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데믹 시대의 신종 사기
이른 아침 차곡차곡 종이 들을 담아 놓은 박스를 들고 현관문을 나선다
독일은 아직도 관공서 나 은행, 보험회사 또는 아이들 스포츠 동우회 등에서 종이로 된 편지들을 보내온다.
각 기관에서 온 편지들 중에 읽고 버릴만한 것들... 그리고 마트 광고 전단지, 피자 등의 배달음식 광고 전단지 등등 쓸데없는 종이들이 어찌나 많은지 일주일이면 종이 박스 하나가 꽉 찬다.
그게 어찌 우리 집뿐이랴?
동네마다 종이 들만 따로 모아 버리는 컨테이너들이 저렇게 있는데 요즘은 늘 차고 넘친다.
그래서 어느 날은 이 종이들로 찬 박스 하나를 출근할 때 들고나가 버리기도 하지만 다른 날은 더 일찍 나가서 버리고 오기도 한다 안 그러면 자리가 없어 다시 그대로 들고 들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염병이 창궐하는 시대 이름하여 팬데믹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 길고 긴 싸움 이 언제쯤 완전히 끝이 나려는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늘도 먹고살기 위해 일하고 또 예전과는 달라진 이젠 이게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린 일상을 살아간다.
독일에서는 코로나 확진자 숫자가 오락가락할 때마다 봉쇄조치와 규제완화 가 반복되어왔다
봉쇄조치 때는 옷가게 신발가게 등의 상점들이 모두 문을 닫고 있어서 너나 할 것 없이 필요한 것들을 인터넷으로 주문하고는 했다 그러다 보니 집집마다 택배를 받는 횟수가 평소보다 훨씬 많아졌고 그로 인해 동네에 종이 버리는 컨테이너 안과 밖은 언제나 택배 받고 난 빈 박스로 수북하다.
예전에는 동네에 새로 이사 들어온 사람들이 몇은 되어야 연출될까 말까 하는 장면이다.
규제가 완화되고 있는 요즘도 확진자 퍼센트에 따라 동네마다 차이가 있지만 자투리 시간에도 시내를 나가면 후딱 하니 쇼핑을 끝냈던 예전처럼 자유롭지는 못하다.
일단, 우리 동네 같은 경우 옷가게 등의 상점을 가려면 코로나 신속 테스트 음성 확인서가 있던가 2번의 백신 접종이 끝났다는 확인서 또는 예방접종 패스가 있어야 상점 안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에 볼일이 있어 나갔던 어제 오후 시내의 모습이 떠오른다.
날씨도 좋고 완화 조치로 인해 우리 동네 시내는 거리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이 전보다 훨씬 많아 보였다.
크고 작은 가게들이 문이 열려 있고 사람들이 오가니 마치 예전으로 돌아온 듯 활기 띤 분위기였다.
그러나 막상 상점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서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코로나 테스트 확인서가 손에 있어야 하니 그게 번거로워서 쇼핑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아 보였다.
더운 날 마스크 쓰고 기다리는 것도 힘들고 그전에 코로나 테스트에 쇼핑까지 하려면 전보다 배는 넘는 시간이 쇼핑을 위해 쓰여야 한다
할일없이 돌아다니며 구경하는데 드는 시간은 아깝지 않은데 기다리며 드는 시간은 왠지 더 길게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아이스크림 하나씩 들고 밖에서 여기저기 기웃 거리며 쇼윈도를 구경하고 일명 아이쇼핑하는 사람들은 많아도 상점 앞에 줄을 선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또 그동안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택배로 받는 온라인 쇼핑이 일상이 되다 보니 아마도 당분간은 그렇게 지속될 것 같다.
아.. 택배... 말 나온 김에...
요즘 독일에서 많은 사람들이 택배를 애용하다 보니 생긴 신종 사기가 있다.
그것은 이름하여 문자 사기 또는 피싱문자..
지난 2월에도 그에 관한 내용이 한번 크게 신문에 나서 눈여겨보았었고 친구가 그런 일을 당한 적이 있다 해서 조심했었는데 내게도 그 말로만 듣던 피싱문자가 피융 하고 날아들었다.
어느 날 모르는 낯선 전화번호로 주문하신 택배가 오고 있으니 확인하세요 라는 문자가 하나 띠리링 하고 들어 왔다.
어? 아무리 기억해도 요 며칠 사이 내가 인터넷으로 뭔가를 주문한 적이 없는데...
혹시나 남편이 주문한 건가? 싶어서 열어 보았다.
요즘 기능의학에 취미가 들리신 이것저것 다 먹어봐 허당 김쌤 께서 또 뭔 비타민 이라던가 식물성 뭐 시기약을 주문했나 싶어서였다.
그런데 문자 내용을 확인해 보니 딱 하고 감이 왔다.
"고객님이 주문하신 화장품 택배가 배송되었습니다
자세한 것은 요기를 클릭해 주세요!" 라고 이쁜 파란색 링크를 걸어 놨다
아하 요거 봐라 네가 바로 그 말로만 듣던 피싱문자로 구나... 요것들 사람 잘못 골랐다 안됬데이!. 하고 패스했다.
만약 내가 그래도 궁금해서 "요기를 클릭해 주세요!" 한 곳 즉 링크 걸어 둔 것 을 사뿐히 눌렀다면 내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개인 정보들이 바로 그 자리에서 털렸을 것이다. 요렇게 택배를 가장한 문자 사기 피싱문자가 독일에서 요즘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런데 그게 피싱 문자인지 어찌 단박에 알았느냐 하면 나는 화장품을 구매할 일이 별로 없는 사람이다 그것도 인터넷 상에서는 더더군다나.
기초화장품 스킨로션 그것도 없으면 바디크림을 얼굴에 스윽 바르고 끝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쩌다 기분 전환용으로 립스틱 예쁜 거 하나씩 사던 것도 코로나 전이요 비비크림 사던 것도 코로나 전에 일이다.
그전에도 뭐 화장을 하나 안 하나 별 차이가 없는 얼굴이라 본전 생각나 화장품 사는 일이 별로 없었는데 요즘은 어디를 가나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 그마저도 사지 않는다. 한마디로 필요한 화장품이 없다.
그 문자를 생까고 열흘 정도 후에 또 피싱문자가 왔다 이번에는 전자상가에서 택배 하나가 배송되었다는 내용이었다.그들은 집요 했다.
당근이 이번에도 생까 주셨다. 아마도 지난번에 여성인 줄 알고 화장품 피싱을 보냈는데 안 걸려드니까 혹시나 남성일까 싶었는지 이번에는 전자상품을 들이밀었다. 가뿐히 생까 주셨다.
그랬더니 다음날 또 피싱문자가 왔다. 고객님.?.. 거기 계세요?
하하하 웬 거기 계세요?
예전에 즐겨 보던 개그콘서트라는 코미디 프로에서 나오던 보이스피싱의 장면들이 떠올라 웃음이 터졌다.
아마 이런 말이 하고 싶었나 보다.
"고객님 전자제품 시키셨는데 화장품이 온다고 해서 많이 당황하셨죠.."
"고객님 거기 계신가요? 고객님?"
나는 요즘도 낯선 번호의 택배를 가장한 피싱문자가 띠리링 하고 들어 오는 날이면 혼잣말로 정다운 인사를 건넨다.
"그래 잘 안걸려드는 피싱 하느라 고생이 많다.
느네 고객님 지금 바삐다."
그리고는 들어온 문자 를 살포시 읽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