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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봉 Sep 23. 2021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신체에 깃든다

아무리 바빠도 몸을 움직여야 하는 이유

     오래간만에 브런치 글을 쓴다. 어쩌면 ‘쓰는 행위’도 일종의 여유와 품을 요구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모처럼 글을 다시 적기 위해 키보드에 손을 올린 이유가 있다. 그것은 하나의 원동력 덕분이었다고 본다. 거두절미하고 핵심부터 말하고자 한다. 바로 운동 덕분이었다. 휴일을 맞이하여 꽤나 많은 시간이 주어졌는데 그다지 효과적으로 쓴 것 같지 않았다. 무언가에 집중하려고 해보아도 쉽지가 않았다. 분위기가 어수선해서라기보다는 나 자신의 마음이 정리되지 않았던 까닭이 더 컸다. 쉽게 말해, 내 정신 상태는 그렇게 건강한 편이 아니었다.


     솔직히 그 이유가 뭔지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했다. 일단, 나는 밖에 잘나가는 타입이 아니었다. 가뜩이나 실내 중심형 생활을 하던 터였는데, 코로나19까지 합세하니 정말 방콕형 인간이 되었다. 웬만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집순이 집돌이 수준이 아니라, 진짜 말 그대로 집에만 있었다(..) 심한 경우에는 1주나 2주도 아예 안 나가기도 했다. 지금까지 자가 격리는 한 번 해봤는데, 그게 별로 어렵지가 않았다. 내 생활 패턴이 아예 그러한 수준에 버금갔기 때문이다. 줌(Zoom)이나 구글 미트(Meet)와 같이 온라인 화상 회의 등에는 수없이 많이 참여하긴 했어도, 직접 밖에 나가서 몸을 움직이거나 운동을 하지는 않았다. 아마 군대에서 지낼 때보다 외부에 덜 나간 것 같다.


     한동안 그런 라이프스타일을 지속하니까 조금씩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일단 육체적으로 맥아리가 없어졌다. 수업을 들을 때 꾸벅꾸벅 졸아서 집중하기가 어려웠으며, 전공 서적을 읽을 때도 몇 페이지를 넘기지도 않았는데 눈이 감겼다. 전체적으로 뭔가를 시도하려는 의욕도 잘 생기지 않았다. 아마 내가 그간 브런치 글을 쓰지 않았던 이유는 ‘시간이 없어서’라기보다는, ‘글을 쓸 마음이 없어서’가 더 크게 작용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밖에 나가 운동을 하고 돌아오니까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다시 글을 쓰는 일이었다. 즉, 이 글은 몸을 움직인 덕택에 탄생하였다고 말해도 무방하겠다.



     무엇보다도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정신적인 스트레스였다. 평소에 나는 걱정이 좀 많은 편이다. 별 사소한 일도 아닌 것 같은데, 비극적인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한다. 티베트 속담으로 잘 알려진 유명한 어구가 있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이 말은 아마 딱 나를 두고 하는 말이리라. 그만큼 나는 일상 가운데 불필요한 걱정을 많이 한다. 집에 있기만 하면서 아무런 운동도 하지 않으니까 왠지 모를 불안감이나 염려가 엄습했다. 그런 감정이 들 때, 억지로 이겨내겠다고 또 다른 머리 쓰는 일을 하면 오히려 더욱 복잡해질 뿐이었다. 집중도 잘되지 않았다.


     어쩌면 요즘이 그런 나날의 피크와도 같은 기간이었다. 시간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닌데, 막상 아웃풋은 영락없이 초라하고, 새로운 것도 손에 영 잡히지 않는 시기. 쓸데없는 걱정만 많아져서 비생산적인 날들이 이어지는 시즌. 내가 이런 상황을 타개할 방안은 거의 유일무이했다. 이는 만인에게 이미 숱하게 알려진 방법이기도 하였는데, 그 해결책은 바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즉, 정기적으로 운동하는 습관이다.


     솔직히 운동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중학생, 아니 초등학생도 운동하면 좋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운동의 이점을 인지하고 그대로 꾸준히 실행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많은 현대인이 시간이 없다는 이유(정확히 말하자면 핑계)로 운동을 등한시한다. 나 또한 그러하였고. 아무런 운동이 없이 앉아서만 생활하고, 머리를 쓰는 일만 한다면 신체가 건강해질 리 없다. 두뇌를 쓰는 것도 일종의 운동이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현대의학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의사들은 모두 ‘시간을 내어 꾸준히 운동해야 한다’라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운동은 인간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에 있어서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오늘 나는 정말 오랜만에 동네 운동장에 가서 뛰었다. 밖에 나가서 산책을 시작한 지는 약 한 달 정도 되었다. 그전에는 집에서 홈 트레이닝 형식으로 아주 간간이 운동을 했다. 일단 마스크를 쓰고 아파트 놀이터로 향했다. 거기에서 몸을 풀고 스트레칭을 했다. 마침 철봉이 있어서 풀업(pull-up)을 시도해봤다. 그래도 군대에 있었을 땐 6~7개 정도까지 한 것 같았는데, 이제는 2개를 간신히 했다. 근육도 거의 다 사라진 느낌이었다. 그렇게 운동장으로 향했다. 집 근처에 대학교가 있어서 인조 잔디가 깔린 운동장을 사용할 수 있었다. 거기에 도착해서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한 바퀴만 돌아도 숨이 가팔라졌다.


     그렇게 뛰다 걷다, 뛰다 걷다를 반복했다. 이렇게 마음을 먹고 뛰어본 적은 군대에서 전역하고 난 이후로 처음인 듯싶었다. 군대에서도 계급장이 낮을 때만 이렇게 뛰곤 하였으니까 근 3년은 족히 되었을 거다. 아무런 생각 없이 계속 뛰다 보니 숨이 차올랐다. 확실히 운동만이 선사하는 기분과 성취감이 느껴졌다. 한 세 바퀴 뛰었을까, 체력이 방전된 나는 다시 돌아갔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답답한 고민과 걱정이 속에서 빙빙 휘도는 게 서서히 사라졌다. 문밖의 자연과 땅과 바람이 나와 연결되어 새로운 기운이 전달되었나 보다. 역시 사람은 몸을 움직여야 생명력을 얻는다. 신체 에너지의 역설이다.


     물론 나의 경험을 모든 사람에게 일반화시켜 적용할 수는 없다. 누군가는 특별한 운동 없이도 원하는 것들을, 하려는 일들을 잘 해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제부터 아무리 시간이 없고, 바쁜 일이 쌓이더라도 한 가지 원칙을 고수하고자 한다. 지식의 투입과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바로 ‘꾸준한 운동과 자기 관리’임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컴퓨터도 정상적인 하드웨어가 최신의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낸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 깔려 있어도 CPU나 RAM, SSD와 같은 하드웨어가 작동을 안 하면 말짱 도루묵일 것이다. 우리의 몸과 정신도 마찬가지다.



     만약에 인생이 마라톤이라고 한다면, 가야 할 길은 아직 많이 남았다. 괜한 스프린트 달리기로 체력과 에너지를 완전히 빼지 말자. 꾸준히 달리되, 적절한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낫다. 나는 그 시작점이 운동에 있다고 생각한다. 건강한 육체가 먼저 확보된다면, 훌륭한 결과물이 나오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부디 눈앞에 있는 것만을 보는 게 아니라, 멀리 내다볼 줄 아는 여러분이 되기를 바란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거사(巨事)는 나 자신의 몸뚱이를 뒤척이는 데에서부터 도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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