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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준수 Nov 26. 2024

옆으로 누울 수 있는 것은 감사한 일이에요

(부제: 3가지가 없는 분의 감사)

우리 부부는 거의 매일 저녁 세 사람을 위해 기도한다. 암 투병 중인 분, 심장이 약해지신 분, 그리고 암이 다른 곳으로 전이된 분이다. 이 중 한 분은 나와 아내가 깊이 존경하며 몇 달에 한 번씩 찾아 뵙는 분이고, 오랜 세월 멘토로 모시고 있다. 어제 그분 댁을 방문했다.


이분은 최근 큰 수술을 두 번이나 받으셨다. 위 전체를 절제하고 식도와 장을 연결하는 수술에 이어, 담낭 제거 수술까지 받으셨다. 대학 시절 제거한 맹장까지 합하면 "몸에 세 가지가 없는 사람"이라며 웃으셨지만, 그 과정을 떠올리면 그저 놀랍고 숙연해질 뿐이다.


담낭통증은 산통에 비유될 만큼 심한 고통이라고 한다. 한밤중 4시간의 통증을 겪으며 119를 불렀고, 응급 수술로 위기를 넘기셨다. 그런데 그날 오후, 제주로 가려던 일정이 비행기 연착과 노트북을 두고 온 해프닝 덕분에 취소되었기에 집에 계실 수 있었다. 만약 제주에 계셨다면 어땠을까? 함께 대화하면서 인생에 우연이란 없다는 것을 생각하며 감사를 나누었다.


그런데, 수술실에서 마취 주사를 기다리는 순간에 떠오른 사람은 가족이 아니라 50년 지기 친구였다고 했다. 현재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 친구를 위해 기도하며, "내가 만약 하늘나라에 가게 된다면 그 친구는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에 눈물이 나왔다고 하셨다. 그렇게 친구를 생각하며 기도하던 중, 침대가 흔들려 주변을 보니 회복실에 도착해 있었다고 하셨다. 그 이야기에 우리 부부는 깊은 울림을 받았다.


수술 후에도 그분은 에어로폰 연주를 유튜브에 꾸준히 올리신다. 70대 중반에 새로 배운 악기를 혼자 연습하고, 영상 편집까지 하시는 열정은 정말 대단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야말로 그분에게 가장 잘 맞는 것 같다.


그분은 대학교수로 학생처장을 역임하며 평생을 의미 있는 일에 헌신해 오셨고, 그분의 제자들이 세계 곳곳에 많이 흩어져 있다. 평생 남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오셨지만, 자녀들 또한 자신의 길을 멋지게 열어가며 주변 사람들에게 희망과 영감을 주고 있다. 


내가 2개월 전 포스팅했던 ‘어느 직장인의 입사 7주년 선물’은 그분의 둘째 아들 이야기다. 첫째 아들은 고등학교 때 멘토링을 요청하며 나와의 만남이 시작되었고, 대학생 시절에는 내가 브랜드장으로 있던 후아유에서 아르바이트도 했다. 지금은 미국에서 가장 젊은 나이에 50대 경영학과 교수가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내와 이야기를 나눴다. "있는 것으로 감사하고 사는 것도 귀하지만, 없는 것이 많아도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사는 삶이 있다." 우리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하고, 존경받는 삶, 그리고 오늘 하루를 선물처럼 여기는 삶 말이다.

 

<적용질문>

1. 내가 현재 갖고 있어서 감사한 것, 그리고 갖고 있지 않지만 감사한 것 각각 3가지는 무엇인가?

2.  없는 것이 많아도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살기 위해 내가 더 키워야 할 가치나 태도는 무엇일까?"

3.  오늘, 2024년 감사 제목 50가지 리스트를 작성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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