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
이전에 한 번 다루었는데, 편의점 창업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볼까 한다. 편의점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유튜브나, 주변 지인들 또는 편의점 카페 등에서 정보를 얻게 되는데 내 유튜브 채널에도 편의점 관련 영상을 올리면 절대 하지 마세요라는 댓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만큼 편의점 사업이라는 게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지만 섣불리 시작했다가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편의점 창업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가장 열린 마음으로 조언을 듣는 대상은 아마 편의점 점주일 것이다. 아무래도 실제로 해 본 사람들이기에 그 말을 믿을 확률이 굉장히 높은데, 내가 상담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말 중의 하나가 바로 "편의점 하시는 분들 말 듣지 마세요" 일 것이다. 편의점 점주들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창업을 한다는 것은 결국 회사와 계약을 하는 것인데, 그 점주가 회사와 겪은 과정들에서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어떤 결과값이 도출되었을 때 점주들은 그 결과까지 도출되는 내막을 알지 못한다.
예를 하나 들자면, 편의점 창업 시 수익 배분율을 조정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어떤 점포는 그 점포의 특수성 또는 당시 담당자의 상황, 회사의 상황 등 다양한 변수들을 통해서 높은 배분율로 계약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되면 그 점주는 다른 점주 혹은 예비 점주들이 계약을 할 때 자기도 이 정도 받은 수준만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어차피 대기업이니까 라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춘 듯하다. 그래서 예전에 상담했던 어떤 분도 전후 상황을 들어보니 담당자가 첫 배팅에 굉장히 높은 수익 배분율을 제안했는데, 어떤 점주가 몇 프로 더 불러라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내가 그 말을 듣자마자 " 아마 거기서 더 부르면 아마 담당자는 그냥 계약 포기할 겁니다. 그 조건 굉장히 파격적인 조건이고 계약 빨리 성사시키려고 첫 배팅을 크게 부른 것 같아요. 계약하시는 게 맞습니다"라고 말을 해주었다.
우리는 회사와 계약을 하는 게 아니고 담당자랑 계약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그 말이 무슨 의미냐면, 담당자가 회사에서 인정받는 직원이고 실적이 잘 나오는 경우에는 굳이 무리해서 계약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담당자가 실적에 쪼들리고 어떻게든 한 개 점포를 오픈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면 협상의 여지가 충분해진다. 자기가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어떻게든 계약을 따내야 하고, 그 계약을 따내기 위해 열심히 팀장을 설득해서 기준 외 조건으로 오픈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 기준 외 조건이라는 게 결국 내가 최대로 이익을 챙겨갈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회사 기준상 5천만 원까지 줄 수 있다면 어떤 직원은 3천만 원에 계약을 하기도 하고 어떤 직원은 5천만 원까지 지급을 할 수 있지만, 기준 외 조건으로 5천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도 지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 구두로 사장에게까지 보고가 들어가기 때문에 선뜻 그렇게 하려고 하지 않지만 당장 자기 실적이 급한 사람들은 어떻게든 팀장을 설득해서 그런 조건으로 이끌어 내기도 한다. 3천만 원 권리금을 7700만 원까지 받아낼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그런 부분을 공략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때 회사에서 인정을 받는 직원이라면 팀장님이나 상무님을 설득하기 좀 더 수월하기도 하다.
어쨌건 단순히 회사가 대기업이니까 좀 더 부르면 주겠지라는 생각은 올바른 접근법이 아니다는 말이다. 그리고 나 또한 계약을 하면서 성향이 좀 별로인 사람들은 그냥 계약을 하지 않았다. 이건 직원들의 개개인의 성향이 어느 정도 반영된다고 볼 수 있는 게, 어떻게든 일이 우선인 사람도 있지만 나처럼 실적보다는 내 기분이 좀 더 중요한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상담 때부터 무례한 사람은 내 실적에 리스크가 있더라도 계약하지 않고, 점포 소개도 해주지 않았다. 반대로 성향이 좋은 사람들은 어떻게 된 기준 내 또는 기준 외에서 최대한 회사 돈을 더 뜯어서 주려고 했다. 그러므로 담당자의 성향도 충분히 고려해야 하고, 긴 대화를 통해 담당자의 상황이나 성향을 정확히 파악해야 나에게 가장 좋은 조건으로 협상이 가능하다.
편의점 점주들이 편의점을 해보니 괜찮아서 추천하는 경우도 있고, 정말 지옥을 경험해서 절대 하지 말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내가 하는 점포가 괜찮을지 나쁠지는 그 점주가 결정해 주는 것이 아니다. 친구가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고 해서 내가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할 수 없듯이 말이다. 반대로 친구가 주식으로 돈을 잃었다고 해서 내가 돈을 잃는다는 법도 없지 않은가. 그래서 편의점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편의점 점주들의 말을 들을 때 참고할 사항은 딱 하나다. 실제 운영해 보면서 어떤 점이 힘들고 어떤 점이 좋은지이다. 이 외에 계약과 관련된 조언은 듣지 않는 게 좋다.
만약 신규점을 창업하는 사람들이라면 담당자와 상담할 때 절대 새겨들으면 안 되는 말은 매출이 잘 나왔을 때 내가 가져가는 수익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예상 매출 딱 그 기준으로 내 수익을 계산해야 한다. 왜냐면 담당자 중에서도 어떻게든 계약을 따내기 위해서 "열심히 하시면 매출이 좀 더 잘 나오고 그랬을 때 이 정도 금액이 나올 수도 있는데 그러면 수익이 얼마입니다" 이런 식으로 말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렇게 상담을 받고 나와 통화를 한 예비 점주에게 내가 한 말은 "그 얘기 그냥 무시하시고 현실적으로 말한 예상매출 그 금액으로 보시는 게 맞습니다. 근데 그 금액으로 수익 뽑아보면 그 점포는 하면 안 되는 자리네요"라고 해줬다. 나중에 그분이 사무실로 찾아와서 갑자기 나를 찾더니 악수를 청하면서 "그때 그 말 안 해줬으면 그 자리 계약할 뻔했어요. 너무 고마워요"라고 해서 얼떨떨하기도 하면서 내심 보람을 느끼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애초에 나는 회사를 평생 다닐 마음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실적 때문에 누군가의 인생에서 사기꾼으로 기억되고 싶지는 않았기에 그렇게 했던 것이다. 회사에는 나 같은 성향의 사람들도 있지만, 오직 실적만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사람이 창업 후 어떤 일을 겪게 될지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어차피 프랜차이즈 계약이라는 게 철저히 회사에 유리하게 작성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나중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법적으로 담당자가 처벌받을 확률은 극히 낮기 때문이다.
혹 편의점 창업을 생각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여기에 적힌 내용들을 명심하고, 절대 쉽게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당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