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키우지 않으면 무너지는 리더십 생태계
어제 인사관리협회 주관으로 열린 인사팀(부)장 교류회에서 강연을 했다. 당초 요청받은 주제는 ‘리더의 조건과 리더십 개발 방안’이었다. 하지만 나는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우리는 정말 리더를 기르고 있는가?”
“그리고, 그 일을 지속적으로 해낼 각오가 되어 있는가?”
리더는 절반쯤 타고나고, 절반쯤 길러진다
이랜드 지주이사회에서 이런 주제로 토론한 적이 있다.
“리더는 타고나는가, 길러지는가?”
결론은 명료했다. 절반은 타고난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퀀텀 점프를 이뤄낸다.
마치 대나무가 4~5년 동안 땅속에서 거의 자라지 않다가, 어느 해 갑자기 20미터를 훌쩍 뻗어 올라가듯. 아마 그 순간은 ‘1만 시간의 법칙’이 조용히 작동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겉보기엔 평범했지만, 오랜 시간 묵묵히 쌓아온 노력과 통찰이 임계점을 넘은 것이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다음이다.
발견된 리더들을 그냥 두면, 리더십 공백이 시작된다. 리더는 발굴만으로는 부족하다. 반드시, 체계적으로 길러야 한다.
공자, 세종, 그리고 리더십 시스템
왜 공자는 2천 년이 넘도록 회자될까? 당대에는 그보다 학문적으로 뛰어난 사상가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공자는 ‘행하(杏下)대학’이라 불릴 만한 공동체를 만들고, 무려 3천 명의 제자를 길렀다. 그리고 그들 중 상당수는 제후국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는 참모나 관료가 되었다.
공자는 단지 지식을 전달한 것이 아니라, 당시 제후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인재들을 길러 사회로 진출시켰다. 말하자면, 실력 있는 리더를 조직적으로 양성해낸 사관학교 같은 역할을 했던 셈이다.
조선의 세종대왕도 마찬가지다. 즉위 초기에 집현전을 통해 유능한 인재들을 모아 교육하고 성장시켰다. 덕분에 15세기 조선은 세계 최상위 과학기술국으로 부상했다.
일본의 과학사학자 시바타 미노루 교수는 세종 시대의 조선이 중국·인도·이슬람·서유럽을 모두 능가한 과학 선진국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랜드의 실험과 결실
나 역시 이랜드에서 유사한 실험을 했다. 경영자 후보군을 조기에 발탁해, 적게는 4년에서 길게는 10년에 걸쳐 육성하는 트랙을 운영했다. 10년 후, 그들 대부분은 각 계열사의 대표가 되었다. 시간과 자원을 들였지만, 그보다 더 확실한 성과와 수익률은 없었다. 리더십 육성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이며, 가장 높은 레버리지를 낳는 전략이다.
피터 드러커와 슘페터가 남긴 말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슘페터가 남긴 질문 하나를 평생 간직했다.
죽음을 앞둔 슘페터는 드러커의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뛰어난 이론가로 기억되는 것보다, 6~7명의 훌륭한 경제학자를 길러낸 스승으로 남고 싶네.”
이 말은 드러커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고, 그는 경영자의 3대 과업으로 ‘직접 성과, 가치 이행, 인재 양성’을 정의했다.
리더를 기른다는 건 단지 사람을 키우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곧 조직의 철학과 가치를 다음 세대로 연결하는 일이다.
값을 치를 준비가 되었는가?
다만 모든 리더십 생태계는 값을 요구한다. 시간, 자원, 기회, 실험, 실패… 그리고 무엇보다 꾸준한 관심과 돌봄. 그래서 마지막으로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당신의 조직은 리더를 체계적으로 기르고 있는가?
그 일을 위해 시간과 예산, 주목을 ‘실제로’ 투자하고 있는가?
지금의 대표와 HR 리더는, 미래 리더를 위해 어떤 값을 치르고 있는가?
나는 여전히 믿는다. 사람을 길러낸 조직만이, 시간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