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버티는 사람을 위한 세 가지
누군가를 키우는 데 가장 많은 자원이 들어가는 직업이 있다면, 아마도 ‘우주비행사’일 것이다. 수천억 원이 투입되는 프로젝트이기에, 단 한 사람의 역량이 전체의 성패를 좌우한다.
인사·리더십 분야의 명저인 맥콜의 『야심가들(High Flyers)』에서는 우주비행사 선발과정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어려움을 통과할 때, 점핑(jumping)한다.”
성장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얼마나 도전적인 상황을 경험했고, 그 속에서 얼마나 변화했는가다. 훈련은 준비의 시간이 아니라, 성장을 촉발하는 결정적인 경험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 이 순간을 버텨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도 마찬가지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존재.
우리 모두는, 자신에게 있어 ‘우주비행사보다 더 중요한 프로젝트’다.
며칠 전, 그런 ‘훈련의 터널’을 실제로 통과해낸 한 사람을 만났다.
밝고 유쾌한 에너지를 가진 그는, 내 책 집필에도 중요한 아이디어를 보태준 분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오랜 시간 정신적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지금은, 그 시절을 지나 성장했고, 누군가를 돕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내가 물었다. “그 시간을 견디고 지나올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나요?”
그는 망설임 없이 세 가지를 말했다. 들어보니, 그 어떤 이론보다 실감나고 설득력 있는 대답이었다.
1. 무조건적인 사랑
세상의 끝에 서 있다고 느껴질 때,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을 믿고 응원해주는 존재가 있다면 버틸 수 있다.
“살아 있어줘서 고마워.”
그 한마디는 자존감을 지탱하는 밧줄이 되고, 생명력을 붙드는 마지막 끈이 된다.
꼭 연인일 필요도 없다. 진심이 담긴 사랑이면 충분하다.
2. 의학적 도움
마음이 아플 땐 조언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하다.
약물이든 상담이든, 나에게 맞는 형태의 전문적 개입은 회복의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미국에서는 정신과 의사들조차 정기적으로 동료 상담을 받는다. 마음도 몸처럼, 전문가의 손을 빌려야 회복된다.
3. 아주 작은 성공 경험
희미하게라도, ‘해냈다’는 감각이 다시 걸음을 떼게 만든다.
크고 멋진 성취가 아니어도 좋다.
‘작은 성공’은 자존감을 복구하고, 삶의 방향을 바꿀 에너지를 만든다.
그게 쌓일 때, 우리는 마침내 새로운 도전에 맞설 수 있다.
그는 그 시절, 자신을 믿어주던 한 명의 선배(이성 연인도 아닌, 동성의 선배)가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처럼 고통을 겪고 있는 후배 한 명을 진심으로 돕고 있다. 많은 사람을 돕지는 못하더라도, 자신이 지나온 길과 맞닿아 있는 단 한 사람만큼은 끝까지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이런 선순환은 드물다. 그래서 더 귀하게 느껴진다.
나도 그처럼, 한 사람을 위한 ‘신뢰의 은행’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존중과 지지, 경험이라는 이름의 자산을 차곡차곡 저축해두는 은행.
그 잔고가 충분해졌을 때,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세상은 생각보다 살 만한 곳이다.
누군가가 진심으로 나를 바라봐 주는 단 한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그 누군가가 나 자신일 수 있다면, 우리는 다시 살아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