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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준수 Apr 10. 2024

인생 유연성

아직은 모른다. 어쩌면 이것이 최선일 수도 있다.

1. 피터 드러커는 탁월한 인재였기에 적어도 직업 선택의 주도권을 갖고 살았을 것 같다. 출중한 능력 때문이다. 그의 대학입시 논문이 독일 경제 계간지에 실린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미국에 이민 온 후에 타임지에 입사 예정이었으나 타임지내 공산주의자들의 반대로 입사 거절을 당했다. 만약에 입사했더라면 공산주의자들의 공격으로 재기 불능 상태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에는 테러마저 일어날 정도였다.                      

                        

시간이 흘러 콜롬비아 대학에서 매니지먼트 강의를 열기로 했는데 당시 학장(아이젠아워, 학장 후 대통령 취임)의 반대로 취소되었다. 낙심하여 지하철로 걸어 가던 중 한 뉴욕대학 교수를 만나 일자리를 얻고 매니지먼트 학과를 설립했다. 그는 거기서 품질 경영의 대가인 데밍과 조셉 주란을 매니지먼트 학과 교수로 영입하는 인재경영 역량도 보였고 뉴욕대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2. 이렇듯, 당시에는 실패로 여겨지던 것이 또 다른 만남을 통해 더 좋은 길로 인도되는 경우는 수 없이 많다. 물론 조건이 있다. 


3. 원하는 대학에 탈락하여 재수했다. 그런데 수능(학력고사) 날 1교시 후 휴식 시간에 교실인지 복도인지에서 담배를 피는 수험생들이 여럿 있었고(믿기지 않겠지만 그때는 그런 곳이 있었다) 짙은 담배 연기로 머리가 핑 돌았다. 약간의 핑계도 섞일 수 있었겠지만, 다음 시간에 수학 25개 문제 중 12개를 찍었다. 머리가 어지럽고,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 중 1개만 맞았다. 처음 맞아본 점수였다. 결과적으로 원하는 대학에 지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르침과 진로에 영향을 준 선배와 스승을 만났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분들도 만나지 못하고, 전혀 다른 길을 걸었을 것이다. 당시 나의 성향이 그랬다. 그래서 후일에 생각했다. 이것이 나에게 최선의 길이었다고, 신의 한 수라고만 설명할 수 있는 것 말이다. 


4. 그런데 그 후로도 이런 일들이 인생에서 간간이 일어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내가 선택을 할 때 쉽고 무난한 길 보다는 어려운 쪽을 택하고 리더를 중시하게 된 점이다. 


입사하고 3개월 신입 교육후에 사업부 1,2,3 지망을 지원할 수 있었다. 당시 나의 선택 기준은 3가지였다. 먼저는, 가장 어려운 사업부로 간다. 남들이 가기 싫어하는 곳으로 간다. 마지막으로는 리더를 보고 간다는 것이었다. 당시 지원한 사업부 본부장이 나의 롤 모델이어서 1,2,3 지망 모두 한 곳만 지원했다. 실은 그렇게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던 터였으나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곳에서 본부장님을 통해 실제로 많이 배우고 빠르게 성장하는 기회를 얻었다. 


5. 살다 보면 원하는 곳에, 원하는 때에 가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 덕분에 오히려 원래대로 갔더라면 만나지 못했을 귀인이나 기회를 만나기도 한다. 물론 어디서나 최선을 다할 때 찾아올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현재 나의 위치가 어디에 있든지 지금이 최선의 길로 가는 여정이라고 기대하고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하는 것이 현명하고 현실적인 삶인 것 같다. 


6. 참, 앞에서 아이젠하워가 드러커를 콜럼비아 교수 임용에 반대했다고 했는데 그는 그런 결정을 어떻게 피드백 했을까? 아이젠하워는 본인 실수를 인정한 것 같다. 왜냐하면 그는 대통령이 된 후 드러커를 불러 고위직으로 승진한 관료들의 인재개발을 맡겼다. 


그때 드러커가 교재로 만든 것이 ‘자기 경영노트’ 혹은 ‘성과를 향한 도전’으로 알려진 ‘The Highly Effective Executives’다. 덕분에 드러커도 이 책을 냈다. 내가 보기에 ‘성과습관’에 이보다 좋은 책은 없다. (나는 지인이 신입 취업하면 이 책을 추천하거나 선물한다. 다른 10권의 책보다 낫다.) 


7. 이를 통해 볼 때, 역시 아이젠하워이고 드러커인 것 같다. 당시에는 함께 하지 못했더라도 각자 현재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이전의 만남이 새롭게 연결되기도 한다. 결국 최선을 다한 사람들에게 만남이라는 축복이 새로운 길로 인도하는 것 같다. 


적용질문

1. 인생을 너무 돌아온 것 같은데 결국은 지름길이었음을 느낀 적이 있는가? 어떻게 그런 일이 생겼나? 

2. 당신은 인생 계획 중 어느 지점을 지나고 있나? 지금의 자리가 최선의 길로 이르는 여정일 수 있다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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