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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3년차, 당신의 이력서를 다시 쓰라

부제: 많이 쓸수록 약해진다

by 전준수

2개월 전에 경력 3년차 S를 만났다. 이직을 준비하고 있었고, 진로 상담을 요청해왔다.


먼저 그의 이력서를 받아봤는데, 이걸 그대로 제출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것을 잘 표현하지 못해서 실제보다 낮게 평가받는다. 이력서를 잘 쓰면 자신이 새롭게 보일 뿐 아니라 앞으로의 계획도 달라진다.

조금 과장하면, 내가 왕자나 공주로 태어난 것을 깨닫는 순간 행동이 달라지는 것과 닮아 있다.


(1) 너무 많은 것을 이야기하지 마라

그의 이력서를 보니,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거의 모든 일을 해온 사람 같았다. 두 곳의 직장에서 했던 일을 빼곡히 적었지만 정작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한 일들을 최대한 어필하려다 보니 핵심이 흐려졌다.


좋은 점도 분명히 있었다. 팀원으로서는 잘할 것 같았다. 어느 팀장 밑에서도 자기 몫을 해줄 사람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누구도 끝까지 손발 역할만 할 사람을 뽑고 싶지는 않다.


(2) 2~3년 후의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인재를 선발할 때는 보통 세 가지를 본다.

첫째, 이 사람이 입사 후 바로 직무를 할 수 있는가?

둘째, 팀에 들어오면 팀장의 약점을 커버할 수 있는가?

셋째, 2~3년 뒤 팀장을 대체할 수 있는가?


조직에는 언제나 대안이 필요하다. 그것은 보완재이거나 대체자라는 두가지 성격을 가진다.
하지만 지금의 이력서로는 그 그림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물론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굳이 면접관이 그걸 캐내게 할 이유는 없다. 어려운 작업이다. 내가 먼저 잘 설명해야 한다.


(3) 핵심 역량과 경쟁력에 초점을 두라

나는 S에게 말했다. 업무상 주요 강점과 핵심 역량을 먼저 적어 보라고. 그리고 그동안의 주요 경험과 나름의 경쟁력도.
무엇보다 성과를 명확하게, 숫자로 근거를 남기라고 했다. 다만 너무 많이 적지 말라고 했다. 3년 경력이라면 많아야 3개. 그 짧은 기간에 모든 걸 잘했다고 하면 오히려 신뢰가 떨어진다.

두세 가지 강점과 역량,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할 확실한 성과. 그게 자신을 어필하는 데 적합하다.


(4) 이력서를 강화할 계획을 세워라

이렇게 이력서를 새로 쓰면, 어떻게 더 강화할지의 길이 보인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계획을 세워야 한다.
마치 집 설계도를 그리고 기둥을 세웠다면, 각 방에 들어갈 가구와 꾸밀 것들을 채워가는 것과 같다.
관련 분야를 공부하고, 정보를 모아야 한다. 온갖 온라인 기사도 좋다. 하지만 큰 흐름과 중요도를 보려면, 적어도 일간지와 경제지 하나를 매일 읽고 정리하라고 했다.

또, 자신이 원하는 기업군을 두세 곳 정하고 우선순위를 세워 구인공고를 모니터링하고 관련자 미팅 기회도 잡아보라고 했다. 중요도에 따른 시간 배분 계획을 세워야 한다.


대화 중간에 S의 표정이 확 달라졌다. 멘토링 과정에서는 상대의 얼굴빛이 달라지는 ‘유레카’ 순간이 있다. 그게 멘토링을 하는 보람이다.
이제는 그의 몫이다. 그의 역량과 열정을 볼 때 아주 잘해낼 거라고 믿는다. 좋은 소식을 기다려 본다.


(** 추신 **)
내가 그가 잘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근거는 또 다른 데 있다. 최근 개인적인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걸 대처하는 방식이 아주 훌륭했다.
미식축구에서 마스터 코치들은 학생의 가족, 인간관계, 동기 등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까지 파악하고 결정한다. 그게 나름 근거가 있다. 물론 기업에서 이런 것까지 파악하기는 어렵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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