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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y 01. 2018

독일 하일프락티커 강의 에서 만난 동양의학


특별한 직업교육 하일프락티커 과정

독일 에서는 쑥뜸을 직접 혈자리에 놓지 않고 침에 꽂아 사용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독일의 전통의사 또는 자연치유사라고 불리는 하일 프락티커 교육 과정은 일반 대학의 Studium이 아니라 사립학교의 Ausbildung직업 교육 과정에 들어 있다.

(하일 프락티커에 관해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을 아시고 싶은 분들을 위해 독일의 한의사 하일프락티커)


그래서 일반 대학의 학기와는 무관하게 학기와 방학이 짜여 있다. 학기 중간 에는 강의 시간들 외에도 짧은 방학들과 세미나 기간들이 병행되는데 이번 주는 방학이다.


일반 해부학, 병리학, 생리학, 약학, 이비인 해부학, 이비인 병리학, 안구 해부학, 안구 병리학, 응급의학, 임상병리학, 등등...... 들어도 모르겠고 이해하고도 그때뿐인 내용들의 강의를 차례로 듣고 이제 잠깐 숨 돌릴 짬이 주어 졌다.


남들 6년 공부해도 알쏭달쏭하다는 내용도 더러 있는데 2년 교육 과정 내에 머릿속에 욱여넣으려니 안 그래도 안 돌아가는 머리에 쥐가 나고 있는 요즘이다.

하일프락티커 과정은 의대처럼 깊이 있게 학문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과정은 아니지만 인체에 대한 그리고 병에 대한 기본 적인 것들은 두루 공부해야 하므로 의학적인 지식이 짧고 생물학 적인 화학작용 등의 이과적 이해가 떨어지는 내가 맨땅에 헤딩 중인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새로운 것을 공부한다는 것보람되고..

선택 세미나 중에서 약초학이나 동양의학 등을 만날 때면 흥미롭고 왠지 타향에서 우연히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고는 한다.


얼마 전 침술학 Akupunktur 세미나 중에 Ohrakupunktur 이침 강의 가 있었다.

낱개 포장 되어 있는 침 의 포장지에 한글로 적혀 있는 상호와 상품명

하일프락티커 강의 시간에 만난 한국
교수님이 나누어준 복사물 에는(이글 대문 사진) 커다란 귀가 그려져 있고 수도 없이 그려져 있는 혈자리들은 흡사 보물섬 지도 같아 보였다.

독일에서는 우리의 수지침처럼 전신 침에 비해 배우는 것이 간단하고 효과가 빨라 선호하는 귀에 침을 놓는 이침 Ohrakupunktur 있다.

하일프락티커 중에 이침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이유 중에 하나가 이침은 동양 침술을 분석한 Dr. Nogier라는 프랑스 의사가 서양 사람에 맞게 개발한 것 이여서 더욱 그러하다고 한다.

혈자리도 우리 처럼 백회, 합곡 등의 혈자리 이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비장, 위, 간, 등의 기관의 이름과 번호가 합쳐져 혈자리 이름으로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어깨 65, 간 75, 무릎 2, 심장 100.....


우리는 보물섬 지도 같은 혈자리명이 적혀있는 그림을 들고 사람의 귀 모양을 본뜬 귀 모형을 눌러보며 혈자리를 맞추고 그 자리가 가지고 있는 효능 등에 대해 배웠다. 그런 다음...

파트너를 정해서 서로의 귀를 눈으로 검사? 하고 손으로 눌러보며 몸의 어느 기관이 약하거나 지금 문제가 있는 상황일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나누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귀에 있는 각각의 혈자리에서 몸의 증상을 찾아내는 것은 마치 숨은 그림 찾기처럼 내게는 간단하지가 않았는데

나의 파트너였던 생물학을 전공하고 다시 하일 프락티커 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레나는 내가 위 와 소화기에 문제가 있다는 등의 증상을 빠르게 찾아내서 나를 신기하게 했다.  


교수님이 각자 하나씩 나누어 주신 침을 보며 속으로 내가 제대로 못 하면 어쩌지? 레나의 귀에 잘못 찔러서 아파하면 어쩌지? 나 떨고 있니? 라며 때지난 남의 대사를 지껄이며 긴장을 하고 있던 내 눈에 어디서 많이 보던 글씨가 쏙 하고 들어왔다.

한글로 또박또박 적혀 있는 동방침구 침 침을 만드시는 어느 회사의 이름인데도 나는 반가워서

"어? 이거 한국 꺼네요..여기 한글 적있어요"라고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같이 공부하는 젊은 친구들이 " 어머 그러면 읽어 봐요 뭐라고 쓰여있나"라고 했다.

나는 "음 동방 침구 침 " 동방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침이라는 뜻이지" 라며 단순히 제품과 회사명이 쓰여있는 것을 한국어로 읽어 주며 대단한 것이라도 통역해 주는 것처럼 으쓱해졌다.


교수님은 웃으시며 "아 이거 한국 거구나.. 나는 내 병원에서 이 침만 사용해요"라는 것이 아닌가?

나는 덕분에 어 으쓱해져서는 "일본, 중국 다른 나라 침들도 많이 들어올 텐데 왜 이침만 사용하세요? 특별한 점이 있나요?" 물었다.


교수님은 "네.. 이침은 손에 잘 들어와 시침 하기 편리하고 침 뒤에 달린 손잡이가 금속으로 되어 있어 환자에게 쑥뜸을 뜰 때 침에 꽃아 사용하기가 아주 그만이에요" 라며 가지고 다니신다는 침통을 꺼내 놓으며 보여 주셨다.

강의 시간에 만난 한국산 침 덕분에 자랑스러운 마음에 긴장이 르륵 풀리고 기분 좋은 오후였다.  


미니 인터뷰
그들은 왜 동양의학을 배우려 하는가?

함께 하일 프락티커 과정을 공부하는 친구들 중에는 동양의학을 공부하기 위해 이과정을 하고 있다는 친구 들이 꽤 된다.

처음에는 기, 음과 양, 사상체질 등 내가 배우기도 어려운 동양의학의 내용 들을 이들이 이해할까?

싶기도 하고 왜 배우려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쉬는 시간이면 이 사람 저 사람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미니 인터뷰가 되었다.


29세인 레나는 생물학을 전공하고 연구소로 취업하려는데 허리 디스크가 와서 많이 아팠다고 했다.

그때 허리 통증에 효과 있다는 것을 찾다가 태어나 처음 침 도 맞아 보고 쑥뜸도 떠보고 했는데 그 효능이 너무 놀라 어서 직접 배우고 싶었다는 그녀는 하일 프락티커 국가고시를 통과하고 나면

정형외과 쪽으로 동양의학(침, 쑥뜸, 체질별 식이요법, 차 세러피)을 전문적으로 할 예정이라고 했다.


26세의 간호사 출신의 전문 간병인인 안토니아는 우리 중에 가장 의학적인 지식과 경험이 많은 친구 중에 하나인데 그녀의 환자들 중에 증상은 있으나 서양의학으로 설명하기 어렵고 검사해도 결과는 아무 이상이 없으나 환자들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만큼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되는데 그런 분들 중에 동양의학 적으로 치료를 받아( 침, 뜸뿐만 아니라 체질에 맞는 식생활 개선 등으로) 라이프스타일을 바꾼 후에 눈에 띄게 호전된 경우를 많이 목격해서 본인도 하일 프락티커 공부를 한 후에 개인병원을 내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25세의 헤버트는 구급차를 타고 응급 환자를 종합병원 응급센터로 후송하는 일을 하고 있는 구급요원이다.

이 친구 역시 의학적 지식이 해박하고 풍부한 경험이 있는 친구인데 어느 날 응급환자로 만났던 환자 한 명을 파티에서 다시 만났다고 했다.

그때 술을 떡이 되게 마신 후에 마약성분이 들어 있는 담배를 피우고는 정신이 없던 응급환자의 상태가 워낙 위험한 상황이었고 그와 함께 있던 여자 친구 또한 힘든 상황 이였으며 응급차가 갔던 곳이 어느 디스코텍 파티장 이였기 때문에 정확히 기억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헤버트 여자 친구의 친구가 주관하는 파티에서 다시 만난 그 응급환자는 술과 담배를 끊고 건강한 삶을 살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Akupunktur침의 도움을 많이 받았노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했다고 한다.

알고 보니 함께 응급실에 실려갔던 그 응급환자의 여자 친구가 헤버트 여자 친구의 친구의 친구 여서 언제고 만날 수도 있었던 몇 다리 건너 아는 사이였다고 한다.


이렇게 독일 친구들이 동양의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배우고 싶어 하는 데는 본인 또는 가족 중에 그 효과를 직접 체험했거나 그 효과를 체험했다는 사람을 만나본 경험 들이 컸던 것 같다.

나는 사실 평소에 머리가 아프면 두통약 한 알 먹고 마는 것을 더 선호하던 사람인데...

요즘 독일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 동양의학에 대해 서도 배우고 있다 보니 평소 "머리 아프고 스트레스받는 데는 백회에 침 한방 뜸 한방이면 직빵인데"라고 자주 이야기하시는 동양의학 마니아 이신 울 친정 엄니의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려 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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