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보복출점, 대기업의 횡포인가

진실 혹은 거짓

by 준비

편의점과 관련한 여러 부정적인 이야기 들 속에서 한 번쯤은 보복출점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편의점을 운영하다가 계약 종료 후 타 브랜드 편의점으로 바꾼 경우 기존 브랜드 회사가 바로 맞은편에 점포를 출점한다는 것인데, 이게 과연 사실인지 실 사례를 바탕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보복출점이 실제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은 YES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보복출점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회사는 철저하게 이익 중심으로 움직이는 집단입니다. 물론 모든 상황에서 100% 그렇게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즉, 굳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일부러 보복하기 위해 맞은편에 수익이 나지도 않을 점포를 일부러 오픈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자, 그러면 어떤 경우에 보복출점을 하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실제로 신촌에 굉장히 매출이 높은 점포가 있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쯤인데, 신촌 모텔촌에 위치한 한 점포는 본사가 임차권을 갖고 있는 점포였습니다. 지금으로 말하면 G2 타입의 점포였습니다. 그때 경영주 정산금이 천만 원이 좀 넘는 점포였기 때문에 상당히 고매출이었고, 만약 그 점포를 G2타입이 아닌 G1타입으로 운영한다면 수익은 훨씬 커졌을 겁니다. 그러나 이 건물의 임대인과 본사가 임대차 계약을 맺은 상태였기 때문에 경영주가 그만한다고 하면, 회사는 다른 경영주를 구해서 운영을 했을 겁니다. 그런데 경영주가 건물주와 따로 만났고, 임대차 재계약 기간에 본사가 아닌 그 경영주와 임대차 계약을 하기로 한 거죠. 아마 경영주가 건물주에게 권리금 형태로 얼마의 금액을 주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어찌 되었건 하루아침에 본사는 임차권을 상실하게 되었고, 임대차 재계약이 되지 않아 그 점포를 빼앗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경영주는 그대로 그 자리에서 타 브랜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본사는 바로 맞은편에 담배권이 나오지 않은 자리였음에도 점포를 오픈했습니다. 보복성 출점이 맞습니다. 다만, 이게 우리가 생각하는 보복 출점인지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지금은 상가임대차보호법으로 불가능할 수 있지만, 어찌 되었건 그 당시에는 그런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런데 통상 건물주가 권리금을 챙길 목적으로 본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브랜드 회사와 접촉해서 본인이 권리금을 받고 넘기는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가령, 여러분이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장사가 잘됩니다. 근데 종업원이 그걸 알고, 건물주와 물밑 접촉을 해서 임차권을 뺏어서 그 자리에서 그대로 고깃집을 하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그래서 사실 전 그런 경우는 보복출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담배권도 없이 굳이 그 맞은편에 개점을 한 거는 확실한 보복성 출점으로 보는 건 맞습니다. 아마 수익이 거의 나지 않거나 마이너스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흔히들 생각하는 그런 보복출점은 이루어지는가?라고 묻는다면 적어도 제가 회사에 근무하는 동안에는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도 회사마다 조금은 다를 수 있겠으나 제가 몸 담았던 회사에서는 굳이 손해를 감수하고 보복성 출점을 하지는 않았고, 경영주가 임차권을 뺏어가는 경우도 흔한 경우는 아니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5년 계약 기간이 끝난 G1타입의 경우, 즉 경영주가 애초에 임차권을 갖고 있는 경우에 계약이 종료되고 다른 브랜드 편의점으로 간판을 바꾼 경우에 회사가 맞은편에 보복성 출점을 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좀 억울한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애초에 임차권도 경영주가 갖고 있는 것이었고, 계약이 종료된 후 재계약을 꼭 해야 하는 의무도 없기 때문에 그런 명분을 갖고 회사가 맞은편에 보복출점을 하는 것은 사실상 말이 되지 않습니다. 담당자는 그렇게 하고 싶다 하더라도 윗선에서는 그걸 허락해 줄리가 없죠. 손해가 날 게 불 보듯 뻔한데 사장님이 허락해 줄리가 없겠죠?


그러나 사람들은 이런 내부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갑자기 어떤 편의점 간판이 바뀌었는데, 몇 달 후 기존에 운영했던 브랜드 편의점에 바로 맞은편에 생기는 게 보이면 대기업이 보복출점을 했구나라고 충분히 오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대기업의 횡포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의외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대기업이 자본으로 무리하게 횡포를 부리는 경우는 생각보다 흔한 일이 아닙니다. 물론 이것도 기업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요.


사실, 대기업이 나쁜 게 아니라 그 조직 안에서 일하는 사람이 어떤 인성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여러 변수가 있을 수는 있다는 점! 결국, 모든 문제는 사람에서 나오고 모든 은혜로움도 사람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명심하시길 바라겠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