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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준수 Nov 17. 2023

내 명예는 가볍고 대한민국 육군 명예를 걸고 추천합니다

인재 평판의 위력

이랜드 그룹 인사총괄 책임자(CHO)로 10년 일하면서 많은 채용면접을 했다. 라인 경영자로 참석한 것까지 더하면 15년이상 여러 사람을 보는 기회를 가졌다. 


그 중에서도 흥미 있는 것이 지원자에 대한 외부 인재평판이다. 동료, 친구, 친지, 상사, 부하 등 필요에 따라 다양한 사람들을 확인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평판이 있다. 나나 내 자녀가 그런 평판 들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1) 당신은 000 지원자를 명예 추천하겠습니까? 

여러 해 전 장교출신 신입사원 채용하고 있을 때였다. 강원도 철원 전방부대부터 포항 해병대까지 경영자와 인사책임자가 짝을 이뤄 군부대를 방문하고 후보자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 서울로 오기 어려운 분들을 찾아간 인터뷰였다. 


그 시간에는 당사자뿐 아니라 부하 두 세 명, 그리고 최상위 상사(보통 대대장) 인터뷰도 했다. 군 특성상 좋은 평판만 해주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 있다. 맞는 말이나 각 사람들이 말하는 행간을 읽고 종합 진단하는데 초점이 있었다. 물론 우리의 정성이 그분들 입사결정에 영향 준다는 것과 인재선점 효과도 고려했다. 


인터뷰 말미에는 “당신은 그를 추천하시겠습니까?” 라고 묻는다. 한번은 대대장이 부재중이어서 나중에 전화 인터뷰를 했다. 


“당신은 그를 추천하시겠습니까?” “네. 추천합니다.” 다시 물었다. 당신은 그를 당신의 명예를 걸고 추천하시겠습니까?”….. (잠시 정적…...) “내 명예는 너무 가볍고, 대한민국 육군의 명예를 걸고 추천하겠습니다.”


(2) 내가 걸 수 있는 명예가 있는가?        

역사상 가장 긴 번영을 누렸던 로마는 익히 알고 있듯이 하루 아침에 된 것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한가지 이유를 꼽으라면 지도자들의 품격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적어도 타락상태에 이르기 전까지 상층부는 그들의 명예를 지켰다. 


가장 드러난 경우는 국가위험에 처했을 때였다. 한 전쟁에서는 원로원 자녀 절반인 3천명이 전사했다. 그들에게는 목숨과 바꿀만한 명예가 있었다. 따라서 원로원의 결정들은 신뢰를 줄만했고 권위가 있었던 것이다. 


위에서 그 대대장은 본인 명예는 가볍기에 대한민국 육군의 명예를 건다고 했었지만, 실은 그분은 부하들에게 존경 받는 대대장이었다. 자기 명예를 넘어 육군의 명예를 건다는 말은 부하를 잘 알고 있고, 부하에 대한 애정의 깊이가 어떤지를 보여준다.  


내가 명예추천 할 수 있으려면 먼저 명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 미래가 아니라 나의 과거와 현재가 그것을 뒷받침해주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건국초기 미국에 가장 큰 영향 미친 사람의 하나였고 자기계발 선구자 벤자민 프랭클린이 갖고 있던 기준들은 생각해 볼만하다. 그 중 하나는 나에게도 큰 지침이 되었는데, 친구 앞에서 비굴하기 보다는 적 앞에서 죽음을 택한다.”이다. 


그는 명리보다 가치와 명예를 중시하고 지켰던 사람이다. 그것을 지키기 위해 13가지 덕목을 정하고 매주 하나씩 수년간 집중, 반복해서 지키고 지워나가면서 습관화 했다. 


(3) 나를 명예 추천해줄 사람, 내가 명예 추천할 사람은 몇 명인가?

사람들이 나를 한 줄 추천한다고 할 때 뭐라고 할까? 아니, 그보다 먼저 생각할 것이 있다. 나를 명예추천 하겠다고 자신의 명예를 걸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그 분은 걸 명예가 있을까? 반대로 내가 명예 추천해줄 만한 사람은 몇 명 일까?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한 순간에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살아온 날, 남긴 흔적, 상대를 위해 값 지불한 역사에 비례한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성숙과 성공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은 증표가 될 것이다.

 

친구, 친지, 직장 동료나 부하, 상사, 그리고 링크드인이나 네트워킹 통해 시작된 관계가 서로 명예 추천하고 지원하는 만남으로 발전하길 소망해본다. 


오늘 나만의 가상 명예의 전당을 만들고, 거기에 걸어둘 명단을 적어보면 어떨까? 혹은 내가 타인의 명예의 전당에 걸린다면 몇 사람이 내 사진을 걸어 둘까?  


참, 위에서 대한민국 육군의 명예를 걸고 추천 받은 지원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당시 CHO였던 필자는 면접 결과에 관계없이 그를 합격자로 분류했다.   


적용질문

1. 내 주변에서 내가 명예 추천할 만한 인재는 누구인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2. 내가 입사지원서를 낼 때 나를 위해 명예추천해줄 만한 사람은 누구누구인가? 

3, 나만의 명예의 전당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만든다면, 명예의 전당이 완성되었을 때의 모습을 자신에게 1분간 미리 설명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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