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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사원, 부장님의 마음을 사로잡다.

180도 달라진 부장님의 마음

by 준비

<나는야 MZ사원>

조직에서 인정받는 방법은 일을 잘하는 것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적어도 내 회사 생활에서만큼은 일보다는 이게 중요하다는 걸 명확히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29살의 나는 요즘 유행하는, MZ 사원이었다. 주말에는 신나게 음주가무를 즐기고 평일에는 부장님 눈치 보지 않고 정확히 퇴근 시간에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를 외치는 MZ사원인 나를 부장님은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당시 광주 사무실에는 지역을 총괄하는 부장님이 한 분 계셨는데 영업팀 소속이긴 하나 지역팀장이라는 직책이었고, 유일한 부장님이었기에 다른 부서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 눈치는 보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부장님도 직접적으로 우리 부서에 개입하시진 않았으나, 다들 알아서 부장님 눈치를 보는 분위기였달까...

그런데, 이 부장님은 굉장히 차분하시고 스마트한 분이시다 보니 소리치거나 소위말하는 꼰대짓을 하는 그런 부장님은 아니었다. 오히려 가끔 업무 보고차 얘기를 나누다 보면 "이러니까 부장을 다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존경하는 마음도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내 퇴근 시간은 소중하기 때문에 나는 7시 땡 하면 퇴근했다.

솔직히 다른 회사들은 퇴근시간이 6시인데 우리 회사는 7 시인게 좀 어이없기도 했고, 다른 회사 기준으로 보면 1시간 추가 근무를 하는 셈이니 7시에 칼퇴근을 하더라도 느낌이 좀 다르달까...

그러나 이 부장님은 통상 8시 넘어서 퇴근을 하시고 그러다 보니 우리 부서 직원들도 적당히 눈치 보며 7시 40분이나 8시쯤 퇴근하는 게 일상이었다. 물론 나를 제외하고 말이다. 그러니 부장님은 그런 내가 탐탁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 부장님이 말하는 성실함의 척도는 출/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놓고 나에게 뭐라고 하시진 않았기 때문에, 나는 부장님이 그런 걸 싫어하는 걸 알면서도 7시가 되면 부장님께 쪼르르 달려가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를 외치고 집으로 향했다. 그래서 사무실에서 부장님이 나에게 커피 한 잔 하자고 한다던가 내 근황을 물어보는 일 따위는 없었다. 내 행동이 거슬리긴 하지만 대놓고 말하기는 그렇고, 챙겨주자니 마음에 들지는 않는 뭐 그런 감정이었을 것이다. 그랬던 부장님이 나를 총애하게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나의 잠재된 끼를 깨우다>


1년에 한 번씩 사장님을 모시고 각 지역팀이 하는 행사가 있는데, 그 지역의 우수한 편의점 경영주들과 영업팀장, 영업관리자 등이 모이는 나름 큰 행사였다. 그리고 우리 지역팀은 규모가 작다 보니 대전 지역팀과 묶어서 행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그 대전 지역팀장님 또한 부장님인데 우리 지역팀장님과 동기인 부장님이셨다. 일종의 라이벌 관계랄까... 그래서 다들 대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부장님이 그 행사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알고 있었기에 어떤 장기자랑으로 분위기를 띄울지 영업팀에서 꽤나 열심히 준비하는 게 눈에 보였다. 경영주들과 함께 하는 행사다 보니 무조건 즐겁고 유쾌하게 행사를 시작하고 마무리 짓는 게 관건이었고, 어느 순간 대전지역팀과 광주지역팀 두 부장님의 자존심을 건 대결 구도로 치닫고 있었다. 결국 죽어나는 건 퇴근 시간에 옹기종기 모여 장기자랑 연습을 하고 있는 영업팀장님들과 영업팀 직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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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내 인생의 일부지 전부가 될 수 없어!! 준비도 없이 뛰쳐 나온 후 12년째 비정규직의 삶을 살아가는 40대 아저씨의 파란만장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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