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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Feb 14. 2020

너도 마스크 하나  줄까?

다시 다니게 된 학교


남편이 개인병원을 시작 하기 1년 전, 나는 자연치유사라는 과정의 공부를 시작했다.

어릴 때도 공부와 그다지 친하지 않던 내가 평일 아침이면 가방 메고 수업 들으러 가고, 저녁 에는 식재료 가득 담긴 장바구니 이고 지고 한국요리 강습하러 다니며 바쁘게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개인병원을 개원하게 되었고 갑자기 직원으로 일하게 되면서(어쩌다 독일 병원 매니저라는 브런치 북에 자세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부터 강습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요 자연치유사 과정은 휴학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공부가 어려워 힘들었는데 자 빠진 김에 쉬어 간다고 놀기 좋은 핑계를 얻은 셈이었다.

물론, 차라리 공부가 쉬웠어요 라는 말의 참뜻을 모르는 일 배워 가며 맨땅에 헤딩하는 요즘 매일 되새기고 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휴학 중에도 학비는 적금 붇듯 따박 따박 내야 했고 그나마 배웠던 것들이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던 때에 전 에는 없던 자연치유사 주말반 과정이 신설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그래서 휴학을 연장하러 간 학교에서.... 간 김에 주말반에 대한 설명만 간단히 들어 본다는 것이...

덜컥... 주말반으로 과정을 옮겨 등록을 해 버리고 말았다.

그 덕분에 토요일 아침이면 편히 쉬고 있어도 될 시간에, 내가 왜 그랬을까?를 되뇌며 학교로 간다.


수업 첫날의 기막힌 일화 하나


일주일 빡세게 일하고 쉴 수 있는 황금 같은 주말, 오랜만에 공부를 하려고 하니 몸이 빨리 움직여 줄리가 만무하다.

간신히 챙겨서 수업 시작하기 전에 간당간당하게 도착 한 학교는...

그전에 다니던 평일반 하고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평일반에서는 지금 막 고등학생을 벗어난 우리 아이들 또래의 어린 친구들 이 주로 였다면 주말반은 나이도 좀 있고 평소 에는 직업 전선 또는 가정 주부로 있다가 공부하러 오신 분들로 보였다.

당연히 수업 분위기도 확연하게 달랐다.


예를 들어 평일반 에는 젊은 친구들이다 보니, 그전날 광란의 파티를 하셨던지 늦잠 자고 강의 중간에 부스스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았고 쉬는 시간이면 야짤 없이 일어나는 바람직한? 분위기였다면...

주말반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미리 와서 딱 대기 타고 있다가 9시 땡 하면 수업이 칼 같이 시작되고

강사가 이거 하나만 더 하고 쉬면 어떨까? 하면 젊은 친구들 같으면 안 된다 쉬었다 가자, 난리 날 판에, 본전을 뽑고야 말리라 하는 눈빛으로 그럼요, 더 하셔도 됩니다요 하는 분위기 랄까?


무튼, 그렇게 헐레벌떡 들어간 첫 수업에서는.....

아직 강의가 시작되지도 않았고 사람들이 꽉 찬 것도 아니건만,.... 마땅히 앉을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앞쪽에 두 세 사람은 족히 앉아도 되는 제법 넓은 자리가 포착되었다.

그 자리로 다가간 나는 같은 사람 것으로 추정되는 물병, 노트, 책 등줄지어 얹어져 있는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에게 "여기 앉아도 되나요?" 하고 물었다.

나는 당연히 그럼요, 라는 대답과 함께 흩어져 있던 물건 들을 주섬 주섬 치워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대답은커녕 마치 내 질문을 듣지도 못했다는 비어 있던 책상 위로 다른 책을 가져다 얹는 거다.


허어, 이런 띠바 렐라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 이거, 여기 앉지 말라는 거지 지금?..

나는 코로나 사태? 이후 유럽 여기저기서 들려오던 인종차별의 현장에 서 있다는 생각에 기가 막혔지만 곧 강의가 시작될 것 같아 우선 다른 자리를 찾아 앉았다.

불타는 싸가지의 인종차별


그러나 ,보기보다 아니 딱 보기 에도 뒤끝이 작렬인 나는 그녀의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던 짓거리를 네.. 그러세요 하고 넘길 순 없었다.

그날, 수업이 마침, 감염학 즉 전염병에 관한 것이었고 수업 시간 전에 자기들끼리 코로나 바이러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어느 나라 사람인지 모르는 아시아 아줌마 하나가 탁 하고 나타난 것에 식겁을 했던 말았던....

처음 독일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줄줄이 생기게 되었던 이유가 중국에서 날아온 비즈니스 파트너 때문 이었던 뭐였든 간에 사람을 바이러스 취급하며 꺼리는 것을 정당화시킬 순 없다. 


게다가 무슨 아시아 사람한테 실연을 당한 적이 있었는지 아니면 돈을 띤 적이 있었는지,

그녀의 막무가내 인종차별은 강의 시간마다 사사건건 아시아에 대한 특히나 한국에 대해 태클로 나타나기  일쑤였다.

예를들어,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세계 각국의 대처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마스크가 과연 안전 한가에 대한 이야기까지 하던 날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빨간색으로 염색했던 머리에 시간이 지나 속에 있던 관리 안된 짙은 갈색 머리가 삐죽이 섞여 있어 멀리서 보면 불붙은 마른 장작 같이 생긴 그녀가 벽에 못밖을때 쓰면 제격이게 생긴 뾰족한 턱주가리를 내밀며 내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한국 사람들은 전화 통화할 때도 서로 마스크 쓰고 한다며? 농담이야"

나는 웃자고 한 소리에 죽자고 들이댈 수도 없고 기분은 나쁘고 속으로 '불타는 싸가지 걸리기만 해 완 빤치 쓰리 강냉이여!'를 다짐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 기회가 빨리 찾아왔다.


강의 시간 중간중간에 강사가 준비해 온 비머를 통해 여러 자료 들을 보기도 하지만 수업에 필요한 사진들이 수록되어 있거나 수치 들이 기록되어 있는 그래프 등이 실려 있는 책, 또는 학회지 등을 돌려 보는데...

그 불타는 싸가지가 자료집을 다른 사람에게 건네 주기 직전에 "우에취" 하고 재채기를 책 위로 분무기 에 물 뿜어져 나오듯 가열 차게 해 버리는 것이다.

마침 건네받으려다 살짝 당황한 다른 사람이 겸연쩍게 웃으며 "어머 여기다 재채기를 하면 어쩐데... "하니...

그 뻔뻔한 여편네가 지 옷소매로 침으로 범벅되었을 것이 뻔한 자료집을 벽지 도배하는 풀 바르듯 닦아내는 것이 아닌가 소독해서 보낼게 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대며 말이다.

이때는 기회다 싶던 나는 "소독이 되겠니 책에 아주 발랐네 발랐어 그래서 마스크가 필요한 거야 하나 줄까?

하며 상큼함을 담은 엿을 날려 주었다 "어머, 농담 이야"라는 말을 돌려 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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