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중희 Feb 26. 2021

독일 코로나 병동 삼시세끼


코로나 병동 아침 식사


낯선 곳 그것도 코로나 병동 1인실에서 밤새 흐으흐으 어어어 하는 사람 소리인지 조차 분간이 가지 않던 그 이상한 소리와 휘휘휙휘휘휙 하며 세찬 바람 소리 같은 것이 어우러진 괴기스럽기 그지없는 소리 들을 벗 삼아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아침은 여지없이 밝아 왔고 간호사 쌤 한분이 들어와 열을 재고 혈압과 산소포화도를 체크하고는 바로 아침을 가져다주었다.

독일은 간병인이나 보호자들이 입원실에서 환자를 간병하지 않는다. 환자가 입원을 하게 되면 진료와 식사뿐만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목욕과 화장실 문제까지 모든 것을 병동에 있는 의료진들이 맡아서 하게 된다. 그래서 일반 병동이라면 실습생, 간호사 쌤, 의사 쌤 할 것 없이 꽤 많은 의료진들이 시간대 별로 수시로 오가게 되어 있다. 거기에 비해 코로나 병실은 딱 정해진 시간에 방호 가운들로 완전무장한 의료진 들만 들어왔다 나갈 수 있으며 그때마다 그 방에서 사용된 가운 들과 장갑을 폐기 처리될 의료 쓰레기 함에 벗어 두고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 상황에서 누군가를 붙들고 어제의 그 기괴한 소리들에 대해 물을 수는 없었다.


아침식사, 둥근 것이 독일식 작은빵 브뢰첸,토스빵 하나,소세지 ,따뜻한 차 한잔

그런데.. 잠도 못 자고 몸 상태도 엉망이다 보니 입안이 꺼칠 거려 도저히 아침을 먹을 수 없는 거다.

독일의 병원식 아침이라 하면... 저 하얀 뚜껑을 열었을 때 요렇게 접시에 빵과 치즈, 소시지가 골고루 나오거나 환자가 선택한 소시지 종류 또는 치즈 종류들이 나온다. 그전날 너무 늦은 시간에 입원실로 올라와서 미리 식단표를 신청할 수가 없어 기본 메뉴 들로 나온 것인데... 말랑한 토스트 빵 하나, 겉은 거칠고 딱딱하고 속은 부드러운 독일식 작은 빵 브뢰첸 그리고 딱 소시지 한 장.

거기에....

쨈 하나, 작은 버터 3개, 크림치즈 하나 언제 마시게 될지 모를 커피에 넣는 커피 크림 그리고 따뜻한 물 한잔....

그전날 저녁부터 먹은 것이 없어 평소 라면 정말 감사히 먹었을 터인데.. 도저히 먹을 엄두를 낼 수가 없었다.

단지, 입원실 안에 주방이 있다면 혼자 죽이 라도 끓여 먹고 싶은 마음만 간절할 뿐...


빵에 바르는 버터, 크림치즈,커피 크림

그렇게.. 먹을 수 없는 아침을 뒤로하고 따뜻한 차 한잔으로 빈속을 달랬다.

한참을 지나 또 누군가 아침 먹은 그릇을 가지러 들어왔다.

그런데 내가 잘 아는 목소리가 내게 아는 체를 해 왔다.

마리안나.. 이런 데서 만나게 되다니 우리는 서로 놀라워했다.

그녀는 우연히 여행에서 만나 함께 운동도 하며 만나던 꽤 오래된 친구다.

코로나로 정신없이 보내는 동안 서로 만나지는 못했어도 종종 SNS로 소식을 전하던 친구인데

코로나 병동에서 만나게 될지 그녀도 나도 생각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원래 내과 병동 담당 간호사가 아녔으며 나 또한 어느 날 갑자기 코로나도 아닌데 코로나 병동에 입원하게 될지 상상도 못 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홀로 갇히다시피 한 곳에서 누군가 아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마리안나 또한 환자가 자기 친구라고 다른 간호사 선생님들에 비해 제법 긴 시간 병실에 함께 있어 주었다.

그 덕분에 그녀는 왜 이병동에 있는 건지 그리고 그 괴상한 소리들은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얻어 들을 수 있었다.  


아침 교대 시간에 새로운 환자 이름이 낯익어 설마 했는데 진짜였다는 마리안나에게 내가 고열로 응급실에 오게 된 이야기와 아직 코로나 PCR가 확인되지 않아 코로나 신속 진단 테스트에서 음성이 나왔어도 이곳으로 올 수밖에 없었음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녀는 이병원이 코로나 거점병원이 되고 코로나 병동이 만들어지면서 자원해서 왔노라 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왠지 그녀 라면 웃으며 손을 번쩍 들지 않았을까 싶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가장 궁금했던 그 이상한 소리는 내 바로 앞방에 치매 환자가 계시는데 코로나 증상이 심해서 고통스러울 때마다 그렇게 이상한 소리를 지르신 다고 했다.

또 그 대나무 숲에서 바람 부는 듯한 소리는 그 병동 건물 즉 내 입원실 방 꼭대기가 바로 응급 헬기 착륙장 이라 했다.

이제 그 괴기스러운 소리들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 왜 그전날 병동 문을 열던 누군가 18번 방을 이야기할 때 그렇게 움찔했는지 모든 게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한마디로 내가 입원했던 18번 방은 밤이나 낮이나 헬기 뜨고 내리는 소리에 정신이 없는 데다가 앞방의 이상한 소리까지 더해 4D 영화를 하루종일 감상하는 것 같은 방이었던 것이다.


코로나 병동 점심 식사 야채 국, 빵  따뜻한 차, 그리고 후식으로 사과 한 알,과자
코로나 병동 점심식사

마리안나를 만나고 수상한 소리들의 정체를 알게 되고 더 이상 외딴 곳에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어느새  불안한 마음이 한결 누그러 졌다.

참, 모든 게 마음먹기 나름이고 죽이란 법은 없다고 극한 상황에 우연히 만난 친구는 새삼 더 의지가 되었다.

그렇게 점심시간이 되고 Eintopf 아인 토프 가 나왔다. 야채와 고기가 들어간 독일의 가장 흔한 수프 중 하나다. 맛은 우리로 하면 맑은 국 비슷하려나?

감자, 당근, 양파 등에 야채와 소시지가 들어 있는 따뜻한 아인 토프를 후후 불어 가며 서너 수저 먹고 나니 나른하니 좋았다.

물론 입안이 다 부풀어 있는 상태라 다 먹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무언가 먹고 나니 힘이 조금 나는 것 같았다.

이대로 라면 주말을 여기서 보내게 된다 해도 그리 나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오후가 지나자...

그전날 간신히 혈관을 찾아 꽂아 놓은 수액이 들어가는 관 부라뉼레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코로나 병동 저녁 식사

저녁을 가져다준 간호사 쌤이 수액이 들어가는 링거 병을 확인하고 손등에 꽂혀 있던 부라뉼레 관을 확인하더니 퉁퉁 부운 내 손가락에 놀라며 부랴부랴 그 관을 뽑아 주었다.

코로나 병동 저녁식사,독일식 검은빵 브로트, 그위에 토스트빵, 그리고 치즈와 소시지, 토마토 ,후식은 얼핏보면 우리의 모과 처럼 생긴 것이 독일의 배, 요쿠르트, 따뜻한 차 한잔


문제는 그날도 혈액을 채혈해야 하는데 부라뉼레 관을 뽑아 놓았으니 그전날 했듯이 혈관 찾아 삼만리를 또 반복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의사 쌤이 부라뉼레를 다시 놓아주고 혈액채혈을 하기 위해 오늘안에 언젠가 올 것이라는 말을 남긴 체 간호사 쌤은 총총이 사라졌고 나는 오늘은 혈관 찾는 것이 또 얼마나 힘들려나... 하는 걱정에...

저녁으로 나온 빵과, 치즈, 토마토 소시지 접시는 살포시 닫아 놓고 후식으로 나온 작은 배 하나와 요구르트 서너 숟갈로 저녁을 끝내고 심란해했다.


그날이 입원기간 중 가장 힘든 날이던 것으로 기억 한다. 아마도 입원중에 3kg이 빠졌던 것이 그밤을 기점으로 해서 아닐까 싶을 만큼 그날밤은 내게 아주 특별한 기억을 남겼다.


다음 편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독일 코로나 병동에 입원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