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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명의 가족이 매일 한자리에서 대화를 한다면?

부제: 3대가 함께 살아가는 법

by 전준수

어제 저녁, 아내와 함께 산책 삼아 존경하는 은퇴 교수님 댁에 다녀왔다. 이 교수님 부부는 선교회를 설립하고 평생 헌신해오신 분들이다. 신림선 지하철이 생겨 예전보다 가까워진 덕분에, 우리는 이 방문을 "마실 간다"고 표현하곤 한다.


아내가 좋은 버섯을 하나 사왔다. ‘60미터 아래의 천연 암반수로 길렀다’는 고품질의 버섯이란다. “여보, 이거 교수님 댁에 드리면 어떨까요?” “좋은 생각이네요. 그런데 갑자기 오늘 드리러 가도 괜찮을까요?”
전화를 드리니 흔쾌히 오라고 하셨다. 저녁 7시 30분쯤 찾아뵙게 되었고, 오랜만에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2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하루 한 시간, 가족 모임의 힘

대화 중 교수님께서 내일 아침 손주들이 온라인으로 세배를 한다고 하셨다. 교수님 부부의 두 아들은 모두 미국에 거주 중이고 총 13명(손주가 7명)에 이르는 가족이다. 그런데 이 가족은 매일같이 줌(Zoom)으로 한자리에 모여 대화를 나눈다. 방학 때는 매일, 학기 중에는 매주 한 번 가족 모임을 갖는다.


이들은 단순히 화면 앞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영상을 찾아 보여주거나, PPT로 학습 자료를 준비하기도 한다. 아들과 며느리는 모임을 이끌거나 지원하며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시간을 만든다.


특히 교수님 부부는 각 손자손녀에게 한국어와 중국어를 직접 가르치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인 큰 손자는 2년째 중국어를 배우고 있고, 이를 본 초등학교 2학년 둘째 아이도 배우기 시작했다. 줌을 활용하면 어디서든 학습이 가능하고, 온라인 자료가 많아 가르치는 데 큰 제약이 없다고 했다.


또한, 이들은 매주 성경 구절을 할아버지와 할머니부터 유치원생까지 모두 영어와 한국어로 암송해 동영상을 찍고 가족 카톡방에 공유한다. 여름방학 때면 손주들은 한국으로 와 초등학교 수업에 직접 참여하며 친구들과 교류하기도 한다.


사랑으로 연결된 가족

요즘은 같은 아파트에 살아도 서로 얼굴을 보기 힘들고, 가족 간의 대화가 단절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가족은 한국과 미국이라는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어 매일 한자리에 모인다. 현대 문명의 혜택인 줌을 활용해 서로를 가까이 느끼며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 가족의 비결은 단순히 도구에 있지 않다. 핵심은 사랑으로 연결된 가족 구성원들의 의지와 노력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손주들에게 언어를 가르치고, 아이들 각자의 필요를 세심히 살피며 시간을 함께한다. 부모들은 자녀 교육과 가정 내 조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세대 간의 끈끈한 유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가족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단순히 혈연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가족은 서로를 위해 의지적으로 헌신하고 사랑의 수고를 더할 때, 진정으로 강력한 연결 고리가 만들어진다.


교수님 가족은 물리적 거리와 문화의 차이를 넘어서 매일 시간을 함께하며 서로에게 투자하고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이 주는 기쁨과 가능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가족은 짐이 아니라, 함께하면 더 아름다운 삶을 만들어갈 수 있는 축복이자 기반이다.


출산율보다 중요한 것

최근 여러 방송 프로그램이 가족 간의 갈등과 파탄이나 자녀교육의 어려움을 주제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가족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하려는 시도는 중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가족이 주는 기쁨과 아름다움을 조명하는 프로그램도 더 많이 필요하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270조 원을 투입해도 효과가 없다는 사실은 이미 입증되었다. 자녀를 축복으로 받아들이고, 사랑으로 헌신하는 가족의 사례를 더 많이 공유하고 나누는 것이 더 중요한 접근이 아닐까?
가족이 서로에게 주는 힘이 어떤 삶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알게 된다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가족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될 것이다.


마무리하며

교수님 가족의 이야기는 가족이라는 울타리의 가능성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한국과 미국이라는 물리적 거리를 넘어 매일 한자리에 모여 대화하는 모습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가족의 힘을 증명하는 사례다.
이런 이야기가 세상에 더 많이 공유되고, 우리 사회가 가족의 가치를 다시금 조명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우선은, 우리 가족부터 교수님의 가족 같은 분위기를 위해 사랑의 수고를 더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적용 질문

1. 내 가족과의 관계를 위해 오늘부터 실천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은 무엇인가?

(예: 매일 10분 대화하기, 감사의 메시지 보내기, 함께 활동 계획하기 등)

2.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더 단단히 하기 위해 나는 어떤 헌신을 할 수 있는가?

(예: 자녀에게 새로운 것 가르치기, 배우자와의 대화 늘리기, 부모님과의 시간 정기적으로 확보하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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