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주말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이불 빨래도 해서 베란다에 탈탈 털어 널고 온 집안 대청소도 한번 했으면 싶었지만 우리 부부는 나란히 코로나 백신 1차 접종을 한 후라 무리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몸을 움직이기로 했다.
접종 예약 시간은 토요일 오전 9시 45분 이었지만 우리가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마친 시간은 오전 10시 15분 정도 되었다.
함께 접종을 갔던 우리 병원 직원들도 (한 명이 너무 긴장하고 있던 나머지 혈압이 올라가서 잠깐 응급처치실에 누웠다가 나온 것을 빼고는) 모두 괜찮다고 했고 우리도 접종 직후 특별한 이상 징후는 없었다.
여느 주말과 마찬 가지로 동네 마트도 다녀오고 멍뭉이 나리와 산책도 하고 별 다를 것 없는 시간을 보냈다.
아, 한 가지! 다른 주말과 크게 달랐던 것은 보통의 토요일 점심이면 감자 수제비, 해물 칼국수, 또는 김치 비빔국수나 잔치국수 등으로 식구들이 원하는 메뉴를 선택해서 언제나 내가 요리를 했었는데..
그날은...
오른팔에 주사를 맞아 오른손을 들어 사용할 때마다 아파하는 마눌을 위해 남편이 자원해서 점심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남편은 요즘 자꾸 요리가 하고 싶어 진다며 점심으로 라뽀기를 해 주겠다고 했다.(라볶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 만나 보세요)
그렇게 우리는 점심을 맛나게 먹었고, 그때까지는 주사 맞은 팔이 불편한 것만 빼고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다가 오후가 되며 37도 3부 5부 정도로 미열이 살짝 오르기 시작했고....
슬슬 저녁 시간이 되어 갈 5시 무렵부터 본격적인 근육통이 오기 시작했다.
누구는 접종 후 12시간 지나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는데 우리는 약 7시간 지나서 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깨와 뒷목 이 묵직하고 뻐근하더니 팔과 다리 그리고 허리 근육들이 마치 몸살 났을 때처럼 속속 거리며 아파 왔다.
그렇게 움직일 때마다 아픈 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뜨끔 뜨끔 꼬집듯이 아파 오고 자세를 바꾸기 위해 몸을 움직일 때면 불꽃놀이하듯 여기저기가 동시다발로 쑤셔 왔다.
부부가 함께 담요를 두르고 나란히 소파에 앉아 인터넷으로 드라마를 보다가도... 끙... 화장실 가려고 일어나다가도... 끙... 둘이 주거니 받거니 끙끙 거리며... 아.. 이거이 말로만 듣던 접종 후 찐.. 증상이고만.. 을 외쳤다.
아까 까지만 해도 요즘 왠지 요리가 자꾸 하고 싶어 진다던 사람은 어데로 갔는지..
남편은 "우리 따뜻한 차 한잔 마실까?" 하며 나를 은근히 쳐다보다가도 "아참. 너도 아프지.. 아무래도 부부가 같은 날 접종하는 건 아닌 것 같아"라는 속 보이는 말을 했다.
내가 말없이 부스스 일어나 차를 끓이러 주방으로 향하자, 내가 앉아 있던 소파 위로 기다렸다는 듯이 발라당 누워 서는 "아유 이거 생각보다 아프네..."라며 더 소리 내어 끙끙 거리는 남편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아니야 우리가 같은 날 맞았으니 이 정도지 자기 혼자 맞고 왔으면 굉장 했을겨 그치?" 라고...
첫날은 밤에 잠들 때까지 근육통과 두통을 동반한 미열이 37도 5부 6부 선에서 있었지만 진통 해열제를 먹어야 할 만큼은 아니었고 그럭저럭 견딜만했다.
그런데...
접종 후 증상은.. 둘째 날인 일요일이 피크였다.
자다가도 여기저기 쑤셔 대는 통에 밤잠도 푹 잘 수 없었던 데다가....
열이 38도로 올라가고 근육통이 심화되어 뼈 마디마디로 바뀌며 그야말로 제대로 아팠다.
몸이 무거운 건 당연했고 앉았다 일어날 때마다 아구 구 소리가 절로 나왔으며 그날은 피자 등의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울 수밖에 없었다.
평소 자주 시켜 먹지 않는 피자, 케밥 등을 먹으며 막내는 신이 났지만, 나는 다음번에 2차 접종 가기 전에는 국이 라도 한솥 끓여 놓고 가야겠다 를 다짐했다.
서로 어쩌면 이렇게 똑같이 아프냐 싶게 남편과 나는 함께 끙끙 댔고.. 거울 보는 것 같은 그 모습에 또 같이 웃음이 터졌다 그 덕분에? 진통해열제 한알 도 안 먹고 잘 넘어갔던 것 같다.
신기하게도 딱 그 밤이 지나고 나니 그렇게 쓱싹 거리며 아프던 근육통도 사라지고 열도 스르륵 내려갔으며 머리도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잘하면 월요일에 다 함께 병가 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내심 기대하던 것은 말짱 해진 덕분에 깨몽이 되었다.
물론 아직 피로감이 남아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틀이 지나니 출근해도 충분할 만큼이 되었다.
역시나 백신 접종 본부에서 개인병원 의료진들을 주말에 몰아서 접종해준 데에는 다이 유가 있었던 거다.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겠으나 접종 후 증상들이 있다 해도 보통 이삼일이면 눈에 띄게 호전되니 개인병원들이 단체로 문 닫을 일 없게 평일이 아닌 주말에 준거다.. 니들은 다 계획이 있었고나..
월요일에 우리 병원 직원들도 결근한 사람 없이 모두 출근했고.... 아침부터 서로 증상들이 어땠는지 나누기 바빴다.
우리 병원 직원들의 연령층은 대략 30대 40대 50대로 나뉘는데.. 그중에 30대인 B는 접종한 날 저녁부터 몽롱한 것이 전신마취했을 때 같았다고 했다. 열은 재보지 않았지만 살짝 미열은 있었던 것 같고 팔에 약간 근육통이 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비몽사몽 같은 피로감이 있었고 자기 전에 진통해열제 하나 먹고는 다음날부터 멀쩡했다고 했다.
그리고 40대인 G는 접종하는 날 당일에는 혈압이 급 올라갈 만큼 긴장했었는데 접종 후 증상으로는 살짝 두통이 있었고 그다음 날인 일요일 에는 출근 해도 될 만큼 몸상태가 괜찮았다고 했다.
50대 중반인 C는 살짝 머리가 띵하고 주사 맞은 팔이 조금 불편했던 것 빼고는 특별한 증상 없이 잘 지나갔다고 했다.
우리 병원 직원들만 놓고 보아도 코로나 백신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후 증상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그중에 우리 부부가 접종 후 증상이 제일 세게 온 것 같았다. 얼핏 보면 연령대가 높아서 그런 게 아닐까 싶었는데 직원 C는 우리보다 몇 살 위다. 백신 접종 후 증상이 연령과 관련이 없지는 않았겠지만 평소 면역력을 포함한 기초체력과 건강 상태가 젤 중요했던 것 같다.
우리 직원들이 우리 부부는 보기에 워낙 건강해 보여서 별 증상 없이 지나갈 것 같았는데 그렇게 증상이 세게 왔다는 것에 놀랐다고 했다. 우리 부부는 겉보기에는 특 건강해 보인다. 그야말로 속 빈 강정이요 빛 좋은 개살구다.
몇 주 전에 입원할 만큼 아팠던 나나 몇 차례의 녹내장 수술을 했던 남편이나 우린 둘 다 기본적인 건강 상태가 그다지 좋았을 리는 없었을 테니 말이다.
우리는 앞으로 우리 건강에 더 신경을 써야겠다 하면서도.....
어쨌거나 코로나 백신 1 차 접종으로
코로나의 위협으로부터 한 발짝 멀어진 것 같아 마음이 놓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