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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Nov 08. 2016

일요일 쇼핑데이의 움직이는 전시회


이주 전 주말의 이야기다.


10월의 마지막 일요일인 오늘을 기점으로

독일은 섬머 타임이 해제된다.

어제 이 시간이 저녁 7시였는데

지금은 저녁 6시

한 시간을 번 느낌이다.

 시간을 한 시간 당겼다가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은 것뿐인데도 말이다.

거기에 맞춰 어두워진

다른 평범한 일요일 저녁에

비해

시내는 환 하고 거리에는 사람들로 넘쳐 난다.

일요일 쇼핑 데이 행사로

가게들이 문을 활짝 열고 손님 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독일은 일요일 공휴일 에는 가게, 쇼핑 타운

백화점 할 것 없이 모두 문을 닫는다.

그런데 이렇게 일 년에 한두 번 행사를

한다

이름 하여 일요일 쇼핑 데이...

뭐 그렇다고 특별 바겐 세일 이런 것은

그렇게 많지 않다.

찾아보면 종종 있기는 해도

평일의 연장선으로 했던 세일을

이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일요일에 가게가 문을 연다는 자체 만으로

분위기 전환이 되는 것 같다.

너나 할 것 없이 시내로 줄지어 나오고

있다.

평일에 전차가 다니던 길도

모두 사람들이 자유로이 걸어 다닌다.

오늘을 위해 특별히 전차 들이

다른 길로 노선 변경 운행을 하는 덕분이다.


집에서 못쓰는 폐품 들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들..

각각의 작품 들에서는 모두 다른 소리 들이 난다.


 인파 속에 파묻혀 딱히 살 것도  없는데

시내 한복판을 거닐며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하다 보니

시내 광장 한복판에

재미난 야외 전시회가 눈에 띈다.

보통의 야외 전시회와 다르게

작품들을

눈으로 감상하는 것뿐만 아니라

만져 보고 돌려 보고 소리도 내 보는

놀이터를 연상케 하는

움직이는 전시회 다.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니

작품들은

젊은 작가의 판타지가 잔뜩 들어간

생활 속의 재활용품으로 환골탈태? 한  

악기 들이였다.

 작품 들은 하나하나 만질 때마다

모두가 제각각 다른 소리들을 낸다.

그 소리 들은 마치 오케스트라의 악기들

처럼 저마다의 음색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생긴 모양새 들은 우리와 아주

친숙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부엌 한구석에 모아 두었던 페트병..,

창고 어딘 가에 쌓아 두었던 남는 나사들..

토마토소스 등이 들어있었던 깡통들...

낡아서 더 이상 이쁜 소리가 나지 않는

기타... 와 자동차 핸들...

이런 물건들이 각각의 자리에서

세밀하게 연결되어

움직일 때마다

특별 한 소리를 낸다.

그리고

내게.. 주부 들 에게

아주 익숙한 프라이팬의 뒷면들을

손잡이 떼고 요리조리 걸어 두었는데

걸려 있는 위치에 따라

두드렸을 때 각기 다른 소리를 낸다.

마치 주방에서

다양한 음식을 조리할 때

내는 보글보글 지글지글

하며 들려오는

각각의 다른 소리들처럼....

어른들 에게도 이 작품에서는 무슨 소리가 날까? 하는 궁금 함을 자아낸다.

꼬마 가 잡은 핸들 모양의 굴렁쇠를 돌리면 기타 에서 소리가 저절로 난다.

길 가던 어른들도 산책 나온 가족들도 엄마 손 잡고 나온 꼬맹이들도 모두가 한 번씩 만져 보는 전시회

집에 하나씩 쯤은 있을법한 프라이팬 손잡이 떼어낸 것


가장 재미있게 보고

어떤 소리가 날까?나의 상상을 자극했던 작품은

고무장화로 만든 피리 소리

이렇게 입구가 막혀 있는 고무장화에

피리 들이 줄지어 걸려 있다.

입으로 날숨을 불어 넣듯

고무장화를 손으로  누를 때마다

피리에서는 상쾌 하기도 유쾌 하기도 한

예쁜 소리들이 노래가 되어 흘러 나온다.

마법의 피리처럼....

이 전시회는

일요일 쇼핑 데이 였던 그날 하루만

열리는 것이었는데

무슨 소리가 날지 궁금해지는

상상을 품고 있는 움직이는

전시회 ...

어쩐지

그 하룻밤 이라는 전시회 일정 마저

신데렐라의 12시처럼

동화스럽게

느껴진다.



전시회를 다 돌아 보고

마지막에 만져 본

이 작품은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처럼

여러 개의 깡통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좌우로 움직이면

서로의 부딪힘과 그 사이를 지나가는

바람 소리

그리고 광장 안 사람들의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 하하호호 웃음소리 까지

함께 담긴다.

어쩌면 이 작가는 다양한 소리들을 통해

사람들 의 살아있는 일상의 소리를

담아 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가게문이 활짝 열린

일요일 쇼핑데이의

한여름밤의 꿈이 아닌

한가을 밤의 꿈 같은 전시회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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