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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계약의 시작

편의점 가맹 사업

by 준비

흔히들 편의점 가맹 사업을 두고 노예계약이라고들 합니다. 물론 어느 부분에서는 맞고, 어떤 부분에서는 틀리다고 할 수 있는데 예비 창업자들이 필수로 염두에 두어야 할 계약 기간에 대한 부분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근무할 당시만 하더라도 GS25에서는 주부/청년 특약이라고 해서 1년 계약도 있었고 위탁점포의 경우 2년으로 되어 있어서 말 그대로 경험삼아 해보기에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편의점 회사들은 예비 경영주를 모집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위탁 점포의 경우 4년으로 그 기간을 늘린 상태입니다. GS25가 4년 CU는 5년입니다.


저에게 상담 문의를 하는 분의 절반 이상은 바로 중도 해지 위약금 건입니다. 즉, 가맹계약기간에 묶여 중도에 나가고 싶어도 수천만 원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다 보니, 진퇴양난에 빠지게 되는 것이죠. 어느 정도 규모 있는 사업을 하는 분들에겐 1~2천만 원의 위약금이 크지 않을 수 있으나 편의점 창업을 하는 분들은 여유자금이 많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이므로 이 위약금도 꽤나 큰 타격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은 상권 이외에도 내가 해당 기간 동안 지속가능한 운영을 할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우선 지속가능한 운영을 어떻게 따질까를 알아보기 전에 과연 편의점이 사람들 말처럼 노예계약이라 할 수 있는가를 따져보겠습니다. 일단 단순히 따져보면 노예계약이 될 수는 없습니다. 사전에 계약기간에 대한 고지를 충분히 했고, 예비창업자도 그 부분을 인지한 상태이므로 사실상 노예계약이란 건 점포 운영에 불만을 가진 사람의 억지정도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일정 부분 노예계약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은 시설물 잔존가에 대한 위약금입니다. 최초 회사는 시설/집기는 100% 본사 부담임을 강조하며 예비 창업주를 유치합니다. 그런데 중도 해지 시 투자된 시설 잔존가를 점주에게 청구하게 됩니다. 언뜻 보면 중도에 해지한 것이므로 회사도 투자분에 대한 손실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해당 점포는 경영주가 바뀌면 인테리어를 새로 하는 것이 아닌 그 상태에서 이어서 합니다. 그런데 중도에 나갔다고 해서 시설 잔존가에 대한 청구를 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건 회사의 갑질이 맞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약기간과 이를 지키지 못할 시 점주가 물게 되는 상당 부분의 금액으로 중도해지를 못하게 막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으므로 일정 부분 노예계약이라고 볼 수도 있을 듯합니다. 그래서 소송을 가게 되면 실제로 회사가 청구한 금액을 점주에게 다 물릴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자, 그러면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 노예계약을 피하기 위해 사전에 점검할 부분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편의점을 처음 하실 땐 의욕이 넘치기 때문에 열심히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들을 많이 하는데 그 부분은 철저히 배제하는 게 첫 번째입니다. 편의점 운영을 하다 보면 알바 구하기가 어려워서, 매출이 나오지 않아서 내가 몸으로 때워야 하는 일이 발생됩니다. 이경우 건강 이슈가 발생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운영이 불가해질 수 있습니다. 즉, 조력자가 있는지 사전에 따져봐야 합니다. 혼자서 운영하는 경우라면 더더욱 신중하게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생각 외로 운영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이 발생합니다. 매출이 잘 나오더라도 상권 특성상 노숙자들, 취객들로 인한 스트레스가 커질 수 있고, 극소수이긴 하나 미성년자 폭행사건으로 전치 5주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신 점주분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임에도 회사에서는 중도 해지 위약금을 청구한 사건이었습니다. 조력자 유무는 편의점 가맹 사업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는 점 알아두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경쟁점 입점 가능성 유무입니다. 지금 편의점이 과포화 상태 그 이상을 넘어선 수준이기 때문에 사실상 독립적인 입지를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최초에 내 점포 인근에 추가적인 경쟁점 입점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개발 담당자가 말을 했다 할지라도 그 말을 100% 믿어선 안됩니다. 편의점 본사가 점포 출점을 할 때엔 합리적이지 않은 출점을 할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즉 손해를 보더라도 경쟁점을 폐점시키고 매출을 가져가겠다는 의지로 오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상권에 2개의 편의점이 있고 내가 3번째 편의점으로 들어갈 경우, 개발 담당자가 추가적인 입점은 불가능하니 안심하라고 하더라도 4번째 편의점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추후에 그 부분을 문제 삼더라도 회사를 상대로 길고 긴 소송 전을 할 각오가 되어 있지 않다면 결국 회사의 승리로 끝나게 되니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본인 스스로가 편의점 현재 트렌드를 알고 그에 맞춰 경쟁점과 경쟁해서 매출을 뺏어올 수 있는 전략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결국 편의점은 경쟁이고, 지금의 편의점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소매점의 형태가 아닙니다. 다양한 브랜드들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함과 동시에 끊임없이 컬래버레이션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데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배달 서비스 기능을 통해 이제 반경 1km까지의 상권을 가져올 수도 뺏길 수도 있는 상태입니다. 그렇다 보니 정말 극소수의 운영 잘하는 분들은 일매출 130만 원짜리 점포를 일매출 200만 원으로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편의점을 단순히 상권에만 의존하는 동네 슈퍼로 인식하고 사업을 하려는 분들이라면 편의점 사업과는 맞지 않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사실상 매출 상승 전략 관련 본사의 지원이 필요하지만 이건 교과서적인 말이고, 실제로 영업관리자들 중에 그런 부분을 해주는 경우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부분은 다음 편에 자세히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즉, 내가 편의점이 그냥 투자금이 낮고, 대부분 회수 가능하고, 일단 경험 삼아 해보겠다고 생각하셨던 분들이라면 편의점 사업을 다시 생각해 보시는 게 맞습니다. 그런 분들이 1년을 못 채우고 중도 해지 관련 문의를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편의점 외 다른 프랜차이즈도 마찬가지겠지만 4~5년의 계약기간에 묶이기 때문에 한 번 발을 들이면 그 발을 중간에 뺄 때엔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노예계약임을 알면서도 아무런 대비 없이, 회사 말만 믿고, 회사 규모만 믿고, 뭐라도 해야 하니까 일단 투자금 낮은 편의점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신 분들은 부디 숙고 후에 결정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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