을 주로 연주했습니다. 일단 아는 곡이 한정되어 있었고, 피아노에서 손을 놓은 기간이 상당히 길었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전에 주로 쳤던 곡을 다시 치기도 쉬운 일은 아니었죠. 어떤 느낌으로 치면 될 듯싶은데, 손은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1년 정도 꾸준히 치고 있는 지금으로서는 손이 그래도 조금은 자유로워진 것 같습니다. 다시 피아노를 시작하면서는 익숙하고 난이도가 평이한 곡들을 연습하곤 했습니다. 일단 다시 연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즐거웠으니까요.


작년 1~2월 무렵에 저는 전역을 했죠.^^;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미지의 공간, 결코 다다를 수 없을 것과 같은 이상적인 어딘가를 한 번쯤 꿈꾸어보곤 하죠. 저 또한 그처럼 원대한 꿈을 꿀 때가 자주 있는데요. 가끔은 제가 생각하는 걸 멀찍이 떨어뜨려 놓고 바라보면서 피식 웃음을 짓기도 합니다. 그만큼 허황되리만치(?) 높은 목표를 잡을 때가 많다는 것이죠. 이것을 좋게 말하면 위대한 비전을 품은 멋진 사람이 되겠지만, 나쁘게 말한다면 현실을 분간하지 못하는 주제 파악이 필요한 사람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제가 저 자신이나 누군가를 나쁘게 보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단지 저는 높은 꿈을 가진 사람이 가질 수밖에 없는 양면성을 언급한 것뿐입니다.


다시 피아노로 돌아와서, 요즘 제가 꾸준히 연습하는 곡들이 몇 개 있습니다. 이 곡들은 음악성이 뛰어나서 너무나도 아름답기도 하지만, 그만큼 더럽게(?) 어려운 곡이기도 합니다. 간혹, ‘이 곡들이 어렵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만큼 말이죠. 다다르기 힘든 목표를 향한 인간의 욕망일까요? 아무튼, 저는 쇼팽의 발라드 4번(F. Chopin - Ballade No. 4 in F minor, Op.52)과 소나타 3번(F. Chopin – Sonata No. 3 in B minor, Op.58), 리스트의 에튀드 10번(F. Liszt - Transcendental Étude No. 10 in F minor, S.139), 라벨의 거울 모음곡 4번(M. Ravel – Miroirs No. 4 in D minor, Alborada Del Gracioso) 등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뭐, 연습한다기보다는 그냥 손가락을 짚어보는 수준에 더 가깝겠지만 말입니다.



피아노를 단지 취미로 연주하는 입장에서, 위의 곡들을 언제쯤 그럴싸하게 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매일 그렇게 많은 시간을 연습에 할애하는 것도 아니라서 더 의문입니다. 일단 올해 한 곡이라도 제대로 친다면 제게는 엄청난 성과가 아닐까 합니다. 곡을 제대로 해석하느냐와 미스터치는 고사하고, 일단 악보를 익히고 누군가가 들어줄 수 있을 만한(?) 빠르기로 치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물론 이것조차도 제게는 버거워 보입니다만. 그래도 감히 넘보지 못할 것만 같은 곡들을 건반 하나하나 꾹꾹 눌러 친다는 건 기쁜 일입니다. 오늘은 쇼팽 소나타 3번을 연습했는데요. 어렸을 적에는 MP3로, 지금은 유튜브로만 들었던 곡을 직접 ‘연주’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연주의 품질은 장담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저 자신만이 만들어내는 고유한 소리가 전달하는 의미와 가치는 그 무엇과 비교할 수가 있을까요. 언젠가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그 날을 꿈꾸며 저는 하루하루 연습에 힘써보고자 합니다.


돌이켜보면 제 중·고등학생 시절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항상 목표를 높게 잡곤 하였지요. 이것은 아버지께서 늘상 말씀해주셨던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아버지는 목표를 높게 잡는다면, 설령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그 문턱까지만 가도 이득이기 때문이었지요. 어쨌든 목표와 이상을 높게 설정하면, 자연스럽게 노력과 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실제로 이 말씀은 적중했습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은 어떨 땐 오히려 의욕을 더욱 부추기기도 합니다. 그러한 과정 가운데에서 성장도 이루어지고요. 조금이라도 향상된 면이 보이면,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건 결코 실패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뿌듯함과 약간의 아쉬움, 다음 기회를 기약함으로 남게 되지요. 새롭게 도전할 기회는 살아있는 한,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앞으로도 상상하기 힘든 꿈과 목표를 계획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뭐, 일단은 저 자신만 알고 있으면 되는 거죠. 그렇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면서 얻게 되는 보람과 성취감, 즐거움을 누린다면 좋겠습니다. 실패하면 어떻하냐구요? 당연히 할 수가 있죠. 만약 실패하면, 실패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데에 감사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렵니다. 도전하지 않아서 실패할 기회가 아예 없는 것보단 낫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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