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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Apr 07. 2021

독일은 봄비 대신 봄눈이 내리기도 한다.

꽃들도 식겁했겠네


이른 아침에 먼저 일어난 남편이 내 귀에 다정히 속삭였다.

"눈 왔다!" 나는 속으로 사랑해 까지는 아녀도 얼른 일어나 도 아니고 눈 왔다 라니 잠 깨려고 뻥치시네 했다.

독일에서 눈이  라는 것은 가정집 들은 제각기 자기 집 앞에 쌓인 눈을 치워야 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 집 앞에 쌓인 눈을 치우지 않아 길 지나가던 사람이 넘어져 다친다면 그 집 책임이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출근 전에 삽질하고 가야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설마 눈비겠지... 아니면 우박 이거나....


독일의 4월 날씨는 이랬다 저랬다 하기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변덕스러운 사람을 4월 날씨 같다고 하겠는가. 그래도 그렇지 엊그제 우리 정원에 심어 두었던 튤립에 꽃망울 맺힌 것도 보았는데 눈은 너무 한 거 아냐.?

나는 벌떡 일어 나서는 남편이 자다 깨서 잘못 본 것이 아닐까 싶어 베란다에 나가서 먼저 확인을 해 보았다.

그랬는데..

진짜로 눈이 베란다 바닥에도 남의 집 지붕에도 하얗게 쌓여 있었다. 아,, 쉣뚜, 삽질해야 할지도 모른다.


시상에나 만상에나 아무리 독일 4월 날씨가 미친뇬 널뛰듯 한다지만 진짜 밤새 이렇게 눈이 왔을 줄이야..

안 그래도 지난겨울 30년 만의 폭설이네.. 뭐네.. 난리도 아녔구먼.... 더 내릴 눈이 남아 있었단 말인가....

불현듯 '펄펄 눈이 옵니다. 바람 타고 눈이 옵니다' 하는 아이들 동요가 떠오른.

그 노래 1절 가사 중에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송이송이 하얀 솜을 자꾸자꾸 뿌려 줍니다... 가 나온다.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아마도 서머타임으로 한 시간 앞당겨져 아침인데 어두침침한 독일이 아직  겨울인 줄 알고 냅다 냅다 뿌려 주었나 보다.

덴쟝....


우쨌거나... 장갑 끼고 모자 쓰고 겨울용 잠바 입고 호기롭게 현관문을 연다.

단단히 입고 나왔는데도 춥다.. 이래서 독일에서는 무더운 한여름 며칠 빼고는 언제든 꺼내 입을 수 있도록 찾기 쉬운 곳에 겨울 옷들을 정리해 두어야 한다.

봄, 가을이라 해도 수시로 날씨가 널을 뛰니 말이다.

휴우.. 다행히 바닥은 눈이 쌓이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집 정원에도.. 길거리 풀밭에도.. 봄꽃 심어 놓은 이웃집 화분 안에도 하얀 눈이 소복소복 담겼다. 펄펄 눈이 옵니다 라는 동요 속 2절 가사처럼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하얀 가루 떡가루를 자꾸자꾸 뿌려 놨는가 보다 그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노란색 보라색의 얇디얇은 봄꽃 들은 마치 백설기에 꽃을 얹어 놓은 듯 하얀 눈 속에 파묻혔다.

따사로운 햇빛도 부족할 판에 때 아닌 차가운 눈이 떨어져 내려 꽃들은 또 얼마나 식겁했겠는가.


옆집 아저씨도 건너편 집 아줌마도 자동차 위에 쌓인 눈을 털어내고 차창 사이에 낀 얼음들을 긁어내느라 분주하다. 밖에 주차해 둔 차를 타려면 눈 오는 날 필수 코스로 해야 하는 일 중에 하나다.

우리도 우리 차 위에 쌓인 눈을 치우며 글자를 썼다 지운다 눈... 흠... 눈..


출근하는 길..

사실 우리 병원의 환자들에게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해야 하는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있는 날이다.

긴장도 되고 여러 가지 생각으로 그전날 깊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눈으로 잠시 머리를 식힐 수 있었다.

앞에 가던 자동차에서 하얀 눈 뭉치가 툭하고 떨어진다... 차 트렁크에서 짐 떨어지듯.. 그렇게 툭툭.. 웃음이 난다. 남편과 출근하는 차 안에서 나리와 산책할 때 보았던 눈 속에 파묻힌 꽃들이 얼었으면 어쩌나? 녹이려면 뜨거운 물을 부어 줘야 하나? 이불을 덮어 줘야 하나?

하는 이야기를 나누는 우리는 영락없는 덤 앤 더머 부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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