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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r 18. 2017

그렇게 부부 싸움은 시작되었다.


우리 부부는 비슷하게 생겨서 정 반대인 것들많다.

남편은 에스프레소, 나는 라떼마끼아또
좋아하는 커피도 다르고, 화가 났다 하면 펑하고

터지고 보는 남편에 비해 말없이 참다가 그가 좀 진정이 된 듯할 때 원펀치 쓰리 강냉이를 노리는 내 또한 크게 다르다.


신혼 초에는 얼마나 싸웠던가? 아마도 싸우지 않았던 날을 세는 것이 더 빠를 듯하다.
투닥 투탁이 시작되었다 하면 난 주로 머릿속으로만 짐 챙겨서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가고 있고,
상상의 나래가 인천 공항에 도착할 때쯤 먼저 문을 박차고 나가는 것은 언제나 남편의 몫이었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집 밖으로 나가 봐야 독일은 딱히 갈 곳이 없다,
어쩌겠는가 , 동네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오는 수밖에.....
처음에는 이 남자가 도대체 어디를 갔을까? 걱정하며 쫄쫄 굶고 기다리던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대략 언제쯤 들어올지 시간 계산이 되면서,
남편이 들어오면 어떤 식의 반전을 기할 것인가 다짐하며,
혼자 밥 다 먹고도, 마치 아무것도 먹지 않은 양 깨끗이 치워놓는 스킬이 레벨 업 되었다.

부부 싸움이라는 것이 뭐 특별히 거국적이며 대단스러운 이유가 있었겠는가?

자질구레한 일상의 조각 들로 대부분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사소한 것 이였다.

그러나  막상, 그 순 그렇게 화가 나고 참기 힘들었던 것은,
서로가 자기 위주로만 생각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했기 때문이리라. 


물론 지금도 서로 시시껄렁 한 일로 삐지고 별것 아닌 걸로 섭섭 해 하기도 하며

나라를 구할 테마도 아닌 일에 목청 높여 서로의 생각과 의견이 다름을 증명하기도 한다.  


오늘 아침만 해도 막내 학교 보낼 때 빵으로 도시락을 싸 줘야 해서,
세수만 간신히 하고 헐레벌떡 빵집으로 달려갔었다.
기왕이면, 따근 하고 신선한 빵을 먹이고 싶은 엄마의 욕심에

어제 미리 사다 놓으라는 남편의 충고를 살짝 패스해 주시고, 일치감치 갔더니만,

아이가 원 하던 그 빵은 오늘따라 조금 늦은 시간에 나온단다.
이론 띠... 남편 말 듣을걸.....


퇴근해서 내게 "그것 봐!" 하면서 씩 웃을 남편의 얼굴이 두둥 떠 오른다.

만약 거기서 한마디 더 " 에이고, 말도 지지리 안 들어요"! 등을 평소처럼 날리 신다면,
오늘도 동내 한 바퀴를 돌고 있는 아저씨 한 명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학교 운동회 때 자주 등장하던 이인삼각이라는 경기가 있다.

두 사람의 한쪽 발을 각각 묶고 나란히 서서 어깨동무하고 ,

열심히 결승점까지  빨리 가야 이기는 경기 말이다.


부부 란 인생이라는 긴 여정을 이인삼각이라는 모습으로 걸어가는

같은 뒷모습을 가진 두 사람이 아닐까?

하지만 인생은 경주가 아니니까, 우리는 때때로 서로의 발에 걸려 넘어져도

툭툭 먼지 털어주며 마주 본 서로의 얼굴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주며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잠시 쉬었다 가는 여유를 부려도 좋으리라.


p.s: 제목을 보시고 혹시 상이 뽀사졌다던가, 코피가 퍽 하는 등의 가 사건을 기대하셨던 분들께는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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