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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Feb 24. 2021

독일 코로나 병동에 입원했다.


어느 날 갑자기


여느 날과 다름없이 시작된 목요일 아침이었다. 단지 머리가 아프고 어깨와 목과 어깨가 결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평소에도 자고 일어나면 머리 가 아프고 뒷목이 결리는 일이 자주 있던 편이라 그리 놀라운 일은 아녔다. 똑바로 누워 자야 건강하다는데 자다 보면 나도 모르게 늘 한쪽으로 모로 누워 자고 있었고 그로 인한 두통을 동반한 근육통이 잦은 편이었다. 중간중간 스트레칭과 수영으로 풀어 주고는 했지만 코로나 락다운으로 요즘은 그마저도 여의치 못하다. 그렇다 보니 몸 구석구석이 시원치 않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두통과 함께 갑작스레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병원에는 병가를 내고 퇴근한 남편이 우리 병원에 구비되어 있는 신속진단 키트로 곧바로 코로나 신속 테스트를 했다. 결과는 음성.

병원에서 일하면서 정기적으로 코로나 테스트를 해 왔고 항체검사를 해 왔다.

또 인후통, 기침 등과 후각 미각 상실 등이 없어 열이 난다 해도 코로나로 의심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일단 열이 나면 코로나 검사부터 하는 것은 코로나와 1년 도 넘게 싸우고 있는 우리에게 이제는 습관 같은 것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37도 38도로 올라가던 열은 급기야 밤에는 40도가 넘어갔다. 밤새 고열에 시달리던 다음날 해열제를 먹어도 열이 쉬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고 통이 계속되자 남편은 아무래도 정확한 검사를 위해 종합병원 응급실을 다녀오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혹시라도 뇌수막염 이라던가 신경과 적 응급한 상황이 아니기를 바라며 말이다.

참고로 뇌수막염은 바이러스성과 세균성 등으로 나뉘지만 증상은 고열과 두통 그리고 오환 등으로 얼핏 일반 몸살감기 증상과 매우 유사 하나 해열제를 먹어도 열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고열과 일반적이지 않게 깨질 듯이 심한 두통 등의 증상이 있습니다. 응급실로 갈 당시 거의 흡사한 증상을 가지고 있었어요.

혈관 찾아 삼만리


코로나 이후 독일의 종합병원들은 보호자 들의 출입을 제한해 왔다. 그래서 남편은 응급실 입구에 나를 내려 주고 나는 혼자 열나는 머리를 부여잡고 응급실 수속을 마쳤다. 머리가 아프고 열이 심해서 힘이 없었지만 접수처에 의료보험 카드와 간단한 서류를 내고 증상과 코로나 테스트 음성이었음을 이야기하는 일련의 절차는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었다. 다행히 오랜 시간 기다리지 않고 나는 바로 응급실 7번 방으로 안내되었다.


독일의 응급실 또는 응급센터는 넓은 공간에 여러 개의 침대와 칸막이가 아니라 각각의 작은 방처럼 생긴 진료실로 환자가 안내되고 그곳에서 각각 검사 또는 진료를 받는다. 이때 진료 순서는 병원에 도착한 순서가 아니라 응급한 순서대로 다. 7번 방에서 맨 처음 내가 받은 검사는 코로나 신속 테스트.(병원 오기 바로 전에 했지만 병원에 발을 디딤과 동시에 코로나 검사부터 받아야 한다) 마스크를 썼으매도 예쁨을 다 가리지 못하는 금발 머리의 젊은 간호사 선생님이 코로나 검사용 면봉을 들고 귀엽고 친절한 목소리로 내게 이야기했다.

'아프지 않게 금방 끝내 드릴게요'라고 그렇게 두 번의 코로나 신속 검사를 끝내고 음성을 받고는 혈액 검사를 위한 채혈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양쪽 팔을 샅샅이 뒤져 보고 두세 번 바늘을 찔러 넣어 보던 간호사 선생님은 난감함을 금치 못하는 목소리로 다른 간호사 선생님에게 SOS를 보냈다.


모셔온 간호사 선생님은 마치 여군 같은 절도 있는 목소리로 '그렇게 어려워?'라며 다소 여유 있는 목소리로 나의 양팔을 훑어보았다.

그녀는 처음 자신 있던 목소리와 는 다르게 몇 번의 시도 후 아무래도 의사 선생님을 모셔 와야겠다며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두 팔에는 바늘 자국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참을 기다리려니 호리호리 하게 생긴 조금은 피곤한 기색의 남자 의사 선생님이 와서는 미안하다며 팔 손목 손등 할 것 없이 채혈이 가능한 곳들을 찔러 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실패...

의사 선생님도 혈관을 찾지 못하자 아까 줄줄이 실패했던 간호사 선생님들이 은근히 안심된다는 목소리로 "저분 혈관이 너무 안 보여요!" 라며 무안해하는 의사 선생님을 위로했다.

그 의사 선생님은 내게" 아 이런 날 동료 루카스가 있었다면 바로 뽑았을 텐데 아쉽네요. 그 녀석은 못 찾는 혈관이 없거든요"라는 말을 뒤로하고 총총이 사라졌다.

나는 얼굴도 모르는 루카스 선생님이 왜 오늘 근무가 아녔을까를 속상해하며 또 한참을 기다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갈색 머리를 하나로 묶고 안경 을낀 차분한 느낌의 여자 선생님이 7번 방 문을 열고 들어 왔다. 그녀는 본인을 신경과 전문의라고 소개하며 이미 너덜너덜 해진 내 두 팔을 꼼꼼히 둘러보고는 "평소에 어떻게 채혈하셨어요? "라고 물었다.



검사받다 죽겠네..

나는 머리도 아프고 열도 나는 상태에서 몇 사람째 여기저기 찔러 대기 바쁘니 만사 귀찮았다. 

그러나 빨리 혈액 검사를 해야 다음 검사들이 진행되고 그래야 집에 가지 싶어 없던 힘을 끌어 모아 대답했다

" 네.. 혈관 찾기가 조금 어려워요 그래서 매번 서너 번 이상 시도해야 채혈이 가능했거나 그도 안되면 초음파로 혈관을 찾아 채혈을 하고는 했어요"라고 했다.

 나기가 무섭게 7번 방으로 초음파기가 들어왔다.

신경과 선생님이 초음파로 여기저기 훑어보고 시도해 보았으나 끝내 채혈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 다음번에는 짧은 머리에 키가 훌쩍 크고 마른 여자 선생님이 아까 신경과 선생님과 함께 들어왔다.

본인을 신경과 과장이라고 소개를 했던 그분은 간단한 신경과 검사들을 하고는 아직 혈액검사와 다른 검사들이 진행이 되지 못해서 정확히 이야기할 수는 없으나 본인 소견으로는 아무래도 뇌수막염 등 신경과 질환이 아닌 내과 쪽인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는 안경 낀 신경과 선생님에게 "마취과 선생님 콜 하고 안되면 사타구니 쪽에서 채혈 해 "라는 말을 남기고는 사라 지셨다.


아무리 혈관이 숨었다지만 간호사 선생님 둘 의사 선생님 셋 도합 5명이 채혈에 실패하고 7번 방을 나갔다.

나는 몇 시간째 피 뽑는 것 하나에 지칠 때로 지쳐 있었다.


그렇게 비몽사몽 간에 헤매고 있으려니 주로 수술실에서 입는 초록색의 가운을 입고 머리에 비닐 모자까지 쓰고 마치 지금 막 수술실에서 올라온 것처럼 보이는 둥글둥글 인상 좋아 보이는 마취과 선생님이 "혈관 찾기 어려우시다매요 한번 해 봅시다"라는 말로 채혈을 시작했다.

이번만은 제발... 하는 마음이 전해지기라도 한 것처럼.... 

자리가 없을 만큼 빼곡히 바늘 자국들로 덮여 있던 팔들을 초음파로 살펴보던 마취과 선생님은 세 번 의 시도 끝에  "아,찾았다,여기 있다!"라는 말과 동시에 혈액 채혈에 성공을 했다 그런데 문제는 혈액의 양이 부족했다. 아무리 그러 모아도 세 개의 혈액 통을 채울 양이되지 못했다.

결국 마취과 선생님은 사타구니 사이의 혈관에 바로 주사 바늘을 찔러 넣고 단번에 채혈을 해서 나머지 통을 채웠다.

이렇게 금방 끝날거 사람 생고생 시키지 말고 처음 부터 그렇게 채혈 하지 싶었는데..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은 채혈 하기에 위험할수 있는 곳이라 경험이 충분하지 못한 사람은 시도 조차 할수 없는 곳이고 하다하다 안되면 채혈 하는 곳이라 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혈관 찾아 헤매던 채혈이 모두 끝나고 이번에는 본격적인 신경과 검사들이 진행되었다.


아니, 코로나 병동 이라니요?


CT를 찍고 나서 안경 낀 차분한 신경과 선생님에게 간략한 설명을 듣고 동의서에 사인을 하고는 허리에서 척수를 축출했다.

뇌수막염인지 아닌지 정확하게 판별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검사라 했다.

검사에 들어가기 전에 겁이 잔뜩 났던 나는 떨려 오는 목소리로 물었다. "많이 아픈가요?"

그러자 차분이 선생님은 내게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채혈 때문에 여러 번의 바늘도 견디셨잖아요. 환자분은 아무렇지도 않을 거예요"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을 것이라던 그분의 말은 말짱 뻥 이였다.

허리와 다리가 분리 되는 느낌 이였다.

그렇게 몇 번에 거쳐 바늘을 넣었다 뺐다 하며 온몸이 식은땀으로 뒤덮일 때쯤 간신히 성공했다.


어렵사리 한 방울 두 방울 척수를 모으는 동안 그사이 금발에 이쁜이 간호사 선생님이 귀에 뜨거운 것을 붙여 두더니 혈액안의 가스 정도를 검사해야 한다고 했다.간호사 선생님은 살짝 부분 마취된 귀를 바늘로 콕콕 찌르더니 투명하고 얇디얇은 대롱에 피를 모아 담아야 하는데 그마저도 피가 안 모인다고 두 손을 들었다.


그날 나는 뭐든 한 번에 되는 게 없는 환자였고 혈액검사에 CT에 척수 축출 등등 몇 시간 동안 검사받느라 떡실신 하기 직전이었다.

왜 우리 병원의 할머니 할아버지 환자분들이 큰 병원 가셔야겠다고 하면 그토록 기절 팔색 하시는지 절로 이해가 되었다. 그분들이 말씀하시기를 큰 병원에서는 검사받다 죽을 지경이라 하셨었다. 내가 딱 그 지경이었다.


어찌 되었든 모든 검사가 끝나고 이제는 다 했구나 싶을 때였다. 안경 낀 차분히 선생님이 CT 검사에서도 척수 검사에서도 혈액 검사에서도 신경과 질환이 아니라는 진단이 나왔다고 했다.

그 말을 듣던 나는 다행히 별게 아녔구나 이제는 집에 가면 되겠구나 안도했다 그런데 안경 낀 차분히 선생님이 굳은 얼굴로 내과 선생님이 곧 오실 것이라고 했다.

나는 그녀의 걱정 어린 눈빛에서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그래서 검사가 나쁘게 나왔냐고 물었다. 당황스러운 모습이 역력하던 선생님은 "네 혈액검사가 많이 안 좋게 나왔어요 여러 가지 수치가 안 좋아요" 했다. 나는 놀란 마음을 겨우 진정시켜 가며 "많이 안 좋은가요?"하고 다시 물었다. 그녀는 걱정스러운 말투로"그냥 뵙기에 이 정도 수치가 나오리라고 상상도 못 했어요"라고 했다."그럼 입원해야 하는 거죠?"라고 묻는 내게 고개를 끄덕이던 선생님 뒤로 내과 병동 담당이라는 남자 선생님이 뛰어 왔다. 그분은 이모저모 질문을 하더니 아마도 바이러스성 감염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어떤 바이러스인지는 더 검사를 해 보아야겠고 나빠진 수치들이 좋아질 때까지 며칠 입원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검사만 받고 바로 집으로 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나의 바람이 와장창 깨지던 순간이었다.


그 밤 나는....

"아니 코로나 병동 이라니요? 신속 테스트에서 음성이 나왔는데 왜요?"라고 묻는 내게 "열이 나니 까요!"라는 간단한 대답과 함께 씩씩하게 침대를 밀던 간호사 선생님에게 이끌려 길고 어두운 복도를 지나 감염 병동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침대에 누워서 독일의 코로나 병동에 그렇게 입원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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