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호의를 베풀면 호구가 된다"라는 말은 편의점 창업 또는 운영 과정 중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성향이 좋은 점주가 이득 또는 손해를 보거나 까탈스러운 점주가 이득 또는 손해를 보는 등 다양한 경우의 수들이 존재합니다. 결국 기준이라는 게 존재하긴 하나 여러 변수에 의해 조금씩 다른 결과를 만들고,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본사에 우호적으로 대해주다가 되려 손해를 보는 점주들의 이야기에 대해 다뤄볼까 합니다.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혹시 내가 호구 잡히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는지를 사전에 점검하고 좀 더 나에게 유리한 계약으로 이끌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우선 계약 담당자 입장에서 당장 급하게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점포가 아닌 이상 본사에 우호적이지 않은 점주와 굳이 계약을 하지 않습니다. 회자 자체적으로 영업팀장과 개발팀장이 동반한 사전 면담을 진행하기 때문에 우호적이지 않은 점주를 그 자리에 앉혀놔도 리스트에서 빼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당장 점포 계약이 급한 상황이면 성향이 썩 좋지 않더라도 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영업팀에서 운영 중인 점주와 재계약 시 매출이 높지 않은 점포의 경우엔 특별 지원금이라는 보조금을 매월 몇 십만 원씩 지원이 가능합니다. 물론 기준 금액은 제가 산정을 해서 최대 금액이 얼마인지를 알려주지만 영업팀에선 그 금액 전부를 지원할 수도, 일부만 지원할 수도 있습니다. 지원 가능한 금액이기 때문에 사실상 최대 금액을 줘도 전혀 무방하지만 회사원이라는 종족은 특이하게 회사에 속해 있으면 내 돈이 아니어도 회삿돈을 내 돈처럼 아끼는 기이한 충성심을 보일 때가 있습니다. 물론 그게 실적과도 연관되어 있으면 나름 합리적인 명분이 되긴 하겠으나, 통상 그런 지원금을 받는 점포들은 점주 생계와 굉장히 힘든 케이스의 점포이기 때문에 기준 내 금액을 최대로 주는 게 맞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하지만 우호적인 점주의 경우엔 그보다 좀 더 낮은 금액을 주더라도 되려 챙겨준다고 고마워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그런 금액을 받고는 재계약이 안된다고 으름장을 놓는 점주는 제시된 금액에서 최대 금액으로 변경된 금액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담당자의 성향에 따라서 우호적인 점주에게 처음부터 최대한의 금액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 것이지요. 즉, 점주 입장에서는 내가 담당 직원이나 회사에 우호적으로 대하면 우리 점포를 더 신경 써주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열 개가 넘는 점포를 담당하는 직원 입장에서는 그 우호적인 점주의 점포는 잠시 신경을 꺼도 되는 점포로 인지하는 게 현실입니다. 그 사람의 인성 문제라기보다, 관리해야 할 점포가 많고 사건 사고들이 끊임없이 터지면서 부득이하게 나에게 우호적인 점주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소홀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편의점 창업을 하기 직전, 상담 단계에서 어떻게 호구가 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계약 담당자 입장에서는 정말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상담을 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는지를 파악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통상 우호적인 성향을 가진 분들은 혹시 내가 회사 직원에게 이것저것 요구하면 되려 좋은 점포를 주지 않을까 싶어 그냥 직원을 다 믿고 맡긴다라는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있는데 절대 그렇게 하시면 안 된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특히나 신규점일 경우에는 더욱더 지양해야 할 태도입니다. 담당자의 양심에 따라 정말 오픈하면 안 될 수준의 점포가 여러분에게 넘겨질 수도 있습니다. 특히 신규점 오픈 과정에서는 계약 체결이 그 어느 것보다 우선순위이기 때문에 점주의 성향에 맞춰서 누구에겐 좀 더 좋은 점포를 주고 누구에겐 좀 별로인 점포를 줄 수가 없습니다. 일단 한 명이 확고한 의사를 갖고 있다면 일단 도장을 찍고 보는 게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계약을 하지 못하고 회사에서는 언제 계약을 하는 거냐고 독촉하는 스트레스를 여러분이 해소해 주게 된다면, 바로 여러분이 호구가 되는 순간일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열심히 하면 매출이 오를 수 있고 그 금액으로 산정된 예상 정산금을 강하게 어필하는 느낌이다 싶으면 이 담당자가 나를 호구로 보고 있구나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이 담당자를 대하는 태도는 우호적이지도, 냉소적이지도 않은 태도를 취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편의점 창업을 긍정적으로 알아보고 있지만 급한 상황은 아니니, 천천히 점포 나오는 것들을 보고 안정적인 수익이 나올만한 점포로 하고 싶다고 차분한 어조로 말하는 느낌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통상 사람이 누군가를 강하게 설득하고 싶어 지게 만드는 태도는 내 말에 강한 호응을 해주거나 강한 부정을 했을 때입니다. 왜냐하면 두 경우는 이 사람의 심리가 어떤 상태인지를 상대방이 너무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에 적당한 스킬을 통해서 설득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편의점 담당자들 중에서는 자부심을 갖고 양심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실적에 쫓겨 양심보다는 본인의 생존을 위해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게 누구인지를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도 믿지 않고, 내가 충분히 정보를 습득하고, 호구가 되지 않는 태도를 취하는 것만이 정답입니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편의점 계약을 체결하고 오픈 1년도 되지 않아 저에게 해지 관련 문의 DM을 보내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신중하게 하시지라는 안타까운 생각들이 가득하지만 이미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순간 손해 없이 해지를 한다는 것도 굉장히 어렵습니다. 애초에 그 길에 들어서지 않았더라면 그런 일은 없었겠죠?
편의점 창업! 자칫 잘못 뛰어들어 호구가 되는 일은 없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