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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r 21. 2021

#32.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우리 동네가 코로나 시위대로 뒤덮였다.

*대문 사진출처: 3월 20일자 RP Online.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카셀은 인구 20만이 살짝 넘어가는 독일의 중부 헤센주에 위치 한 크지 않은 도시다.

5년에 한 번 있는 세계 현대 미전 도쿠멘타를 제외하고는 사람들이 관광을 오는 도시도 아니요

회사가 많아 비즈니스 차원에서 오는 사람들이 많은 곳 또한 아니다.

물론, 크리스마스 마켓이 선다거나 축제가 있을 때면 다른 동네 사람들도 놀러를 오고는 했지만 평소에는 외부 인들이 몰려올 일이 없는 조용하기 그지없는 도시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 정부의 코로나 대책을 반대하는 시위가 있을 것이라는 예고가 있었다.

그동안 지구 환경을 위한 데모 라던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데모, 또는 교사 포함 공무원 또는 공기업 직원들의 월급 인상 처우 개선 등을 놓고 평화적인 데모가 있어 왔고 우익을 내세우는 신나치주의 자들의 격렬한 데모 또한 있어 왔다.

그래서 데모나 시위대의 모습이 그렇게 낯설지는 않다.

하지만 이번처럼 외부인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난리 법석을 떨어 대는 데모는 보지 못했다.

더구나 코로나 시국 중인데 말이다.

*사진출처:Tagesspiegel

시간대 별로 전해지는 뉴스에서 마스크도 쓰지 않은 사람들이 시내에 다닥다닥 모여 서서 난리도 아닌 장면들이 나왔다.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우리 동네 시내의 모습이었다. 이로써 우리 동네가 코로나 사태 이후 세 번째로 뉴스에 등장했다. 이번 데모는 원래 6천 명의 시위대를 법원에서 허가했다가 시청에서 다시 데모로 모이는 것을 불가한다고 했다는데... 서로 인터넷으로 연락들을 해서 독일 각지에서 2만여 명이 몰려왔다고 했다. 시위대와 대치되어 있던 경찰들은 시위대 숫자에 비해 다른 곳에서 지원을 받았음에도 부족했으며 드물게 살수차로 물을 뿌려 댈 만큼 시위대는 공격적이었다고 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 시국에 처음부터 데모를 허가 해준 법원도 문제고 자기네가 무슨 비밀 결사대 라도 된 양 암암리에 연락을 해서 몰려든 사람들도 문제다. 매일 코로나 확진자 수가 1만 명 에서 1만 5천 명 사이를 오가고 도시별 코로나 퍼센티지가 올라가고 있는 이 와중에 남의 동네에 와서 마스크도 안 쓰고 저렇게 난리를 치고 있으니 도대체 이 동네 주민들은 어쩌라는 것인지 말이다.

*사진출처 3월 20일자 Tagesschau,BR 24

이 정신없는 사람들이 외치는 것은 개인의 자유는 존중받아야 하므로 정부의 코로나 방역 대책인 마스크 착용 의무화, 코로나 백신 접종, 록다운 등은 모두 부당하다는 거다.

사실 우리도 독일 정부의 코로나 방역 대책들이 모두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이랬다 저랬다 하는 코로나 백신 접종에 관해서는 더더군다나 할 말이 많다(전면 검토한다던 AZ의 접종을 며칠 만에 다시 하기로 합니다)


그러나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정부에 서면으로 청원을 하던 자기네 집 안방에서나 소리치지 이렇게 남의 동네에 와서 마스크도 쓰지 않고 떼로 몰려다니며 민폐를 끼치면 안 되지 않겠는가?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도시가 크지 않다 보니 시내도 크지 않다. 경찰과 격렬히 몸싸움하며 시위했던 시내에서 우리가 사는 동네까지 걸어서 모두 이동이 가능하다.


시위 참여를 위해 007 작전하듯이 전국 각지에서 우리 동네로 스며든 이분들 때문에 시내부터 곳곳이 막혀 교통이 마비되었고 여기저기에 마구 주차를 해놓아 동네 주민들 차를 주차할 곳이 없어 난리가 난 건 말할 것도 없었다.

게다가 격렬히 지랄 발광 시위를 하시다가 배가 고프니 인가로 내려온 늑대들처럼 떼 지어 동네 곳곳에 있는 피자가게, 케밥집 앞에서 포진해 오가는 사람들 길 막고 있는 것은 다반사였다.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그들은 등판에 서로 사회적 거리를 둡시다 록다운 반대 등의 같잖은 문구들로 도배한 판 데기나 프린팅 되어 있는 옷을 입고 이상한 모자나 북을 매고 독일 국기나 풍선들을 매어 온 동네를 단체로 돌아다녔으니 누가 보아도 데모대인 것이다.


맨 밑에 왼쪽 사진 커피값 띵겨 먹고 먹튀 하려다 걸린 코로나 시위대 일땅이 이땅이 삼땅이 그리고 동네를 싸돌아 다니던 시위대 기타등등..

이미 뉴스에서 경찰에게 마시던 물병 던지고 욕하며 광기 어린 시위를 하는 모습들을 보고 난 후라 그런지 낯선 사람들이 집 앞을 어슬렁거리며 동네를 힐끔거리며 다니는 모습을 마주 하는 건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 와중에 데모를 핑계로 관광을 왔는지 길 막고 서서 지들끼리는 어찌나 하하호호 떠들어 쌌는지..

주말이라 시장도 가야 하는데 데모대 때문에 시내부터 곳곳의 길들을 막아 놓고 있어

동네 구석구석이 고속도로 막히듯 막혀 버렸다.

차도 집 앞에 주차를 못하고 길도 메여서 남편과 나는 걸어서 시장을 다녀 오기로 했다.

몇 개 사지 않았지만 걸어서 시장 봐온 물건들을 들고 나르려니 무겁고 짜증이 났다.


그렇게 낑낑 거리며 시장바구니를 들고 동네길을 걷고 있는데.. 우리 동네 피자집에서 데모대로 추정되는 일땅이 이 땅이 삼땅이가 골목 앞으로 툭 튀어나왔다.

피자를 테이크아웃해서 나왔는지 양손에 먹을 것을 들고...

그런데 그 뒤를 피자집주인 아저씨가 앞치마 입고 헐레벌레 뛰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아저씨는 그들을 향해 "여보세요 여보세요"  하며 큰소리로 애타게 불렀다.

좁은 골목길이라 앞서 걷던 그들과 가까이 마주 하지 않으려 우리는 가던 길을 잠시 멈췄다.

그리고 도대체 피자집주인 아저씨가 왜 저리 급하게 저들을 부르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말이다.

천천히 멈춰 서던 그들을 향해 피자집 아저씨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 보세요, 커피값 내고 가셔야죠!"

평소에 길 막힐 일이 거의 없는 우리동네 주택가 골목길이 그날 내내 오밤중 까지 명절 앞둔 고속 도로 처럼 길이 막혔다.

주인아저씨의 큰소리에 그 소리를 본의 아니게 듣게 된 우리와 길 건너 서 있던 동네 주민 하나 둘은 모두 "뭐여 먹튀여?"라는 뜻을 담아 그들을 쳐다보았다.

그 눈길을 의식했던지 머리에 띠 까지 두르고 있던 남자는 "아니 무슨 소리 하세요, 우리 돈냈잖아요!" 했고 하트 풍선을 달고 있던 여자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커피는 피자랑 세트 메뉴 아니었어요? 난 또 인쿠르시브인줄 알았죠"라고 말이다.

어이없어 하던 피자 가게 아저씨는 평소의 그 인자함은 다 접어 놓고 쌀쌀맞은 목소리로 크게 이야기하셨다. "그럴 리가 있겠어요. 피자 값이랑 커피값은 별도 지요!"


그 순간 라이브로 현장을 목격하고 듣고 있던 우리도 길 거너 주민들도 서로 복화술로 의견을 교환하듯 같은 표정을 했다.

염병 허네... 인쿠르시브 는 무슨...! 여기가 무슨 맥도널드나 버거킹이냐 세트 메뉴 찾게? 이 시국에 니들이 코로나랑 세트 메뉴다. 띠블! 이렇게...

우리와 길 건너에서 지켜보던 강아지와 산책을 나왔던지 강아지와 함께 서 있던 주민 하나 둘은 여차 하면 피자가게 아저씨를 도와 드릴 요량으로 가던 길 멈춰 서서 사태를 지켜보았다.


우리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이 피자가게는 아저씨 아줌마 그리고 아들 이렇게 가족 셋이 운영하는 곳이다.

안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장사도 제대로 못하고 배달할 사람이 없어 와서 테이크 아웃 해 가는 사람들에게 피자를 팔며 근근이 살고 있는 곳인데 벼룩이 간을 빼 먹지 커피 값을 띵 까먹으려 하다니...

몇 푼 하지 않는 커피값을 안 내려다 딱 걸린 하트 풍선녀는 아저씨를 따라 피자가게로 들어갔고

그 뒤를 함께 왔던 시위대 이 땅이 여자가 따라 들어갔다.

남편과 나는 밖에서도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가게 앞에서 저 여자들이 커피값을 내는 것만 보고 집으로 가기로 하고는 들고 있던 장바구니를 팔 바꿔가며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며 지켜보았다.


그런데..

가게 안으로 들어 간 그녀들은 바로 커피값을 내는 것이 아니라 화장실 쪽으로 가서는 한참을 나오지를 않는 거다.다행히 그 가게는 뒷문이 없다 그래서 화장실 간다 하고 톡낄 우려는 없었으나 가뜩이나 들고 있는 것도 무겁고 날도 추워 밖에서 있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데,,

도대체 뭘 하는지.. 빨리 아저씨에게 커피값 내고 나오면 우리도 집에 가겠구먼..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거다.

그러다 번뜩하고 생각 이 났다. 그렇다 독일에서는 화장실 사용도 돈을 따로 내야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커피값 안 내고 먹튀 하려다 걸렸으니 커피값 안 낼 수는 없고 그 돈 내려니 화장실이라도 다녀와야겠다 싶었나 보다.

아... 진상들.... 그 안에서 똥이라도 쌌는지 한참 만에 나온 두 여자는 아저씨에게 동전으로 커피값을 계산하고 마스크도 쓰지 않은 얼굴에 아주 개운한 표정을 처발라서는 피자 가게를 나왔다.

그녀들은 마스크 쓰고 서있던 우릴 한번 스윽 쳐다보더니 가게 밖에서 기다리던 남자와 셋이 합쳐 길을 떠났다. 우리는 그런 그들을 보며 등 뒤에서 작은 소리로 소심하게 이렇게 외쳐 주었다

지랄도 풍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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