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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r 03. 2021

그렇게 코로나 병동에서 탈출 하듯 퇴원 했다.


시간이 흘러 독일식 병원밥이 슬슬 입에 맞아 갈때쯤...

오지 않을까 걱정 하던 퇴원 날이 내게도 찾아 왔다.

그전날 회진 시간에 코로나 병동 담당 과장 쌤이 내일 혈액 검사 확인하고 아침에도 열이 나지 않는다면 오전중에 퇴원이 가능 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다.


언제나 퇴근 후에도 늘 문자로 내 상태를 확인하고 뭐 필요한것 없느냐 내일 출근길에 가져다 주마 라고 이야기 해주던 친구 마리안나 에게 코로나 병동 에서 처음 이자 마지막으로 종이와 편지봉투 그리고 볼펜 하나를 부탁했다.

퇴원 하게 된다면 의료진 에게 내 마음이 담긴 손편지 하나는 꼭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입원이 미리 계획 되었던 것도 아니요.입원 기간을 예상 하고 준비 하고 병원으로 간 것도 아니였다. 응급실로 올때 남편이 혹시 병원 에서 의사들이 하룻밤 지켜 보자고 할수도 있으니 간단한 세면 도구와 편안옷 챙기라 해서 잠옷 하나 츄리닝 하나 양말 하나 속옷 하나 작은 손가방에 쑤셔 넣고 왔다.


이렇게 긴날 입원 하게 되리라 고는 남편도 나도 상상도 못한 일이라 종이,펜 같은 것을 따로 챙겼을리 만무 했다.

방밖 출입도 금지 되어 있던 나의 코로나 병동 입원실 라이프는 그야말로 말그대로 강제 미니멀 라이프였고 코로나 병동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친구 마리안나는 그병동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으니 말안해도 사정 빤히 알고 있어 고맙게도 매번 필요한것이 있는 지를 따로 물어봐 주었다.


독일 에서는 입원 환자가 병원 환자복을 입는 것이 의무조항이 아니다.

그래서 독일에서 병원에 입원 하는 환자들은 각자 집에서 본인이 편한 옷 또는 가운등을 가지고 들어 간다.

매일 고열에 시달리고 있던 나는 어차피 양말도 필요 없었고 방밖을 나갈일도 없어 옷도 따로 필요 없었다.가져간 얇은 잠옷 하나면 충분 했다. 단지 속옷은 입고간 것과 여벌로 하나 챙겨간 것이 다여서 매일 손빨래 해서 널어 말리고 번갈아 가며 입을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혼자 쓰는 방이라 한구석에 빤스를 널어 놔도 누가 볼것도 아니고 그런점은 편했다.


단지,열나는 몸으로 혼자 화장실에서 쪼그려서서 빨래를 할때면 뜨신물 나오는 호텔 방에서 신났다고 빨래 하는 깡촌 아줌니 가 연상되어 헛웃음이 터졌다.이게 뭐냐.....아마도 독일에서...코로나도 아닌데 코로나 병동에 갇혀...가져온 속옷이 없어 빤스 빨래 까지 하고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겨..하며 말이다.



아..열아 나지 마라 하는 간절한 마음과....내일이면 드디어 집에 갈수가 있구나..하는 설레임으로 전날밤 잠을 설쳤다.

그 몽롱함 가운데서도 편지를 쓰기 위해 펼쳐 놓은 종이 위로 그동안의 잊을수 없는 순간들이 주마등 처럼 스쳐 갔다.일주일 남짓한 시간들이 마치 몇년은 흐른듯 아득했다.


그동안..

나는...

코로나 신속 테스트, PCR 검사 까지 모두 매번 음성이 나왔으매도 고열이 있다는 이유로 코로나도 아닌데 코로나 병동에 입원 되어 지내게 되었다.처음에는 병원일 하면서도 여적 잘 피해 다녔던 코로나를 코로나 중증 환자들만 모아둔 병동에 입원하게 되어 걸리게 되면 어쩌나 몹시 두려웠다.그상황은 마치 빼곡히 들어찬 적진의 중앙에 무기도 없이 홀로 서있는것 같은 극도의 불안감을 안겨 주었다.


거기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고열과 함께 따라 올라갈 때로 올라간 간수치를 비롯해 너무 나빠져 있는 여러가지 수치들의 이유를 찾기 위해 매일 진행된 혈액검사는 혈관을 찾기 어려운 나같은 환자를 상대 해야 하는 의료진 들에게는 그야 말로 대략난감이요 미션 임파서블 이였다. 그것은 병원에서 혈관 잘 찾기로 소문난 의사쌤 들이 차례로 내 입원실을 방문 하게 했고....

오는 의사쌤들 마다 무릎팍이 닫기도 전에가 아니라 열고 들어온 방문이 닫히기도 전에 "혈관이 잘 안보이신다면서요!" 라는 인삿말을 똑같이 읖조리게 했다.


그덕분에?

원래 코로나 병동 에서는 그방 안에 들어가는 의료용품 들이 매우 제한 적이다.그방에 들어 갔던 것들은 바로 폐기 처분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다른 병동들 입원실 과는 다르게 드레싱에 필요한 붕대들,채혈 주사기, 솜, 정맥 주사 카테터,혈액 검사용 통들..등등 의 기본적인 응급 의료 용품들이 입원실 안에 구비 되어 있지 않다.

매번 사용할 것들만 따로 들어가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어차피 코로나 환자가 아니였고 한번에 혈액 채혈이 불가능 했기 때문에 그로 인해 매번 의료진 들이 오며 가며 방호 가운 등을 새로 입고 벗고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고자 아예 채혈을 위한 응급 책상이 따로 마련되었다.

코로나가 아닌데도 코로나 병동에 입원 된 것 만큼이나 예외 적인 일이였다.



또..그동안..

내 혈액을 채혈 하기 위해 오셨던 의사쌤들 중에는 자기가 여태까지 딱 한사람 빼고는 모두 한번에 채혈에 성공했노라며 만약 내게도 단번에 채혈이 성공하면 그 딱한사람이 누구인지 알려 주겠다며 나를 안심 시켰던 유머짱 쌤도 계셨고...아무리 해도 혈관을 찾을수 없고 채혈이 되지 않자 차라리 혈관히 훤히 드려다 보이는 본인의 팔에서 대신 채혈을 할까 냐며 안타까워 하던 쌤도 계셨다.

유머짱 쌤은 단번에 성공 해서 그 딱한사람이 자신의 아내였음을 수줍게 고백했고...

외래 진료가 많은 분이라 그 이후에는 더 이상 만날수 없었다. 바꿔 말해 그이후로는 단번에 채혈에 성공한 의사쌤은 없었다.

그럼에도 몇번의 시도 끝에 성공한 쌤들이 있었기에 어찌 되었든 매일 혈액 채혈을 할수 있었고

퇴원하는 날 받은 퇴원 편지 속 혈액검사서는 뻥 좀 보태 작은 잡지책 두께 였다.

독일에서는 입원 환자 들이 퇴원 하는날 담당 의사가 직접 작성한 퇴원 편지를 환자 에게 전합니다.그리고 동일 한 퇴원 편지를 그 환자의 가정의 병원으로도 보냅니다.
퇴원 편지 안에는 환자가 어떤 증상으로 입원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그 환자를 담당 했던 의사쌤의 진단명 또는 가진단명을 주측으로 입원 기간 동한 시행된 검사 내용, 그리고 치료 테라피 내용들이 적혀 있습니다.또,앞으로 권장하는 치료 내용과 약물 테라피 등의 내용들도 함께 적힙니다.

입원 기간 동안 눈물 나게 힘든 순간들도 많았지만 친구 마리안나 부터 씩씩이 간호사 쌤 까지 기대 하지 않았던 다정한 만남들과 챙김들이 있어 깊은 수렁속에 빠져 드는것 같았던 순간들을 지탱 할수 있었다.덩그러니 혼자라서 외롭고 무섭던 순간 들도 있었지만 분명 혼자라 편했던 시간도 있었던

그런 시간들 이였다.


내 퇴원 편지에 씌여 있던 진단명 에는 코로나 음성, 바이러스 감염으로 추정.이라고 되어 있었다.

결국 왜 그렇게 고열과 두통에 시달 렸는지 에 대한 이유는 미스터리로 남았다.

세상에 밝힐수 있는 병명은 생각외로 많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순간 이였다.


이름과 생년월일 등이 적혀 있던 병원 입원자 팔찌를 뚝 끊어 버리고 잡지책 두께의 두둑한 퇴원 편지를 손가방에 넣고 후덜 거리는 다리로 입원하고 처음으로 방문을 열었다.

빼곰히 열어본 방문 틈새로 각각의 방마다 앞에 대기 중인 환자별 의료 통들을 보며 아 코로나 병동의 복도는 이렇게 생겼구나 하고 쳐다 보면서도 선뜻 방 밖으로 발을 떼지 못했다.


왜...납치 된 사람이 오랜 시간이 흐르면 문이 열려 있어도 도망을 못간다더니 입원 하고 단 한번도 방밖으로 나간 적이 없던 나는 어디가 출구 인지 조차 알수 없어 단번에 방밖으로 발을 내딛 기가 어려웠다.

바로 그때 복도를 지나던... 지금 교대 근무 출근 하는 듯한 간호사 쌤 에게 두손에 꼭쥐고 있던 편지를 전하며..그동안 고마웠다며 ..모두에게 편지를 전해 달라고 하고는.... "그런데 출구가 어딘가요?"하고물었다.

간호사쌤은 내 황당한 질문에 그저 웃어주며 저 복도 끝 쪽에 문을 열면 바로 밖이라고 했다.

나는 그대로 그 복도 끝으로 내달려 문을 열었다.

마치 영화 빠삐옹 에서 주인공이 탈출을 위해 깍아지른 절벽에서 시퍼런 바다로 몸을 날리듯...

그렇게 나는 세상과 단절되어 있던 독일 코로나 병동에서 탈출 하듯 퇴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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