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중희 Jun 26. 2020

독일 여름, 진드기 철이 돌아왔다.


독일의 여름 날씨


나무들 마다 푸른 잎이 무성해지고 숲이 울창해지더니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짧은 봄인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정신이 없어 언제 봄이 왔다 갔나 도 모르게 여름을 맞았다.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산책할 때 카디건이나 재킷이 필요 없고 점심때 되면 얼음 동동 띄운 물냉면이 수시로 생각나니 여름인 게다.


언제부턴가 독일 여름도 점점 더 무더워지고 있다.

예전엔, 햇볕에 나가면 쨍하게 덥다가도 그늘에 들어서면 시원했었는데 요즘 여름은 끈끈하게 더운 날도 많아졌고 숨이 막히게 덥다 싶은 날들도 찾아온다. 물론 독일의 여름은 한국의 여름에 비하면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그리 길지 다.

몇 주 정도 바짝 덥다가 다시 선선하다가 또 더워 지기를 반복한다고나 할까?


한여름 계속해서 더운 날씨가 지속되는 것도 지치는 일이지만 하루 사이에 온도 차가 10도 이상씩 되면서 어제는 더웠다 오늘은 온도가 뚝떨어지고 내일은 선선했다 모레는 확 올라가는 것도 만만치 않다. 마치 아이들 놀이터에서 시소를 타는 것 같은 온도 변화라고나 할까? 그 미친뇬 널뛰듯한 온도 몸이 따라가려면 금세 지치기 마련이다.

(언젠가 여름에 독일로 여행 또는 방문 오시는 분들은 여름이어도 얇은 비옷 같은 재킷을 챙기는 것은 필수예요!)

기다가 올여름은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 까지 보태주고 있고, 기다렸다는 듯이 진드기 시즌도 시작되었다.

이런 풀밭 사이로 나무 사이로 여름이면 진드기가 많다. 그래서 바지 입었다고 바닥에 뭔가 깔지 않고 철퍼덕 주저앉으면 안됨. 풀잎이 보드랍다고 눕거나 맨발로 다니면 더 위험해요!.

독일 여름,
모기보다 진드기가 무서운 이유


독일의 여름은 푸르름이 넘쳐흐른다.무성한 나무들로 둘러 쌓인 숲도 드넓게 깔린 가정집 정원의 잔디들도.. 그러나 그푸름 안에 한두 가지 반전이 들어있다. 그중 하나가 풀밭 사이사이로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진드기들이 진득하니 넘쳐난다는 것이다. 아래의 사진처럼 발이 여러 개 달린 진드기를 독일에서 Zecke 째케 라고 한다. 이런 진드기는 한국에서는 야외에나 나가야 만나지는 것이지만 독일은 일반 가정집에서도 풀밭과 나무가 많기 때문에 정원일 하다 진드기에 물리는 경우도 자주 있다.


요즘, 우리 병원에서도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하루에 서너 명 이상이 이 진드기에 물려서 Zeckenbiss 온다.

코로나로 집콕 하는 이들이 많아 정원일을 평소 보다 더 많이 하는 데다가 바야흐로 진드기 때가 돌아 온것이다.

이때 대체로 진드기가 몸 안에 붙어 있는 상태로 온다. 어제는 정원에서 잠깐 앉아 일하다가 진드기가 다리로 파고 들어온 할머니, 그리고 놀이터에서 놀았다는데 엉덩이에 진드기가 붙어 있던 꼬마 아이 그리고 잔디를 깎다가 팔에 있는 진드기를 발견하고 놀래서 뛰어온 젊은 아저씨,... 오전에만 세명이 진드기로 응급 진료를 받았다.

환자들은 나이도 성별도 진드기가 들어 있는 위치도 물렸던 장소도 모두 제각각 달랐다.  


독일에서 모기보다 진드기가 무서운 이유는 여기에 있다. 모기처럼 물고 달아 다는 것이 아니라 진드기는 몸속으로 파고든다. 여름 되면 워낙 도처에 진드기라 독일 사람들은 집집마다 진드기용 핀셋을 가지고 있다. 그것으로 알아서 뽑기도 하지만 혹시라도 제대로 뽑아내지 못해서 진드기의 머리는 그대로 몸속에 박혀 있고 몸통만 빠져서 염증 이 크게 생겨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하는 경우도 생기고 그 염증이 다른 기관의 질병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진드기 물린 것을 발견하는 즉시 병원으로 뛰어 오는 사람들이 많다.

진드기 도 크기와 종류가 다양하다.진드기가 사람 또는 강아지 고양이 를 물고 피를 빨아 배가 부르게 되면 저렇게 몸이 풍선처럼 커 지면서 가려져 까만 다리와 머리가 잘 안보인다.
독일에서 가장 흔하게 만나 지는 진드기는 저렇게 생겼다.가정집 정원이나 놀이터, 길가의 풀숲에서도 자주 발견되는 작은 진드기는 요렇게 작다.

진드기가 일으키는 감염성 질환

독일의 진드기 Zecke 째케는 까맣고 발이 많이 달린 것이 사람 또는 강아지나 고양이 몸에 붙어 머리부터 파고드는 작은 벌레다. 그렇게 파고들어 피를 빨게 되면 동그란 풍선처럼 몸이 커지고 핑크색 또는 살색을 띤다. 그래서 육안으로는 구별을 못할 수도 있는데 작은 점 같이 동글동글한 것이 무언가 만져지고 까뭏 까뭏한 것이 보이면 진드기 다.

이 째케는 파고들기 좋게 부드럽고 따뜻한 곳을 좋아한다 예를 들어 무릎 뒤 종아리, 팔뚝 접히는 곳, 겨드랑이 등등 피부가 접히는 곳들...

진드기를 제때 발견하지 못했을 경우 여러 가지 감염성 질환들을 일으킬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것이 보렐리아 균이다. 한국에서도 저스틴 비버가 걸린 병으로 소개된 라임병은 보렐리아 균 이 감염의 원인이 된다. 그렇게 Borreliose 균은 몸의 여러 기관 피부, 심장, 뇌, 말초신경 등에 감염성 질환을 일으킬 수 있어 위험하다. 물론, 진드기에 물렸다고 모두 보렐리아 균에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유독성이 강한 진드기는 주로 독일의 남부 쪽에 특히나 산의 숲속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많아 그쪽이 위험지역이다. 그러나 요즘 해마다 날씨가 더 더워지고 있어 진드기 보렐리아 균도 따라 북상하고 있기 때문에 어디서나 진드기 조심을 하는 것이 좋다.

왼쪽 사진은 다양한 진드기 빼는 핀셋들,,, 오른쪽 사진은 진드기 물린후 보렐리아 균에 감염 되었을 때의 전형 적인 모습 중에 하나.
진드기 물림으로 인한
질병 예방으로는...


그렇다면 독일에서 진드기에 의한 감염성 질환을 예방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1. 예방접종을 할 수 있다. FSME라는 진드기 물림으로 발생할 수 있는 바이러스 감염 질환인 뇌수막 염을 예방 하는 주사다. 이 예방접종은 처음 시작할 때 세 번, 일차, 이차, 삼차 접종까지 하고 5년에 한 번씩 접종을 하면 된다. 우리도 며칠 전 부부가 나란히 접종 했다.(그런데 박테리아인 보렐리아 균은 예방주사가 따로 없다. 피검사로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항생제 처방을 할 수 있으나 빨리 발견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리고 숲이 우거진 곳으로 들어가거나 산, 또는 야외에서 피크닉이나 캠핑을 할 때 2. 긴팔, 긴바지를 입는 것이 좋고 풀밭에서 피크닉 돗자리도 없이 풀 위에 덥석 앉거나 눕지 않는 것이 좋다.    

독일에서는 아이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Wanderung 반더룽이라 해서 숲이나 공원을 산책하며 피크닉 하는 것을 우리의 소풍처럼 자주 한다. 그럴 때면 언제 어느 숲 또는 공원으로 산책 간다고 아이들 긴 옷 입히고 째케 스프레이 뿌려서 보내 달라고 행사 공문이 온다.

3. 사람 몸에 뿌리는 째켄스프레이 또는 인젝트 스프레이라는 것이 있다. 모기, 진드기 등의 벌레들이 못 오게 하는 약이다. 로스만, 디엠 등의 드럭스토어 나 약국에서 살 수 있다. 약발? 이 유지되는 시간 4시간 8시간 등 시간이 적혀 있으므로 필요한 것을 사서 뿌려 준다.(한국의 에프 킬러 인가?하는 것처럼 모기나 벌레에 직접 뿌려 주는 것도 인젝트 스프레이라고 부르므로 확인하고 사용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 약을 뿌린 다고 진드기를 다 막아 주는 것은 아니다 선크림 바른 다고 타지 않는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단지 최소한의 것을 하는 것뿐..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자기 집 정원이던, 아이들 야외 활동을 하고 난 후이던 수시로 혹시라도 몸에 진드기가 물려 있는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자주자주 온몸을 확인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친정엄니 박여사님 말씀 처럼 산좋고 물좋고 정자 좋은 곳은 없다고 독일의 아름다운 숲에 저런 진드기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을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러니 모든곳이 살게 마련이고 어찌보면 지상낙원은 따로 없는 것 같다.


보너스 ♡
진드기와 강아지

코로나 때문에 이번 여름은 아이들이 학교도 자주 못 가고 단체 야외 활동 등도 못해서 진드기 걱정을 덜하기는 했지만 우리는 집에 강아지 가 있다 보니 매일 하루에도 서너 번씩 산책을 가야 한다.  

야외에서 화장실을 가는 독일에 사는 강아지 들은 풀밭과 아주 밀접하게 몸을 붙이게 되고 사람보다 체온이 높고 털이 많아 숨기 좋은 강아지들의 몸은 진드기가 붙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그래서 여름이면 우리 집 멍뭉이 나리 진드기 때문에 코코넛 오일도 발라봐 주고, 약도 발라 준다.

며칠 전에도 새로 약 발라 준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어디서 묻어 왔는지 머리 위로 까만 것이 기어가는 것을 잡았는데 진드기였다.

그리고 쓰담 쓰담하다 얼굴에 털 많은 쪽에 동그랗고 핑크색인 것이 만져 저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진드기였다.

쳐다보는 우리 나리가 너무 예뻐서 딱 요렇게 머리 쓰담 쓰담하다가... 식겁했다.

조롷게 왼쪽 사진처럼 작고 동그란 핑크빛의 뭔가가 나리의 얼굴에서 만져지는 것이 아닌가?

핀셋으로 뽑아 보니 진드기가 나왔다. 워낙 작아서 사진으로도 흐릿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확하게 움직이는 다리까지 보였다.

우웩 진짜 징그러웠다. 진드기를 처음 보았을 때보다는 덜 놀랐지만 볼 때마다 아우 징그럽기 그지없다. 저것이 나리 몸안에 들어갔으면 어쩔 뻔했나 싶어 안도한다.

(강아지들이 자주 앞발로 긁고 털어 대지만 유난히 앞발로 귓쪽이라던가 얼굴 부위 또는 몸 쪽으로 탈탈 털어 대면 그쪽을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이렇게 강아지 들의 몸 구석구석에 다양한 크기와 모습의 진드기들이 달라붙어 있을 수 있으니 자주 검사해  보아야 한다.
이렇게 나리가 무장해제? 될때 까지 만져 주며 진드기 검색을 하고 발견 즉시 색출한다.발견은 내가 뽑는건 남편이.ㅎㅎ
매거진의 이전글 너도 마스크 하나 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