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째 이어온 연말 1박 가족 여행이 남긴 것들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던 시절부터니까, 어느덧 17년째가 되었습니다.
매년 12월 30일이 되면 우리는 강원도 평창 플로라 호텔로 연말 가족여행을 떠났습니다. 오대산을 배경으로 한 이 호텔을 우리는 ‘우리의 별장’이라고 불렀습니다. 적어도 이틀 동안은 우리가 온전히 누리는 공간이었으니까요.
첫 날은 각자 자유롭게 쉼을 누립니다.
사우나도 하고, 운동도 하고, 저녁엔 바비큐를 먹기도 하고요.
집에 TV가 없어서 아내는 호텔방에서 응답하라 1988을 보며 시간을 즐깁니다. 아이도 이어폰을 끼고 자기만의 프로그램을 찾아보곤 했죠.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 되면
카페나 라운지에 앉아 1년을 돌아보고 1년을 설계합니다.
감사 제목을 나누고, OATE 프레임으로 계획을 정리합니다.
(Objective–Activity–Timetable–Evaluation)
이 작업은 영적·지적·사회적·신체적 영역으로 나누어 진행합니다.
그렇게 몇 년을 이어오다 보니, 아이도 자연스럽게 이 과정에 함께 서 있게 되더군요.
어느 순간부터는 ‘아이를 돕는 시간’이 아니라, 우리 가족이 함께 성장하는 시간이 되어 있었습니다.
올해는 처음으로 서울 여의도에서 연말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새삼 흥미로웠던 것은, 감사를 정리하는 방식이 모두 달랐다는 점이었습니다.
딸아이는 구글 캘린더를 보며 월별 하이라이트를 정리했고
아내는 대학 시절 편집장을 했던 사람답게 사진까지 넣어 ‘월간지’처럼 만들었고
저는 올해 품고 있던 생각과, 선물처럼 주어진 사건들을 중심으로 기록했습니다
같은 시간을 보낸 가족이지만,
기억하는 방식과 의미화하는 방식은 모두 달랐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붙들고 있는 ‘핵심 콘텐츠’는 같습니다.
바로 지나온 날들에 대한 감사입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같은 행동을 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중심축으로 삼고 있느냐라는 것.
아리스토텔레스의 문장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목표에서는 일치,
행동에서는 자유,
관계에서는 신뢰"
개인과 가정, 그리고 조직까지 모두에게 유효한 원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를 적다 보니, 가족 모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2026년도 어려움은 있겠지만, 충분히 해볼 만 하겠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돌아보니 올해의 좋은 일들은 대부분 제 의도 밖에서, 사람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청년멘토링 「The Day of Youth 2025」도 그랬습니다.
트레바리, LinkedIn등 SNS, 강의, 멘토링, 그리고 친구와 지인을 통해 만나게 된 사람들이 모여 누군가의 인생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날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내 계획이 얼마나 정교한가”보다 “나는 무엇을 중심에 두고 살고 있는가”가 더 중요해 보입니다.
같은 행동을 해도 우리가 무엇을 붙드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성장하고 진화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세상은 충분히 살 만한 곳이 되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2025년에 무엇을 중심에 두고 살아오셨나요?
그리고 2026년에는 무엇을 새롭게 붙들고 싶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