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좋은 개살구
편의점 창업을 하기로 결정하셨나요?
신규 점포나 양수도 점포 어떤 걸 선택했건 여러분이 앞으로 계속 만나게 될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영업관리자입니다. CU에서는 SC(Store Consultant), 7-11에서는 FC(Field Consultant), GS25에서는 OFC(Operation Field Counselor)라고 달리 부르는데 결국 하는 업무는 같습니다.
실제로 편의점 유통 회사를 지원하는 학생들의 취업 컨설팅을 담당하고도 있기에 해당 직무에 대한 설명을 하는데, 사실 이론적인 부분과 실제 현장에서의 모습은 굉장히 다릅니다. 영업관리자의 필요 역량에는 소통, 데이터 분석, 트렌드 파악 등이 기본적으로 요구되는데 실제 현장에서 이런 역량을 기반으로 '컨설팅'을 해주는 영업관리자는 거의 없다는 게 아이러니한 상황이죠. 그들이 무능해서라기보다 통상 15개 정도의 점포를 관리하면서 한 개 점포에 그 정도의 시간과 에너지를 쓸 수 없는 현실적인 부분도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기업 브랜드를 선택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대기업이 주는 안정적인 신뢰, 믿음과 같은 느낌 내 돈을 투자해서 창업을 하는 것입니다. 그 믿음에는 안정적인 운영을 서포트해주는 것은 당연히 포함이고, 사업설명회를 하면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 어필을 하지 않는 회사는 없습니다.
실제 편의점을 하고 있는 점주분들을 만나보면 '매출은 그냥 내가 올리는 거죠' '원래 SC가 그런 것도 해주는 거예요?'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애초에 그런 부분에 대한 케어가 없었고, 내 명의의 사업장이기 때문에 그냥 내 책임이라고만 생각합니다. 그리고 본사에 요구하는 것은 폐기 지원금이나 매출 하락에 따른 금전적인 보상 여부 등에 한정됩니다. 그런데 잘 생각 보시기 바라겠습니다. 매출이 하락되는 요인은 최초에 상권 분석이 잘못된 경우도 있겠지만, 경쟁점이 생기면서 매출이 하락되는 부분이나 경기 악화로 인한 하락 요인, 매장 운영 능력 부족등의 이유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영업관리자들이 경쟁점이 생겼을 때 어떻게 전략적인 대응을 할지,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아 소비자들이 지갑을 굳게 닫을 때 어떻게 해서 객단가를 올려 매출을 유지할지 등을 상권과 트렌드 분석 등을 통해서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게 정상 아닐까요?
"아휴~그때 SC 말 듣고 아사히 슈퍼드라이 최대 발주 넣을걸 그랬어요"
"왜요? 무슨 일 있으셨나요?"
"아니, SC가 이거 잘 나갈 거니까 최대 발주 넣으라고 했는데 우리 매장은 큰 사이즈 캔맥주만 팔리니까 그거 안 팔릴 거다 했죠. 그래도 SC 입장도 있으니 그냥 최소 발주만 넣었는데 입고된 날 바로 다 나가더라고요. 그래서 부랴부랴 발주 넣으려고 봤더니 센터에도 재고가 없는지 발주가 안되더라고요"
컨설팅해주는 학생이 점주 인터뷰 과정에서 들은 얘기입니다. 이 얘기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그러니까 SC 말을 잘 듣지 그러셨어요가 떠오르시나요?
전 저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사히 슈퍼드라이는 편의점에 입고되기 전부터 SNS상에서 엄청나게 핫했던 상품입니다. 하지만 통상 편의점을 운영하시는 분들은 SNS를 잘하는 연령대가 아니고, 하더라도 그런 기사들이나 릴스 영상에 관심을 갖고 챙겨보지도 않습니다. SC가 트렌드에 어느 정도의 감을 갖고 있어야 하는 이유도 이런 맥락입니다. 적어도 아사히 슈퍼드라이 캔맥주가 잘 팔릴거니까가 아닌 인터넷 기사나 SNS 사진등과 댓글 반응등만 점주님께 보여드렸다면 과연 점주님이 발주를 넣지 않으셨을까요? 마치 제2의 허니버터칩 대란처럼 잘 팔릴 느낌이 오는 상품을 굳이 발주를 넣지 않을까요?
많은 점주님들은 요즘 MZ세대들이 어떤 상품들에 관심을 갖고 있고, 어떤 소비 경향을 갖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지금 편의점 신상품들은 대부분 MZ세대들을 타겟으로 출시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자극을 즐기고 즉각적인 반응을 하는 MZ세대들에게 있어 편의점은 단순히 소매점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이런 기본적인 트렌드를 모르고 편의점을 내 입맛대로 상품을 발주 넣고 진열하는 정도로 운영한다면 절대 경쟁점 대비 우위를 점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SC들이 이런 내용들을 공유하고 소통을 통해서 점주님들을 설득해 나가야 하는 과정들이 필요한 거죠.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런 부분들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내 점포 주변 상권의 변화에 따라서 상품 구성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어떤 카테고리 상품을 전략적으로 강화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 점주님들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대기업 직원이라고 하는 영업관리자들의 전문적인 조언은 사실상 중요한 부분임에도 현장에서는 이런 부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 SC, 또는 OFC가 그런 사람이라면 정말 큰 복을 받았다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즉, 편의점 창업을 하실 생각이신 분들이라면 지금 유통 트렌드가 어떠한지, 편의점 상품들이 어떤 방향성에 맞춰서 출시되고 있는지 등은 기본적으로 아셔야 합니다. 회사에서 영업관리자를 통해 끊임없이 정보를 업데이트 받는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스스로 하셔야 합니다. 또는 회사에 요구하셔야 합니다. 영업담당자는 귀찮아하겠지만 귀찮게 해서라도 내 점포가 생존할 수 있는 영업 전략을 회사에서 갖고 있는 자료들을 기반으로 구체적으로 설계해 나가야 합니다.
지금 편의점을 준비 중이신 분들께 말씀드립니다. 회사는 절대 그 정도로 애정을 갖고 케어해 주지 않기 때문에 여러분 스스로 생존 전략을 강구해야 하는 현실입니다. 대기업이라는 이미지에 혹해서 온전히 믿는 행동은 사업적으로 절대 옳지 못한 행동입니다. 그러니 '그래도 대기업인데, 회사가 잘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지' 란 생각으로 안일하게 편의점 창업을 준비 중이시라면 좀 더 냉정하고 신중하게 생각해 보셔야 한다는 것 명심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창업은 쉽지만, 폐업은 쉽지 않습니다.
2천만 원 정도를 그냥 회사에 줄 여유가 있으신 분이라면 쉬울 순 있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