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의견 듣고 투자결정 했어. 수익 10%는 너에게주마
자녀교육 – 학교에서의 배움을 실생활에 적용하기
1. 2016년말, 이태리 법인장 발령을 받았다.
조기 정착을 위해 나 혼자 중국으로 떠났다. 이태리에 본부가 있지만 중국사업 확장에 승부를 걸기로 했다. 밀라노와 상해를 오가며 일하기로 했고, 석 달 후 가족들이 상해로 왔다.
2. 당시 딸 아이는 막 중학교를 마쳤고, 인터내셔널 스쿨에 지원했다.
딸 아이는 운동을 좋아해서 중 3때 학교 배드민턴 선수도 했다. 아내가 담임 선생님을 면담했었는데 딸 아이는 동료 그룹에서 1,2등을 한다고 했다. 공부그룹, 관계중심그룹,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부와 담 쌓은 세 그룹이 있는데 딸은 관계중심그룹에서 선두라고 했다.
길게 설명했지만 In Seoul 어렵다는 말이었다. 학원도 거의 안 다닌 아이가 인터내셔널 학교 입학시험을 치렀다. 딱 한 곳 지원했는데 놀랍게도 합격했다.
3. 딸 아이가 공부한 과정은 IB였다.
IB과정은 난이도가 높아 통과하면 영국대학에서는 1년 과정을 인정한다. 중등 기초와 고등 심화과정을 거친다. 한국에서도 공부를 별로 하지 않았던 아이가 중등기초 없이 영어로 수업을 듣느라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4. 하교 길에 아이가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하루는 나에게 이자율, 수요, 공급 등 몇 가지를 물었다. 경제학 과제가 ‘경제기사를 골라 배운 이론으로 정리하고 의견을 내는 것’이었다.
얼마 전에는 적자매장의 기본 정보를 알려달라고 했었다. 수학에서 최적화(optimization) 과제를 받았는데 매출, 비용, 이익 등의 정보를 토대로 손익분기점에 이르는 공식을 설명하고 대안을 찾기 위함이었다. IB과제 난이도가 한국대학 1,2학년 수준보다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5. 몇 일 후 보고서를 보여 주었다.
파이낸셜 타임즈에서 ‘국제금리 변동과 필리핀경제’ 칼럼을 보았다고 했다. 그것을 토대로 수요공급 그래프, 금리 변동에 따른 예상 변화 등을 정리한 후 본인 의견을 냈다. 결론적으로 향후 몇 년간 필리핀 경제는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6. “필리핀 주식에 1000만원 투자 결정했어.”
나도 해외자료를 찾아 보고, 딸의 분석이 맞는다는 판단이 들었다. “네 보고서 보았는데 네 의견에 동의해. 필리핀 경제 좋아지겠네. 그래서 필리핀 주식에 1000만원 투자하기로 했어.”
갑자기 아이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대신,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필리핀과 베트남 주식시장에 각각 500만원씩 투자할 생각이야. 이익 10%는 너에게 주마. 원천 지식은 네게 있으니까. 나중에 학비나 사업자금에 써도 좋아.”
7. “학교에서 돈 버는 법을 가르치는 과목이 없는 것은 참 이상하다.”
‘월가의 영웅’, 전설적 투자자 피터린치의 말이다. 대학 졸업 후 사람들이 돈 벌려고 매달리는데 왜 4년 동안 그것을 가르치지 않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8. 배움의 핵심은 삶에 적용하는 것이다.
돈 버는 방법은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배움을 현실에 적용하는 훈련이다. 배움이 교과서와 실험실 안에만 머무른다면 문제가 있다. 배움은 미래만 아니라 지금 현실에서도 적용되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9. 필리핀 주식 투자 성적은 어떻게 되었을까?
투자 후 몇 개월은 필리핀과 베트남 주식시장 활황으로 상승 국면에 들어섰다. 하지만, 몇 달 후 코로나가 왔다. 더 이상 보유할 수 없어서 20% 빠진 시점에서 매각했고 아이에게도 설명했다.
200만원 잃은 것인데, 아이의 경제교육, 아니, 그 보다 학교에서의 배움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현실에 적용된다는 것을 경험한 수업료였기에 아깝지 않았다.
10. 배우지 않고 행하면 위험하다. 반면, 배운 것을 행하지 않으면 공허하다.
직장 생활도 마찬가지다. 틈틈이 책을 읽고 다양한 정보를 얻고 네트워킹을 한다. 이 모든 일을 하는 이유는 배운 것을 적용해 성과 내는 것이다. 배우지 않고 행하면 위험하다. 반면, 배운 것을 행하지 않으면 공허하다.
따라서 우리는 하루를 돌아보며 두 가지 질문이 필요하다. 오늘 배운 것은 무엇인가? 그것을 내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배움은 현실에 연결될 때 비로소 그 목적을 이루고 생산성과 성장의 길로 우리를 인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