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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Apr 05. 2021

프렌치 불도그 피하려다 닥스훈트 만났다.

산책 시 강아지 급발진 주의!

독일에도 예외는 있다.


독일에서는 견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배변을 위한 산책, 한 번에 30분 내외의 동네 한 바퀴 도는 산책을 가시 gassi 라 부르고 하루 서너 번의 가시를 나간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또 직장이 끝나는 오후 늦은 시간이나 주말이면 공원과 강아지 숲 또는 강아지 학교 훈데슐레에서 2시간 이상씩 하는 산책의 경우는 훈련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독일에서 산책을 하다 보면 견주가 강아지에게 끌려 다니는 형상을 띠거나 쩔쩔매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특히나 대형견일수록 강아지 육아? 에 경험이 많은 견주들이 대부분이고 아기 강아지 때부터 훈련을 철저히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디나 예외는 있기 마련 우리 동네에도 개는 훌륭하다에 출연 해도 되겠다 싶은 강아지가 있었으니 바로바로 2살짜리 프렌치 불도그 제니퍼.


프렌치 불도그 중에 싸나운 애들이 더러 있어서 얘네들만 집중 훈련하는 훈데슐레  강아지 학교 훈련사 들도 있어요. *사진출처 :Zooplus
제니퍼는 얘보다는 밝은 색의 흑회색 프렌치 불도그이에요 얘보다 더 공중에 떠 있죠 ㅋㅋ *사친 출처 :Masih Samin

위에 사진은 양반이다 제니퍼는 산책을 하다가 다른 개가 보이면 리드 줄을 당기는 건 기본이고 소싯적에 태권도를 배웠는지 두발이 공중부양을 하듯 돌려차기를 날리며 사납게 짖어 댄다 으찌나 지랄 발광을 해 대는지 절대 다른 강아지가 같은 길을 스쳐지나갈 수 없다.

보기에도 마음 여려 보이는 견주는 너무나 미안해하며 두 손으로 리드 줄을 꼭 쥐고 섰거나 어렵사리 다른 길로 돌아간다.

물론 대부분 다른 견주들이 알아서 피하는 편이지만 말이다.


우리 나리는 워낙 쫄보라 작은 개 여도 싸나움을 온몸으로 뿜어 내는 제니퍼를 보면 무서운지 고개를 돌린다.

다행히? 바로 이웃에 사는 강아지는 아니어서 같은 산책로에서 자주 만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같은 동네에 살다 보니 어쩌다 늘 다니던 길이 아니라 다른 산책길을 가다 보면 종종 마주치게 된다.

오늘처럼...



주말이나 공휴일 길바닥에
자빠져 있는 그대


오늘도 원래는 우리가 자주 다니는 산책로를 걷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잡것이 맥주를 쳐 잡숫고 병을 길바닥에 으깨 놓았다. 주말이나 공휴일 아침 이면 종종 만나 지는 풍경이다. 길에 자빠져 계신 유리조각들...

독일의 맥주병 들은 대부분 Pfand 판트라고 해서 공병을 반납하고 환급을 받는다.

짝으로 산 것이 아니라 한두 병은 그 환급받는 것이 귀찮아서 빈병을 그냥 버리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그러나 그건 지네 집 쓰레기 통이나 길 가다 널린 쓰레기통에 고이 버려야지 요로코롬 양심이 가출한 듯 다니는 길에다 유리조각을 낭자하게 펼쳐 놓다니 말이다.


나리가 우리에게 오기 전이었다면 "이런 우라질 !어디다 유리병을 던진 겨 길가다 사람 다치면 어쩌려고!" 라며 욕을 퍼붓고는 발로 슬쩍 미뤄 두거나 까치발로 유리 피해 지나갔을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젠 네발 달린 친구와 살다 보니 맨발에 청춘인 이 친구들이 혹시라도 다니다 다칠까 봐 치우고 가게 된다.

물론 욕도 찰지게 날리면서 "으매 쓰바렐라 징한거!"


그렇게 유리조각 주워서 쓰레기통에 버리고 가려니 산책길을 바꿔서 갈 수밖에 없었다.

길 돌아 들어가니 저 멀리서 우리가 익히 아는 자태와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제스퍼! 그년 아니 그녀는 흑회색의 두발을 공중에 뻗으며 지럴 을 하고 있었다 언제나와 처럼...


우리는 다시 길을 바꿔 걸었다.

이번에는 자주 지나다니지는 않지만 독일의 옛날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마치 동화 같이 이쁜 골목길이다.

아기자기한 골목길

이삼백 년은 되어 보이는 아주 옛날 골동품 같은 독일 집들이 모여 있는 골목이다.

어찌 보면 인형의 집 같기도 하고 우리가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 길을 자주 지나다니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하기에는 보행자를 위한 길의 폭이 너무 좁아서 자전거 라도 마주 오면 차도에 내려서게 되거나 청소차가 지나가면 피할 곳이 없다.

그러니 예쁜 것도 좋지만 넓직넓직 해서 강아지와 다니기 편하고 중간중간에 풀밭들 있어서 야외 화장실 가기도 용이한 데로 산책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우와 새로운 곳이다!" 라며 신이 나서 여기저기 냄새들을 킁킁 거리며 만끽하고 있는 나리와 천천히 길 따라 걷고 있는데...

길 건너편 멀찍이서 아저씨 한 명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뒤돌아 보는 포즈로 보아 분명히 뒤에 강아지가 따라오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점점 우리와 거리가 좁혀지며.. 곧 그 사람도 우리를 한번 쓰윽 보더니... 허리를 굽히며 리드 줄을 연결하는 것이 보였다.

그때까지 작아서 보이지 않던 강아지가 줄에 매여 보이기 시작했다.


오호라 닥스훈트... 체구는 작고 다리는 짧으나 사냥개의 일종이라 빠리빠리 하며 개에 따라 한 성질 하기도 한다.  

원래 독일에서도 거리에서 리드 줄을 매는 것은 의무조항이다 저렇게 풀고 다니면 안 된다. 그러나 워낙 강아지와 사람 간의 신뢰가 두텁고 훈련이 잘 되어 있는 개들은 리드 줄 없이 데리고 다니기도 한다.

그럴 경우 여도 다른 개 들이 지나다니거나 할 때 리드 줄을 다시 하는 것이 예의다. 펫티켓!

요렇게 생긴 닥스훈트 자주 만납니다. *사진출처:Weltbild

프렌치 불도그 피하려다
 닥스훈트 만났다.


우리가 만난 닥스훈트는 매끈하게 생긴 아이가 아니고 요렇게 털이 부숭숭 있어서 아이들 만화 영화에 할아버지 강아지로 종종 등장하게 생겼다.

그런데 목청도 좋지... 어찌나 짖어 대는지 머리가 울릴 지경이었다. 이아이의 짖음은 제니퍼를 능가하고 있었다.

프렌치 불도그 제니퍼는 싸나움이 깃든 짖음이라면 이 닥스훈트의 짖음은 그저 부잡 스럽고 소란스럽기만 했다.

눈치 빤한 나리가 어디 한번 해 볼만 하다 싶었던지 몸을 틀었다.


이런 때가 중요하다. 강아지와 산책을 다니다 보면 간식으로도 앉아나 엎드려가 잘 안될 때가 있다. 

작은 새들이나 또는 토끼나 다람쥐들이 오갈 때 호기심 천국인 강아지 들은 잡고 싶어 안달이 난다. 또는 이렇게 상대방과 한번 붙어 볼만 하다 싶을 때 그럴 때  강아지 들의 급발진을 주의해야 한다!


나리에게 이 꽃이 너의 이름 개나리 란다 해도 그러거나 말거나 별 감흥이 없는 나리 에요

급발진 주의!


급발진이 무언가 이렇게 잘 정차되어 있는 차들이 급작스레 튀어 나가는 것이 아닌가

강아지들도 그렇다 아무리 훈련이 잘되어 있는 아이들이라도 호기심 또는 본능을 건드리는 소리나 무엇에 반응하게 되면 예상치 못하게 튀어 나갈 때가 있다. 이럴 때는 간식 주며 앉아 엎드려가 먹히지 않을 때다.

요런 때 견주들의 촉이 중요하다. 나는 나리의 움직임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며 빠르게 리드 줄을 손에 감았다. 우리가 사용하는 플렉시 리드 줄은 누르는 기능으로 자동 거리 조절이 5미터까지 된다는 장점이 있으나 갑자기 강아지들이 뛴다거나 튀어 나갈 때 그 무게와 가속도를 못 이겨 줄이 튕겨 나가 기도 하고 빠르게 감야 하는 것을 견주들이 당황하다 보면 오히려 줄을 늘이게 되기도 한다.


그동안 수도없이 겪은 일 아니겠는가 사냥 본능 충만한 우리 집 나리가 공원에서 까마귀 또는 오리들 보고 쫓아가려고 튀어 나간다거나 풀숲 사이에 지나가는 토끼나 다람쥐 잡으려고 해서 무심히 서있다 줄 잡고 있던 팔도 함께 늘어나서 가제트 팔(옛날 만화 주인공) 될뻔한 적도 많고 방향 잘못 잡아 줄에 손 베일 뻔 한적도 많다.

그렇게 갈고닦은 촉으로 줄을 짧게 걸어 잠김으로 해 두고 남은 줄을 손에 감았다. 그러면 이중장치라 더 안전하다 물론 강아지가 어느 쪽으로 튀어 나갈지도 미리 계산을 해둬야 방향 잘못 잡아 얇은 줄에 손이 다치는 것을 면할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나리가 내가 예상하던 오른쪽 앞으로 튀어 나가려고 했다.

공격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단지 닥스훈트 쪼매난 것이 종종 거리며 나리를 보고 짖어 대기를 마치 "어이 드루와 드루와 한번 해봐!" 하는 식으로 계속 왕왕 거리니 나리는 "이게 반주먹도 안 되는 게 까불고 있어!"라며 쾅쾅 짖으며 펄쩍 뛴 거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튀어 나가게 둘 수 없는 노릇, 이중으로 감았던 리드 줄에 힘을 주고 버티며 나리를 진정시키려 애썼다.


이런때 한쪽이 먼저 가야 끝이 난다.

바로 제자리로 온 나리에게 계속 짖어 대는 길 건너 닥스훈트의 견주는 미안하다며 얘가 großmaul이라 그렇다며 시끄러운 아이를 데리고 빠르게 사라졌다.

그렇다 독일 사람들은 잘난척 하며 말 많은 수다쟁이를 일컫을 때 그로스마울 대따 큰 주둥이라고 하는데...좀 더 내식으로 표현하자면 공포의 주뎅이 쯤 되겠다.

사람이던 개던 아는척 잘난척 해대며 끊임없이 시끄럽게 떠들어 댈 때 하는 말이다.

어쨌거나 그놈의 공포의 주뎅이 닥스훈트 때문에 힘을 썼더니 배가 고파 온다.

요란하던 닥스훈트가 눈 앞에서 사라지자 언제 빡쳤었나 싶게 얌전해진 나리와 집으로 향했다.

아침 첫 산책 이였는데..그 짧은 소동? 으로 벌써 세번째 산책은 다녀온것 같다.

 

요즘 나리는 털갈이 중.. 온 집안에 솜사탕이 떠 다녀요. 매일 빗질하면  빠진 털로 방석 여러 개 나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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