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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일 처리 속도는 안녕한가요?

부제: 속도 속에 숨은 3가지 신뢰의 기준

by 전준수

최근에 지인 J를 모 기업 대표에 연결한 일이 있었다. 서로 잘 맞을 것 같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양쪽과 사전 조율을 마친 뒤, J는 금요일까지 기업에 낼 제안서를 정리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당일 오후 3시가 넘어도 자료는 오지 않았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오자 나는 조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 분의 일 처리 방식과 속도는 괜찮은 걸까?’

결국 자료는 밤 11시가 되어서야 도착했다.

약속을 아예 어긴 건 아니었고, 내가 그 대표에게 큰 무리 없이 설명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문득 떠오른 장면들이 있었다.

마감 직전의 아슬아슬함, 변수로 인한 타이밍의 어긋남, 계획이 흔들리는 순간들.

그리고 떠오른 하나의 정리.

속도는 단순한 물리적 속도가 아니다.
그것은 신뢰의 기반, 변수 대응력, 그리고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반복의 힘이다.

이 기준을 세 가지로 정리해보았다.


(1) 당신은 ‘자기 기준’이 아니라 ‘상대 기준’으로 일하고 있는가?

일을 잘하는 사람은 내가 보내기 쉬운 시간이 아니라, 상대가 필요로 하는 시간에 맞춘다.

그 대표가 자료를 퇴근 전까지 받으면 차주 계획에 포함할 수 있었다.
만약 J가 하루만 더 일찍 자료를 보냈다면, 나도 핵심 코멘트를 줄 수 있었을 것이고,
그는 더 좋은 제안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축구로 비유하자면, “내가 차기 쉬울 때” 공을 차는 선수는 프로가 아니다.
받는 사람의 타이밍을 보고, 다음 움직임까지 고려해 공을 주는 선수가 진짜 프로다.


일도 같다.
자료를 보내는 타이밍, 형식, 전달 방식 — 모든 게 상대방 중심이어야 한다.
실력 있는 사람일수록 빠르고 여유 있게 자료를 보내는 이유다.
프로는 상대방이 판단하고 준비할 시간까지 고려한다.


(2) 돌발을 돌발로 만들지 않는가?

“기한은 맞췄으니 괜찮다”는 생각은, 프로의 사고방식이 아니다.
네트워크 장애, 급작스러운 일정 변경, 건강 이슈, 예기치 못한 가족 일 등…
변수는 누구에게나 생긴다.


중요한 건, 그 변수를 예측에 넣고 준비하는가의 문제다.
준비가 느슨한 사람은 돌발 상황에 휘청이고, 중요한 타이밍을 놓친다.

머피의 법칙은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더 작동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시나리오를 가진 사람은 계획대로 움직이고, 상대는 심리적 안정감을 느낀다.
그 안정감 위에서 협업, 몰입, 바른 판단이 가능해진다.

진짜 실력자는, 돌발을 돌발로 만들지 않는다. 조금 일찍 자료를 보내는 것 자체가 신뢰의 메시지다.


(3) 속도는 검토를 가능하게 하고, 반복은 품질을 만든다

하루 전에 끝낸 문서를 다음 날 다시 보면, 오타, 논리의 빈틈, 어색한 표현이 보인다.
그래서 진짜 좋은 일처리란, 일찍 마무리하고 반복해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 반복 속에서 더 나은 문장, 더 정확한 논리, 새로운 아이디어까지 나온다.

이건 문서 작성만의 얘기가 아니다.
보고서, 기획안, IR자료, 전략안, 시장 대응 — 모든 일에 적용된다.

속도는 검토할 시간을, 검토는 품질을 만든다. 반복은 완성도를 만든다.


결국, 지금 우리는 누군가의 일 처리 속도를 통해, 그 사람의 신뢰, 실력, 완성도를 읽는다.

당신의 속도는, 신뢰를 줄 만큼 안정적인가?


적용 질문

1. 나는 일을 ‘내 기준’이 아니라 ‘상대 기준’으로 처리하고 있는가?

2. 돌발 변수까지 감안해 충분히 여유 있게 준비하는가?

3. 속도를 통해 반복하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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