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사람들
"투자비는 5천에서 7천 정도? 한 달에 순수익 500 정도만 되면 됩니다"
실제로 상담하면서 정말 많이 들었던 말이다. 편의점 회사에서 창업 컨설팅 업무를 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편의점 회사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그중 가장 많은 부류가 부업의 개념으로 부담 없이 시작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통상 주부들이나 청년들이 이에 해당한다. 아무래도 투자금에 대한 부담은 최대한 낮게 잡고 경험 삼아해 보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정년퇴직을 앞둔 40-50대 남성들. 퇴직 후 창업을 알아보는데 투자 리스크는 낮고 월 250-300은 안정적으로 가져가길 바란다. 물론 말이 저렇지 속 마음은 400 이상을 꿈꾼다. 마지막으로 가장 소수에 해당할 사업을 해 본 사람들이다. 이전에 사업을 해봤기에 가장 대화가 잘 통하면서 계약 확률은 가장 낮은 부류에 속한다.
편의점 창업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무엇일까? 아무래도 노예계약이 아닐까? 워낙 언론을 통해 편의점은 노예계약이고, 절대 하면 안 되고 수익도 안 되는 사업으로 많이 다루어지다 보니 그럴 것이다. 그런데 편의점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정말 줄을 섰을 정도로 많다. 왜 이런 아이러니한 현상이 벌어질까? 그 이유를 좀 간단히 설명해보고자 한다.
내 주변에도 편의점 창업과 관련한 문의를 하는 지인들이 많은데 그들과 대화를 하면서 왜 사람들이 편의점에 대한 인식이 안 좋은 지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수익성인데, 우리가 수익성을 따질 때에는 기본적으로 투자금을 같은 선상에 올려두고 바라봐야 한다. 우리가 사업을 하면서 망하는 이유가 뭘까? 딱 하나다. 인테리어! 폐업할 때 초기 투자했던 인테리어 비용에 대한 회수가 가능할까? 뭐 중고로 팔아넘긴다 쳐도 대부분은 그대로 공중분해 되는 돈이다. 편의점은 이 비용을 회사가 전액 부담한다. 이 부분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르기에 왜 그렇게 편의점을 안 좋게 보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편의점 창업할 때 100% 사라지는 돈은 가맹비 700만 원이다. 이 외에는 전부 보증금이다. 간혹 상가를 본인이 임대하는 경우엔 권리금 부담이 생길 수 있으나 이 권리금은 돌려받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과, 올려 받을 수 있는 가능성, 그리고 낮아질 수 있는 가능성 모두 존재하므로 예외로 하겠다. 그리고 권리금이 높은 경우 회사가 임차를 해서 다시 점주와 계약을 하는 형태도 있기 때문에 그런 타입을 선택한 경우 가맹비 700만 원 외에 손해 보는 금액이 없다.
7천만 원 정도를 회사에 묶어두고 계약 종료시점에 6300만 원을 들고 나오는 조건이면 월 순수익 얼마가 적당할까? 400만 원? 500만 원? 그런 금액을 말하는 고객에겐 명확하게 말씀드리는 편이다.
"높은 확률로 불가능합니다"
월 천 이상 가져가는 점포들도 있기에 100%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높은 확률로 그런 금액은 어렵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사실 편의점 계약을 맘만 먹으면 정말 쉽게 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도 "열심히 하시면"이라는 마법의 단어를 사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당장 뭐라도 해야 하지만 투자금 부담으로 다른 사업은 하기 힘들고 편의점 외엔 답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 나 같은 컨설턴트를 만나면 시무룩해져서 돌아간다. 근데 정말 안타까운 건 그들은 다른 회사 편의점을 방문해 그 회사 편의점을 오픈한다. 가장 답답한 부분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잔혹한 현실을 맞이하게 될 것이고, 그 현실 속에서 편의점은 절대 하면 안 되는 사업! 편의점 회사는 양아치! 편의점은 노예계약이라고 말하게 될 것이다.
내가 상담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열심히 하면 매출이 오를 가능성은 있습니다. 근데 그건 보너스 같은 거라고 생각하시고, 열심히 안 해도 나오는 매출을 현실적인 매출이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상담을 오면서 회사에서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지 않을까 하는 간절한 마음이 상담하는 사람 입장에선 계약을 따낼 수 있는 핵심이 되기도 한다. 누가 봐도 매출이 안 나올 것 같은 자리들이 있는데 결국엔 누군가와 계약이 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그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심어주면서 살살 꼬시는 것이다. 근데 컨설턴트가 거짓말을 했을까? 나중에 법적인 문제에 휘말릴 수 있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하는 어리석은 사람은 없다. 다만 가능성을 자꾸 제시함으로써 현실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일 뿐 법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 나도 그렇게 했으면 훨씬 더 편하게 계약을 했겠지만, 누군가에게 평생의 원수로 가슴 한편에 자리 잡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회사를 나오고 가장 뿌듯하게 생각한 부분 중에 하나가 바로 실적을 위해서 희망으로 농락하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편의점을 하는 사람들은 소위 말하는 보통의 사람들이다. 돈이 많은 사람이 편의점 사업에 관심이라도 있을까? 절대 없다. 대한민국에서 나 같은 사람을 부르는 서민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하는 게 편의점이다. 주부로만 살다가 또는 직장생활만 하다가 갑자기 사업에 뛰어들다 보니 정보도 부족하고, 아무래도 대기업이니까 믿고 맡기면 되지 않을까 하는 믿음에서 이미 출발이 잘못되었다. 적어도 인터넷에 나와있는 창업 조건이나 소개받은 물건지를 며칠 동안 방문해서 유동인구가 어떤지 상권이 어떤지 보는 노력은 기본 중의 기본인데 이걸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적다. 아마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걸 안 한다고?"
그래서 상담하는 사람의 양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컨설턴트와 사기꾼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생각한다. 친한 친구한테도 배신을 당하는 세상에 생판 처음 보는 사람의 말을 무조건 신뢰하고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믿을 수 있다는 생각부터 버리면 그래도 망할 가능성은 50% 줄어든다고 보면 된다. 대기업이기 때문에 법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내가 철저하게 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란다. 물론 상대가 대기업이기 때문에 역으로 잘 이용해서 이득을 챙기는 방법도 있지만 그것까지 다루면 내용이 너무 방대해지므로 나중에 기회가 생기면 다뤄보겠다.
편의점 회사가 양심이 없을 때도 있고, 편의점을 하는 사람들이 염치가 없을 때도 있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면서 철저하게 자기 혼자의 이득만을 생각하는 점주도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편의점 회사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많아지는데, 편의점은 소자본으로 고수입도 가능하면서 소자본으로 인건비도 못 챙기는 상황도 가능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계약기간은 생각보다 길다는 점을 잊지 말고 무엇보다 편의점 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그 이유 또한 다음 기회에 다뤄보도록 하겠다.
나 같은 보통의 사람들이 피해보지 않고 안정적인 삶을 꿈꿀 수 있는 그런 바람으로 잠깐 끄적여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