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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y 29. 2021

미니멀리즘은 개뿔

우리 부부의 미니멀리즘 동상이몽


미니멀리즘의 티카 타카


어느 순간 장식적인 요소를 일체 배제하고 표현을 적게 하는 문화예술의 기법 미니멀리즘이라는 것이 단순한 삶을 추구하는 삶의 모토로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비우고 버리고 쌓아 두거나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는 최소한 의 것을 두는 미니멀한 삶 요즘 대세다.

그 미니멀라이프 우리도 찬성한다. 특히나 남편은 예전부터 일상에서 먹고 마시는 것들을 남김없이 딱 맞게 하고 그로 인해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던 사람이다.


그래서 예전에 시장 갔다 상추 한 다발 때문에 부부 싸움을 한적도 있다.

손님 초대를 하고 그릴을 하기로 한 날이었다. 마트에서 장을 보며 카트에 이것저것 담고 있을 때였다.

남편이 방금 내가 카트 안에 담은 상추 하나를 다시 꺼내 들고 제자리에 그대로 가져다 두었다.

이유는 그릴용 채소들 중에 고기 쌈 싸 먹을 상추들은 언제나 남 더라는 거다.

해서 상추 한 다발 이면 충분하다고 했고 나는 손님도 초대했는데 조금 남더라도 모자라는 것보다는 났다며 두 다발은 사야 한다고 했다.

남편은 상추 한 다발을 남아서 버리게 되면 음식물 쓰레기가 늘어나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환경오염과 인력손실 등을 설파했다.


미니멀리즘의 동상이몽


나는 그놈의 상추 한 다발 더 사려다 지구에 엄청난 해를 입힐 수 있는 사람으로 몰린 것에 빡치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내가 담아 놓은 것을 다시 가져다 두었다는 작은 것에 기분이 상했다.

우린 그날 결국 상추 한 다발의 미니멀리즘을 두고 그릴이고 나발이고 부부싸움을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 부부는 늘 먹는 것에 관한 미니멀리즘 동상이몽 때문에 티격태격할 때가 많다.

오늘 아침의 일이다.


우리 집 멍뭉이 나리를 데리고 동네 산책을 하다가 아침에 먹을 빵을 사러 빵가게로 향했다.

남편은 풀밭에서 냄새를 맡느라 신이 난 나리를 데리고 있고 나는 빵가게로 들어가려고 할 때였다.


등 뒤에서 남편이 그 예의 미니멀리즘을 강조하며 먹을 만큼만 딱 먹을 만큼만 사라고 강조를 했다.

“아 저놈의 미니멀리즘, 잔소리에는 해당이 안되나? 아니 빵을 먹을 만큼만 사 오지 누가 이불 덮을 만큼 사? 엉?”

나는 듣지도 못할 남편을 혼자 실컷 뒤담화하며 빵가게로 들어갔다.


갓 구워낸 빵들이 고소한 냄새와 바삭한 자태를 뽐내며 채워져 있었다 나는 눈으로 훑으며 살까말까 싶은것 들을 과감히 내려 놓고 남편이 좋아하는 호박씨 빵 하나 내가 좋아하는 보리 빵 하나 막내가 좋아하는 깨 빵 두 개 그리고 혹시 부드러운 것이 당길지 모르니 우유 빵 하나를 담았다.그렇게 빵봉지 한손에 들고 다른손에 카푸치노 한잔 들고 빵가게를 나왔다.

"음 훌륭해 잘했어 잘했어 이쯤이면 충분히 미니멀 해"혼자 샐프 칭찬을 아낌없이 하면서 말이다.



미니멀리즘은 개뿔!


그런데.,,

그앞에서 나리와 기다리던 남편이 내 얼굴을 보자마자 “뭘 그렇게 많이 샀어?"란다

나는 순간 욱 하는 것을 썩소로 날리고 속으로 ‘니가 내가 뭘 샀는지 몰라 그러지!’ 하며 좀 전에 담은 순서대로 읊어 댔다 이것 밖에 안 샀어 어때? 하는 표정으로 말이다

다 듣고 난 남편은 “남겠네!”라고 했다.


우씨 ! 이게 어디가 남을 양이야? 나는 “아니 여기 남을게 어딨어?”라며 눈을 치켜떴다

남편은 또 그놈의 딱 먹을 만큼만 남김없이를 이야기하며..,

"좀 모자란 듯한 게 남는 것보다 훨씬 났다"

라고 했다 남편의 그 소리에 나는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남편의 먹는 속도는 KTX급이다. 젊은 날 공부하느라 먹는 시간도 아까워 빨리 먹다 보니 습관이 되었다지만 내보기에는 집안 내력이다.

시댁에서 식사를 할 때면 나는 몇 수저 뜨려고 할때 다른 식구들은 이미 식사가 끝나 있었다.

우리 아이들도 빨리 먹는 편이다. 울 친정 엄니가 "너네 애들은 뭔 음식을 씹지도 않고 삼키냐? 라고 하셨었다.

그런 아이들도 아빠의 속도는 못 따라간다. 우리 애들이 음식을 드링킹 하는 수준이라면 남편은 깡그리 쓸어 담는 청소기처럼 음식을 흡입하는 수준이다.


그러니 좀 모자란 듯 한것을 경험해 볼 일이 없다

왜냐하면 제일 먼저 먹고 끝나니 모자랄새 없이 이미 배부른 상태고 다른 식구들은 먹다 보면 아쉬울 수도 있는 거다.

나는 그 이야기를 하며 "빨리 먹는 놈은 모자란 듯한 적이 없었겄지" 라며 웃었고

남편은 멋쩍은 듯 따라 웃었다.


그때 길 모퉁이를 돌던 내 눈에  멀리 박스 하나가 포착 됐다.

선물이에요 라는 팻말을 걸고 하트까지 붙은 박스안에는 시계바늘이 움직일지 않을지 알수없는 포츨란 시계, 커피 머그잔, 와인잔, 접시 등이 소복이 담겨 있었다.


독일에서는 종종 집 앞이나 동네 골목 앞에 저렇게 바구니나 박스 안에 자기는 필요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 중에 혹시 필요한 사람 들이 가져가라고 놔두는 것들이 있다.이때 선물이에요 또는 가져가세요 등의 문구를 팻말로 적어 놓고 놔둔다.


저렇게 그릇부터,아이들 인형,장난감,퍼즐,책, 조명, 탁자보.....때로는 책 고지나 책상 등의 가구들도 나와 있고는 한다.

나는 분명 그 박스를 남편이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에 요즘 쪼끔 빠진 겁나 반가운 내 체중 700g을 걸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안 보는 척 스캔하며 콧구멍 커지면서 지나가는 거 다 들켰다.

나는 모른척 하고 물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와인잔도 나와있네!”

남편은 애써 담담한 목소리로...

“난 이제 저런 잔 들 안모아” 걸려 들었다.푸하하 눈치챘노라,보았노라,확인했노라.

미니멀리즘은 개뿔!

오늘도 우리 부부는 서로의 다른 미니멀리즘을 꿈꾸며 동상이몽 하느라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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