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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채용을 줄이는 기업, 무엇을 잃고 있는가?

부제: 각인 효과와 결정적 시기

by 전준수 Jan 31. 2025

최근 대기업조차 신입사원 채용을 많이 줄였다. 그런데, 뭔가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신입사원 채용 축소는 단순히 취업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서 끝나지 않는다.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제한하는 결정이 될 수도 있다.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지나치게 주지 않고 있다.
신입사원 채용이 줄어들수록,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은 세상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가능성이 커진다. 나의 노력과 관계없이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열정과 긍정으로 가득 차야 할 순간에 좌절을 먼저 경험하게 된다. 사회적 부담이다.


둘째, 기업들은 당장의 생산성만 좇다가 더 큰 가능성을 놓치고 있다.
경력직을 선호하는 것은 이해할 만한 선택이다. 그러나 한쪽으로 치우친 선택은 언제나 문제를 일으킨다. 다만, 그 문제가 눈에 띄는 데까지 시간이 걸린다. 조직은 유기체여서 나이, 성별, 경력 등 다양성이 장기적으로 순기능으로 이어지게 되어있다. 경력직의 정착율도 기대만큼 높지 않다. 


결론적으로, 기업은 신입사원 채용을 다시 늘려야 한다. 단순히 사회적 책무 때문이 아니라, 철저히 경제적 관점에서 그렇다.


(1) 신입사원 시절의 경험이 평생의 일하는 방식을 결정한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콘라드 로렌츠(Konrad Lorenz)는 ‘각인 효과(Imprinting Effect)’를 발견했다. 오리는 태어나서 처음 본 움직이는 대상을 어미로 인식한다. 일정 기간 안정된 애착 관계를 형성하면 이후에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 이를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라고 부른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신입사원 시절에 각인된 경험과 가치관은 평생을 따라간다. 처음 익힌 태도, 업무 방식, 조직 문화가 평생을 결정짓는다.


내 경우에도, 신입사원 때 익힌 경영이념 4가지와 이랜드 스피릿 18가지의 상세 내용까지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고, 그것이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말이 있다. 군대라는 독특한 환경에서 각인된 문화가 평생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2) 처음에 제대로 배운 것이 이직 후에도 성공을 좌우한다

CHRO로 일할 때, 퇴사한 우수 인재들을 지속적으로 만나곤 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재입사의 기회
 외부 경험을 쌓고 돌아온 인재들은 더 강력한 무기에 로열티까지 장착한 상태로 돌아온다. 실제로 이랜드의 임원 중 30%가 재입사자였고, 그들의 성과는 9등급 기준으로 평균 대비 1~2등급 높게 나타났다.


둘째, 외부 세계의 흐름 파악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시장의 변화와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타 직장에서도 성공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면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이 있다. 처음 배운 스피릿과 고객 중심 사고.”


첫 직장에서 형성된 습관과 태도는 새로운 직장에서도 영향을 미친다. 
이직한 직원들 중 처음 배운 습관을 새로운 직장에서도 그대로 적용해 성공한 사례가 많다. 이를 인정받아 MBA 지원을 받은 사례도 있고, 경쟁사로 이직한 직원 중에는 최단기간 내 최연소 임원이 된 경우도 있었다.

핵심은 간단하다. 처음 제대로 배운 것이 평생 간다.


(3) 예측 가능하고, 신뢰를 주는 문화의 힘을 활용하라

기업 문화를 중시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문화는 전략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가진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최근에 기업들은 컬처 핏을 강조하며 적합한 인재를 찾고 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입사 후 어떤 경험을 하며 각인되는가이다. 컬처 핏이 아무리 잘 맞는 사람을 뽑아도, 초기에 무엇을 경험하고 체득하는지가 결국 그들의 일하는 방식을 결정한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서 문화를 이렇게 정의한다.

“사람들이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해볼 염두를 내지 못한 채, 공통적인 목표를 향해 함께 노력하는 방식.”

기업이나 가정 모두 마찬가지다. 대표나 부모가 세세하게 감시하지 않아도, “우리 직원/자녀는 이렇게 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문화가 그렇기 때문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이것이 문화이고, 문화가 갖고 있는 힘이다.


반면에 경력자 적응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경험과 경력이 쌓이고 성공 경험이 클수록 기존 문화에 동화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경력자가 겪는 5P의 어려움, 그 중에서도 Process와 Politics를 극복하기가 만만치 않다.


이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각인 효과를 고려한다면, 기업은 경력 중심 채용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신입사원들에게 기회를 더 줄 필요가 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쉽게 바뀌지 않는다. 바뀔 기회가 있다면, 아직 다른 경험에 덜 영향을 받은, 가급적 순수한 신입사원 시절일 가능성이 크다.


이제 기업의 미래를 바라보고, 특히 리더가 될 인재들을 길러내려면 신입사원 채용을 늘리는 것에 대해 다시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적용 질문>    

1.나는 첫 직장에서 어떤 문화를 경험했고, 그것이 지금까지 내 일하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 신입사원 시절 몸에 익힌 습관과 가치 중 지금도 유지되는 것은 무엇인가?

2. 우리 조직은 신입사원들에게 어떤 경험을 각인시키고 있는가?

      → 기업이 원하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신입사원들에게 초기에 무엇을 경험하게 해야 할까?

3. 컬처 핏을 고려해 직원을 선발하는 것만큼, 선발 후 그들이 조직의 문화와 가치를 자연스럽게 체득하도록 돕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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