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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Feb 28. 2021

코로나 병동에서 긴박했던 그 밤의 기억



나의 오른쪽 손목에 꽂혀 있던 부라뉼레 라는 작은 관은 한국에서 정맥 주사 카테터라고 불리우는 것이다...., 그 바늘 달린 작은 관을 통해 수액이 들어가고 해열제가 들어가고 채혈도 하며 응급한 상황일 때 수혈이던 약이던 직접 투입하는 등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정맥주사 카테터를 응급실에서 입원실로 올라오던 밤 우여곡절 끝에 채혈을 성공 했던 마취과 선생님도 못하겠다며 사라졌다. 결국 척수 축출까지 거의 모든 검사가 끝나고 파김치가 되어 있던 내게 코로나 병동으로 입원이 되기 바로 직전 진료를 담당했던 내과 병동 의사쌤이 간신히 혈관을 찾아 부라뉼레 를 꽂아 주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 어렵게 얻은 정맥주사 카테터 관에 문제가 생겼다. 그것만 유지된다면 앞으로 혈액 채혈도 문제가 없으리라 안심하고 있던 그 (정맥주사 카테터 )부라뉼레 관이 말이다.


아침에 들어온 간호사 쌤이 새로운 수액을 달기 전에 관의 입구를 소독하기 위해 수액을 살짝 집어넣는데 너무 아파서 나도 모르게 "아 아파요!" 하고 한국말이 튀어나왔다.

바늘 없는 주사기를 통해 부라뉼레 관으로 수액이 들어 가자 마자 혈관으로 바로 들어온 그 작은 수액 방울 들로 인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관통하는 짜르르한 고통이 밀려 왔다. 아프다는 소리가 저절로 터져 나왔다.

이것이 그 문제의 부라뉼레 관 입니다.한국에서 정맥 주사 카테러 라고 불리우는 것입니다. 핑크 색 뚜껑 밑으로 바늘이 들어 가 있어 링거 병의 수액들이 혈관을 타고 들어 갑니다.

내 모습에 깜짝 놀란 간호사 선생님이 다른 손과 비교를 하더니 도저히 안 되겠다고 부라뉼레 관(정맥주사 카테터)을 뽑아야겠다고 했다.

나는 이러다 응급실에서처럼 오늘도 혈관 찾아 채혈하고 부라뉼레 관 끼우느라 난리 나는 거 아닌가 떨려 왔다.

하지만 수액이 들어갈 때의 고통과 이미 다른 손에 비해 몇 배나 부어 버린 손으로는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다.

부라뉼레 빠진 손은 자유로웠고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내 손에 자유를 준 간호사 선생님은 주말에는 두 명의 의사쌤이 모든 내과 병동을 커버한다며 오늘 안에 언젠가 의사 선생님 이 채혈과 부라뉼레( 정맥주사 카테타 )를 다시 놓아주기 위해 내게 올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나갔다.

독일에서 병동 입원실 간호사 선생님들은 채혈, 부라뉼레 (정맥주사 카테터)등을 놓는 의료행위는 직접 하지 않습니다. 그것들은 의사들만 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간호사 선생님들은 오더가 나와 있는 약을 가져다주고 수액병을 바꿔 달고 환자의 상황에 따라 부라뉼레 관을 뽑아 주고 열을 재고 혈압을 재고 등의 의료행위를 합니다. 그리고 환자를 간호하는 가장 중요한 것들인 때에 따른 환자의 상태를 노티 하고 식사를 가져다주고 목욕을 시켜 주고 화장실을 데려가 주거나 침대에서 화장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주는 등의 일을 합니다.



기다리던 의사 선생님은 저녁이 다 되어서 내게 왔고 응급실에서 와 다름없이 혈관 찾아 삼만리가 시작되었다. 그 젊고 머리가 제법 긴 남자 선생님은 아무리 둘러보아도 혈관이 보이지 않자 이렇게 말했다.

"환자분 혈관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왔지만 이렇게 혈관을 찾을 수 없는 경우는 처음 봅니다."

 자신 없지만 몇 번만 시도해 보겠다며 이팔 저 팔을 찔러 대던 의사 선생님은 역시나 성공하지 못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죠?"라고 묻는 내게 의사 선생님은, 이따 다른 의사 선생님이 다시 올 것이라며.. 만약 그때도 안되면 목에 바로 관을 뚫어 채혈하는 수밖에 없다는 서븐 말을 남기고 총총히 사라졌다.


나는 이러다 목에 관 까지 뚫게 되는 게 아닌가 싶어 온몸이 떨려 왔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수액을 떼고 있자 물을 아무리 열심히 마셔 대도 열이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빠른 속도로...


열이 올라가자 머리와 귀에서 김이 나는 것처럼 뜨거워지고 뒷목까지 뜨거워져 베고 있던 베개에서도 열이 나는 것 같았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비상벨인 빨간 벨을 눌렀다. 문이 열리고 들어온 간호사 선생님에게 너무 열이 많이 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자 곧바로 체온을 측정했다.

40.3도 해열제 라도 먹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내 질문에 간호사 선생님은 잠시만 기다려 보라는 말을 남기고 나갔다.


한참을 있자니 뭔가를 들고 들어온 간호사 선생님은 내과 병동 담당 의사 선생님 에게 내 상태를 알리고 어쩔까냐고 물었더니 환자의 간수치가 너무 안 좋아서 혈액검사 후에 간수치 확인 전에는 해열제를 주면 안 된다고 했다는 거다.

열에 시달리며 비몽사몽이던 나는 "그럼 이렇게 열이 나는데 어떻게 해요?"라고 물었다.  


간호사 선생님은 의사 선생님이 일단은 열을 낮추기 위해 찬물 수건으로 냉찜질을 해주라고 했다며 침대에 방수포 같은 것을 깔고 내 두 다리와 발 쪽에 찬물을 적신 가제 수건 같은 것을 올려 주고는 나갔다.


열은 머리 쪽에서 주전자 올려두면 물 끓이게 생길 만큼 나고 있는데... 발에 얹은 물수건은 그리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빨간색 비상벨을 다시 눌렀다.

이번에는 간호사 선생님이 찬물수건을 머리에 올려 주고 다시 나갔다.


열이 펄펄 나다 보니 그렇게 올려준 찬물수건을 호떡 뒤집듯 앞뒤로 뒤집에 대도 금세 수건이 미지근 해졌다.

비상벨을 티브이 리모컨 누르듯 계속 누르자니 미안하기도 하고 바쁜 간호사 선생님 들이 계속 내 옆에서 찬물 수건을 갈아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별수 없이 샐프로 찬물수건을 만들기 위해 후덜 거리는 다리로 겨우겨우 화장실로 갔다. 이렇게 아픈데 혼자 찬물수건을 빨아다 다시 머리에 얹고 누우려니 서러움이 어지러이 밀려들었다.

그날 골든벨 울리듯 눌러 대던 빨간색 비상벨...

차라리 얼음팩이라도 가져다줬으면 그나마 찬기운을 조금 더 유지하지 않았을까?싶기도 하고 열은 나는데 아무도 없는 병실에서 덩그러니 홀로 찬물수건 빨아 대며 누워 있으려니 서글프기도 하고 혈액검사하고 간수치를 확인해야 해열제를 준다는데 이눔의 혈액 채혈은 다저녁이 되도록 하지도 못했고...


그야말로 멘털이 널뛰기를 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온다는 의사 선생님은 언제 오려나? 혈액 채혈은 오늘 안에 가능하기는 할까? 이러다 정말 목에 관을 꽂게 되면 어쩌나? 이렇게 해열제 없이 마냥 기다리고 있다가 열이 더 높아져 위험해지면 어쩌지? 걱정이 메들리가 되어 나오기 시작했다.

아프다 보니 마음이 약해지고 쳐해 진 상황 또한 평범 하지 못하다 보니 자꾸 무서운 생각 들 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러다 열이 더 올라가고 갑자기 손 쓸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어떡하지?

가족들도 보지 못하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있다가 소리 소문도 없이 나 이렇게 가는 건가? 그런 건가?


빨간색 비상벨을 누르지 않으면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병실에 누워 오만 걱정이 차례대로 한바퀴 때쯤.... 

누군가 방문을 열고 들어 왔다.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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