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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Feb 25. 2021

여기는 독일의 코로나 병동

독일 코로나 입원실 풍경


그날 밤...

나를 침대에 태워 코로나 병동으로 데려온 간호사쌤의 모습은 나를 당혹스럽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얀 의료용 마스크와 시퍼런 의료가운 그위로 누런 방호 가운 거기에 파란 비닐 모자 그리고 투명한 의료 고글 그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씩씩함과 서늘함. 그녀의 모습은 마치 재난지역을 뛰어다니는 여전사 같았다.


코로나 병동으로 가는 길의 복도는 길고 어두웠다 거기다 내부 수리를 하다 말았는지 한쪽 천장에서 정신없이 빠져나와 있던 길고 구불구불한 전선들은 전설의 뱀머리 메두사를 연상케 했다.

어느 순간 그 괴기스럽기까지 하던 복도 끝에 감염병동 전용이라는 커다란 글씨가 간판처럼 붙어 있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문이 닫히자 하얗게 얼어 버린 내가 조금은 안돼 보였던지... 씩씩한 간호사 선생님이 한마디를 건넸다.

"내일 코로나 PCR 테스트하고 거기서도 음성이 나오면 내과 병동으로 가시게 될 거예요"

나는 그 소리에 그럼 이 밤만 여기서 견디면 되나 싶어 조금은 안심이 되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내일 검사하고 내과 병동으로 갈 수 있는 건가요?"

라고... 그러자 씩씩이 선생님은 짧고 굵게 답했다.

"아니요 주말이잖아요. 이틀 걸려요"

아... 젠장 그렇다 독일은 주말에 응급실 임상병리실 외에는 연구소들이 일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최소한 주말을 코로나 병동에서 보내야 한다. 코로나가 아닌데도 말이다.



왠지 억울한 기분에 마음이 서걱거렸다. 그러다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리자 빨간색으로 써진 코로나 병동, 관계자 외 출입 금지 팻말이 나를 반겼다.

침대를 밀어 병동 문 앞에 멈춰 선 씩씩이 간호사 선생님이 문에 달린 벨을 누르자 병동 안쪽에서 누군가 문을 열어 주며 물었다."몇번 방이요?" 그러자 씩씩이 쌤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18번 방이요" 그런데 이상한 것이 하나 있었다. 우리나라 에서나 18이라는 숫자가 묘하게 다가오지 독일에서 18은 그냥 숫자일 뿐인데.. 문을 열어 주었던 누군가는 순간 움찔했다 분명히...

뭐지? 혹시 이방에 뭔가가 있나?

그러나 나는 그 움찔의 이유를 아는데 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람 사진은 찍을 수가 없어 제가 만난 코로나 병동의 간호사 쌤들의 모습가 가장 흡사한 사진을 올립니다. *사진 출처:Management -Krankenhaus.

누군가 다다닥 뛰어서 방문을 열어주고 씩씩이 간호사 쌤은,내가 누워 있던 침대를 잽싸게 입원실 안으로 밀어 넣고 문을 닫았다. 코로나 병동 18번 방에 18 스럽게 입원되는 순간이었다.


오후 3시에 응급실에 들어갔는데 입원실에 들어와 앉은 시간은 밤 11시였다.

걱정하고 있을 남편에게 전화를 하고 잠시 방안을 훑어보고는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작지만 음압 기와 화장실, 샤워 시설도 모두 갖추고 있는 1인실.. 일반 내과 병동이었다면

호강이라고 이야기할 만큼 깨끗하고 조용했다.

그러나 외부와 차단되어 있는 코로나 병동이라는 사실 하나가 멘털을 흔들었다.

고립... 완전한 고립... 갇혔다는 느낌이 열이 나고 아픈 몸 보다 마음이 더 힘들게 했다.


그것뿐이던가... 그동안 어떻게 피해 다녔던 코로나인데... 그 한복판인 코로나 환자들만 모아 놓은 코로나 병동이 아니던가 이 적진? 속에 나 홀로 코로나도 아닌데 입원해 있다는 현실이 너무나 기가 막혔다. 거기다가 보통의 일반 병실이라면 아무리 늦은 밤이라 해도 복도에 사람이 오가는 소리라도 날 텐데 너무나 조용한 그 . 막.함.이 무섭기까지 했다.

그런데...

코로나 병동 입원실 에는 입구에 청진기,혈압기, 체온기 등의 기본적인 의료기기들이 비치 되어 있다.그방에서 만 사용되는 것으로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코로나 입원실 입구에는  커다란 의료용 쓰레기 통들이 따로 비치 되어 있다.그입원실 에 출입한  의료진 들이 사용한 모든 가운,장갑 등을 그때 그때  버리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화장실안의 샤워 시설도 샤워부스가 따로 설치 되어 있는 일반 병실과는 다르게 소독 가능한 의자 하나 외에는 툭 틔여 있다.
코로나 입원실 에는 정해진 시간에 의료진이 하루 세번 방문 한다 그외에는 빨간 벨을 눌러야 누군가 온다. 누군가 그방에 들어 올수도 그방에서 나갈수도 없다.

안 그래도 씩씩이 간호사 선생님이 내게 "절대 방 밖으로 나오시면 안 됩니다", "급한 일이 있으면 빨간 벨을 누르세요" 하고 사라져서 심란해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휘휙휘... 휘.... 마치 대나무 숲에서나 들릴듯한 바람소리와 사람의 흐느끼는 또는 신음 소리 같은 것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도무지 그 소리들이 어디서 들려오는지... 무슨 소리 인지 알 수 없는 체...

빨간 벨을 옆에 두고 덜덜 떨었다.


그렇다고 무섭다고 벨을 누를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언젠가 누군가 체온이라도 재기 위해 내게 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별수가 없었다.

몸은 지칠 대로 지치고 힘들어 금세 잠에 빠져 들지 않을까 했는데 물에 젖은 솜이불처럼 무거운 몸과는 다르게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은 더 또렷해지고 눈은 더 커져 갔다.

외부와 철저히 고립되었다는 고립감은 나를 두려움에 떨게 했고 사람의 소리인지 귀신의 소리인지 알 수 없는 괴상한 소리가 거센 바람에 싣려 오는 기괴한 소리는 불을 환하게 켜놓고 앉아 있어도 공포 스러 웠다.

그렇게 단 일 분도 잠들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꼴딱 새우고 난 다음날...

그 정체불명의 소리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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