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은 회사가 아니다
편의점 창업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말을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래도 회사가 수익 내려고 하는 건데 일부러 안 좋은 자리 오픈하진 않겠죠"
틀린 말은 아닙니다.
회사도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사업을 하기 때문에 굳이 장사가 안 될 것 같은 곳을 오픈하지 않는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죠. 하지만 그렇게만 해석하면 안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지금 편의점 회사들의 사업 추세는 고매출 점포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즉, 무작정 출점 수를 늘리기보다는 내실을 다질 수 있는 고매출 점포에 집중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과거 편의점 출점을 굉장히 공격적으로 했던 시기도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는 수익보다는 점포 수에 포커스를 둡니다. 매출이 조금 부진할지라도 출점 수에 목표를 두는 거죠. 그렇게 하는 이유는 결국 업계 1~2위 싸움 때문이고, 점포 수가 많다는 건 업체로부터 다양한 행사를 끌어올 수 있는 힘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가맹비 외에 수익 배분을 통해 가져가는 돈도 있으니 사실상 회사에서는 약간의 손실이 있더라도 회사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매출이 높진 않더라도 상징성의 의미 때문에 출점하는 경우도 있고 보복출점도 있습니다. 즉, 회사가 무조건 매출이 플러스일 곳만 오픈한다는 것은 틀린 말입니다. 언제든 회사 상황과 전략에 의해 바뀔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번엔 좀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회차에서도 언급했지만, 회사원은 회사가 아닙니다.
회사원이 회사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회사에 손실이 있더라도 내가 승진하고 고연봉을 받을 수 있으면 그걸 선택하는 게 회사원입니다. 즉 회사 대표의 생각과 회사원의 생각은 같을 때도 있지만 서로 다를 때도 있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A라는 회사원이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회사원 A는 점포 개발 담당자입니다. 올해 실적 목표가 15개 출점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영업관리자는 사실상 본인의 능력과는 상관없이 담당 점포 점주의 운영능력과 상권이 좋은 지역을 맡으면 실적이 잘 나오게 되고, 실적이 조금 안 나오더라도 그렇게 눈치가 보이진 않습니다. 다만 개발 담당자는 얘기가 다릅니다. 내가 올 한 해 달성해야 하는 목표치가 있고 그 숫자가 명확히 드러나기 때문에 그 숫자를 채우지 못하면, 개발 업무를 오래 할 수 없습니다. 본인 스스로가 그 자리를 오래 버틸 수 없는 게 현실이고, 그래서 개발 담당자들은 어느 정도 직무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편입니다.
A라는 회사원이 하반기에 10개도 채 못 채우면 어떻게 될까요?
본인이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오픈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말도 안 되는 자리를 오픈하겠다고 해서 회사가 오픈을 해주지는 않습니다. 해당 자리를 개발 팀장과 영업팀장도 살펴보고 출점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자리도 있습니다. 썩 좋은 자리는 아니지만 완전히 나쁜 자리도 아닌 상권. 이런 자리를 담당자는 MSG를 쳐서 좀 더 나은 상권으로 보이게끔 하고 팀장을 설득합니다. 팀장도 압니다. 출점하면 실패확률이 더 높다는 것을 말이죠. 그래서 이런 점포는 영업팀장들이 반대를 합니다. 하지만 개발팀장은 자신이 데리고 있는 팀원의 실적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 실적이 본인의 실적과도 직결되므로 고민 끝에 그 점포를 출점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리고 영업팀장을 설득합니다. 100% 확신할 수 있는 안 좋은 자리라면 당연히 영업팀장도 결사반대를 외치지만 애매한 판단이 서는 곳은 영업팀장도 끝까지 반대 의견을 밀어붙이지 못합니다.
결국 그런 점포는 출점 품의를 받고 간판을 달게 됩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할 사람을 물색하게 됩니다.
일반 사람들도 압니다. 그 자리가 썩 괜찮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담당자의 6개월 후 매출, 1년 후 매출 상승의 희망적인 메시지와, 지금 당장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 만나게 되면, 그 자리에 불이 켜지게 됩니다.
제가 편의점 회사를 나온 지 13년이 되었습니다. 13년 전에도 편의점은 더 이상 출점할 곳이 없다고 할 정도로 과포화 상태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편의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를 했습니다. 편의점이 돈이 안 되는 사업이라는 걸 모르는 예비 경영주는 없었습니다. 자, 그런데 어떻게 그런 상황 속에서도 편의점 계약이 완료되어 이렇게 많은 점포들이 들어설 수 있게 되었을까요. 위에서 언급했던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되면 생각보다 계약은 수월하게 진행됩니다.
"그래도 점포가 어느 정도 운영되니까 저렇게 유지되고 있는 거겠죠"
창업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말들도 종종 듣게 됩니다. 점포에 불이 켜져 있다고 해서 그 점포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을 것이라는 1차원적인 생각은 과감하게 버리시기 바라겠습니다. 점주들이 하루 10시간 이상 하루도 못 쉬고 근무하고 있는 점포들도 수두룩합니다. 그런 속사정을 모른 채 그냥 불이 켜져 있고, 24시간 운영되고 있으니 '그래도 최저임금정도는 버니까 운영되고 있겠지'라고 생각하시나요? 계약기간에 묶여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는 겁니다.
회사가 악의적으로 매출도 나오지 않을 점포를 속여서 출점한다고 말씀드리진 않겠습니다. 다만 그 일을 수행하는 회사원의 상황에 따라 그런 경우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생각은 머릿속에서 지우시고 창업 준비를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대기업인데 설마, 대기업 직원인데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