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이 틀어질수록 기회는 열린다

- 11개월의 직장생활, 수고한 딸에게

by 전준수

꽃집에서 딸이 좋아할 만한 꽃을 샀다. 이번에도 수고 많았다고 말해주고 싶어서.


예전에도 학기 끝나고 집에 오는 날엔 꽃을 들고 마중 나갔다. 우리 집에서는 한 학기를 건강하게 마치고 돌아오는 게 진짜 금의환향이었다.


이번이 딸의 첫 직장생활이었다. 계획대로 1년을 채울 줄 알았다. 그런데 뜻밖의 발 수술이 변수가 됐다. 회사에 부담 주기 싫다며 스스로 사직서를 냈다고 했다. 좋은 선택이다. ‘부담을 주지 않고 깔끔히 퇴장’하는 것도 성숙이니까.


크리스텐슨 교수는 말했다. 진짜 기회는 의도한 전략(deliberate strategy)이 아니라 뜻밖의 상황과 대응에서 나오는 ‘창발적 전략’(emergent strategy)에서 온다고. 유니콘 기업의 90%가 애초 계획이 아니라 계획에 없던 피벗 덕분에 성공했다. 피터 드러커도 보고서 첫 장에 “예기치 않은 성공과 실패”를 기록하라고 했다. 거기에 기회가 숨어 있다고.


작년 이맘때는 전공 분야 인턴 자리가 거의 없었다. 그러다 딱 한 군데서 기회가 왔고, 감사하게도 합격했다. 좋은 회사였고, 인사 책임자도 훌륭했다. 덕분에 인턴이 아니라 사원으로 직장생활을 했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덕분에 나도 ‘신입사원 딸에게’라는 글을 연재할 수 있었다. 곧 책으로도 나올 예정이다.


건강이 변수였다. 덕분에 돈보다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 배웠다. 실손보험도 바로 그 전달에 들어뒀는데, 이렇게 빨리 쓰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병원 예약부터 보험 처리까지 혼자 해본 것도 다 자산이다. 그렇게 경험이 쌓인다.


이제 선택은 딸의 몫이다. 9월이면 4학년으로 복학한다.
졸업 후 공부든 직장이든 창업이든.


다만 나는 바란다.
서른 살까지는 실패해도 괜찮으니 최대한 시도하고 실험해보길.
그게 평생의 경쟁력이 될 테니까.
그리고 이번 직장 생활이 앞으로의 선택에서 중요한 실마리를 줄 테니까.


딸아, 수고 많았다. 며칠 푹 쉬고 새 출발해라.
학교에 돌아가면 이전과는 다른 느낌, 다른 생각, 그리고 다른 관계 맺는 법을 배우게 될 거다.

이처럼 출발과 마감은 언제나 우리를 한 단계 어른으로 만들어간다.


모든 것이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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