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먹지 않는다 – 장모님의 삼계탕 이야기

부제: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는 말의 진짜 뜻

by 전준수

어제는 딸아이가 직장을 그만두고 오피스텔을 정리하는 날이었다.

하나씩 꺼내다 보면 다 쓸모 있어 보여 짐이 제법 많았다. 아내와 함께 하루 휴가를 내고 기흥으로 향했다. 짐을 옮기고, 진천에 계신 장모님 댁에 잠시 들르기로 했다.


91세이신 장모님께는 미리 간다고 하면 꼭 뭔가를 준비하시기에, 늘 그날 도착 두 시간 전쯤에야 전화를 드린다. 어제도 전화드리니, 마침 친목회 어르신들과 삼계탕을 드시러 나가신다고 하셨다. 우리는 3시쯤 도착할 예정이라고만 전해드렸다.


저녁은 우리가 사간 좋은 소고기로 간단히 차려 먹으려 했다.
그런데 식사 준비 중, 장모님께서 조용히 삼계탕을 내놓으셨다.
“어머님, 삼계탕 하셨어요?” 아내가 놀라 물었다.


사연은 이랬다.
삼계탕 집으로 가는 길에 전화를 받은 장모님은, 손녀가 떠올랐다고 하셨다.
포장을 하나 부탁하려 했는데, 마침 재료가 다 떨어졌다는 말을 들으셨단다.
그래서 닭다리 하나만 드시고는, 배부르다며 젓가락을 놓으셨다.


그 모습을 본 친구분이 웃으며 말했다. “손녀 줄라고 안 먹는 거지~?”
그 말에 주변 분들이 닭다리 하나, 날개 하나씩을 보태주셨고 장모님은 결국 본인 몫 그대로를 정성스레 싸 오셨다. 그렇게 손녀를 향한 마음이 담긴 삼계탕을, 우리는 저녁 식탁에서 마주했다. 오는 길에 사온 소고기와 함께 온 가족이 웃음 가득한 저녁을 나눴다.


식사 후에도 장모님은 세 시간 가까이 옛날이야기, 최근의 일상, 그리고 자손들의 앞날에 대한 생각까지 열정과 활기 넘치는 이야기들을 이어가셨다.

그리고 마지막엔 이렇게 말씀하셨다. “직장 그만뒀으면, 용돈 필요하겠네~”
그러며 딸아이 손에 용돈까지 쥐여주셨다.


그날 우리는 삼계탕도, 소고기도, 그리고 깊은 사랑까지 먹고 서울로 돌아왔다.
올여름, 덥긴 해도 장모님의 삼계탕과 ‘사랑탕’ 덕분에 잘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는 책 제목처럼, 자기 것을 미루고 남을 먼저 챙길 줄 아는 사람, 줌으로써 관계를 더 풍성하게 만드는 사람, 그런 사람이 진짜 리더 아닐까?


리더십도 사랑도, 결국은 먼저 먹지 않는 사람에게서 시작된다.
어제 장모님이 내어주신 한 그릇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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