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누구나, 어디서나, 언젠가는 도움이 필요하다
딱 20년 만에 딸의 머리를 감겨주었다.
출근길 아침, 병원에 잠시 들러 시간을 냈다.
딸아이가 다리에 작은 수술을 받으며 며칠간 입원해 있다. 다행히 병원이 집과 멀지 않아, 출퇴근길마다 아침저녁으로 들르며 얼굴을 본다. 병문안을 핑계 삼아 자주 만나는 이 시간이 오히려 소중하다.
어젯밤에는 병원 식사 대신 별식으로 연어 샐러드를 사다 주었다.
오늘 아침은 아내가 일정이 있어 내가 먼저 병원에 들렀다.
병원 복도 한켠, 작은 샴푸실이 있다. 환자 전용 미용실 같은 공간이다.
긴 머리를 조심스레 감기는데, 샴푸와 린스의 양 조절이 쉽지 않고, 물은 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빠, 물이 등에 들어갔어~"
움찔하며 멋쩍게 웃는 딸을 보며 나도 웃었다.
“이렇게 매일 머리 감으면 짧은 머리가 낫지 않니?”
병실로 돌아오는 길에 나의 이야기를 들은 옆자리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을 건넸다.
“나이 들면 짧아져요~”
20년 전, 어린 딸의 머리를 감겨주던 기억이 스쳐갔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누구나, 어디서나, 언젠가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온다.
물론 그런 순간이 없기를 바라지만, 인생은 그런 때를 피해 가지 않는다.
그런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기대어 가는 인생.
때로는 돕고, 때로는 도움을 받고.
그렇게 살아가는 여정이 아닐까.
오늘 아침, 딸아이의 머리를 감기며 그런 마음이 새삼 들었다.
적용 질문:
1. 최근 누군가를 돕거나, 또 도움을 받은 작은 순간이 있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