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부스터 샷 포함 코로나 백신 접종으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다 보니 벌써 달력의 마지막 페이지 12월이 시작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전 세계를 패닉에 빠뜨린 코로나. 지극히 평범했던 일상생활들은 그림움의 대상이 되었고 우리의 일상은 더 이상 그 이전과는 같을 수 없게 되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편안하고 즐겁던 것이 언제였나 싶게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백신만 개발되면 그 모든 게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줄 알았다. 그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해가 바뀌는 것을 한 달도 체 남겨 놓지 않은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생활해야 하고 코로나로 바뀐 것들로 인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느 곳에서는 코로나 백신이 없어 접종을 못하고 또 어디에서는 코로나 부스터 샷 접종한다고 난리다. 이 와중에 또 새로운 변이가 출현했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는 네 집 내 집 할 것 없이 세계 전역을 들락 거리고 있다.
이렇게 바닥의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수렁에 빠진 것 같은 상황은 괴물이 등장하는 만화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왜 있잖은가 문어 같이 생긴 괴물 그 괴물이 길고 긴 팔다리를 늘려 휘두를 때 멋지구리한 주인공이 나타나 불꽃같은 검 또는 레이저가 나오는 무기를 들고 나이스 하게 싸워서 오 이겼다 싶으면 다시 수많은 팔다리들이 그 자리에서 자라나고 또 이젠 괴물이 쓰러지겠지 하면 쑤욱하고 자라 나오는 그런 만화 영화 말이다. 재미없는 노래 계속 도돌이 표로 몇 날 며칠 들어야 하는 것처럼 지겹고 지치는 상황이다.
이 상황이 누군들 힘들지 않겠는가 처해진 형편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가 힘들다.
최선을 다해 함께 헤쳐 나가도 언제나 되어야 일단락이 날지 모르는데 어디나 꼭 남다른? 생각으로 다른 이 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사람들이 있다.
독일에서 그런 사람들 중에 하나를 크베어 덴커 라 부른다. 크베어덴커는 사전적으로 순화해서 번역한다면 엉뚱한 또는 삐딱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내식으로 의역하자면 또라이 쯤 되겠다.
물론 크베어덴커 라 고 해서 다 이상한 사람은 아니다.
모두가 같은 곳을 보고 있을 때 다른 곳을 보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주관이 뚜렷할 뿐만 아니라 발상의 전환 등 창조적이고 독특한 아이디어를 장착한 반짝이는 사람들도 수없이 많다.
그러나 그 다름이 지켜야 할 것 들을 지키지 않아 남들에게 피해를 준다면 그건 다른 문제다.
(독일의 크베어덴커 가 궁금한 분들은 요기 클릭*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안 그래도 일 많은 월요일 오전 진료 시간이었다. 대기실 사이의 복도를 바쁘게 오가고 있는데 환자들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월요일 첫 진료 타임은 주로 주말에 갑자기 아픈 환자들이 사전 진료 예약 없이 병원 밖으로 줄을 서고 있을 시간이다. 고로 환자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을 예약 환자는 몇 명 없을 시간인데 말이다. 두세명 있을 대기실에서 제법 큰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뭔가 이상 하다 싶어 하던 일을 내려 두고 환자 대기실 문을 열었다.
아니나 다를까 두 명의 환자가 마스크를 내리고 서로 마주 앉아 신나게 떠들어 대고 있었다.
독일의 모든 건물 안과 시내 중심가 등의 밖이 마스크 의무화가 된 지 한참이다. 이제는 동네 슈퍼를 가려해도 마스크 없이는 들어갈 수 없으며 초등학교 1학년 꼬맹이들도 마스크를 쓰고 학교를 다닌다. 당연히 마스크 없이는 병원 문턱을 넘을 수 없다.
그런데 가끔 보면 분명 마스크 쓰고 병원 안으로 들어온 환자들이 대기실 또는 진료실에서 진료를 기다리다가 마스크를 살짝 내리고 있는 사람들이 포착되고는 한다. 한국에서는 그걸 코스크라고 하던가? 코에 살짝 걸친 마스크?
그런 환자들을 볼 때면 당연히 마스크 똑바로 착용해 달라고 바로 경고를 날린다.
대부분은 멋쩍어하거나 미안해하며 바로 시정해 준다. 때로 못마땅한 눈빛으로 마스크 쓰고 있기가 너무 답답해서 그랬노라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그런 소리를 듣고 나면 나는 한마디를 덫붙이 고는 한다.
우린 모두 참 힘든 시기를 살고 있다고.. 하지만 환자들은 병원 안에서 기다리시는 시간과 진료받는 시간만 마스크를 쓰고 있다가 집에 가시면 되지만 병원 직원들은 매일 아침부터 진료 끝날 때까지 하루 종일 이 두터운 마스크 쓰고 일해야 한다고 그러니 서로 돕자고 말이다.
그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코에 걸려 있던 마스크는 슬며시 다시 올라가고 짜증스레 보이던 환자의 눈빛도 사라진다. 병원 문을 나설 때는 모두 건강 지키시라고 인사도 하고 간다.
당연히 월요일 오전 그 환자도 그렇게 하리라 예상했었다.
그런데..
조금 마른 듯한 체구의 오른편 쪽에 앉아 있던 30대의 환자는 마스크를 아예 턱밑에 걸고 있었다. 턱스크? 도 아닌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해 달라는 내 요구에 대기실 끝에 있는 창문들을 가리키며 "창문 열려 있잖아요" 라며 신들 신들 웃는 것이 아닌가?
나는 짜증이 일기 시작했다 그래서?라는 말이 목구멍에서 나오려 준비를 했지만 차분히 대답했다
"병원 대기실 창문은 자주 환기를 해야 해서 열어 둔 거고요. 그럼에도 이안에서는 마스크를 쓰셔야 합니다 아시잖아요!"
그러자 턱 밑까지 마스크를 내리고 있던 이 환자는 급기야 짜증 섞인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아니 이렇게 창문이 활짝 열려 있잖아요!"
나는 나도 모르게 제법 뾰족해진 목소리로 이렇게 답했다.
"창문이 열려 있건 문이 열려 있던 다른 사람들과 본인을 위해서 마스크 착용을 하셔야 합니다!"라고..
그랬더니...
"이런 환기가 잘되는 곳에서 마스크를 쓰라고 하는 건 테러 에요!"라는 것이 아닌가!
테러?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하루 코로나 확진자 수 7만을 찍었고 또 다른 변이까지 출몰하고 있는 때에 당연히 써야 할 곳에서 마스크를 쓰라고 이야기한 것을 테러 라니 이 인간이 미쳤나? 싶었다.
정말이지 '네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테러 에요!'라고 말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렸다.
그런데 간혹 병원, 상점, 주유소 등 에서 직원이 마스크 쓰라고 주의를 주다가 폭력 사건에 휘말리거나 총기 살인 사건도 일어났다. 어쨌거나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과 이상한 인간들이 넘쳐 나기 때문이다.
나는 마빡에 참을 인자를 그으며 되도록 감정 없이 설명했다.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의무화가 규정된 지 벌써 한참이에요 상점뿐만 아니라 동네 슈퍼도 제대로 된 마스크(의료용 덴탈 마스크 또는 FFp2이상 마스크) 없이 들어갈 수 없지요. 병원은 말할 것도 없고요. 마스크 제대로 써주세요!"
그런데 이 또래이가 "그래서요? 여기 경찰 있어요? 감시 카메라 있어요?"라는 게 아닌가!
순간 욱하면서 내 양쪽 귓속에서 하얀 연기가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딱 보기에도 빡친 내가 뭐라 말하기 전에 또래이 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두 손을 위로 들어 올려 머리 위로 화살표를 만들고 그 손 사이로 머리를 로켓 발사하듯 쑤욱 내밀었다.
얼핏 보면 정신 나간 사람이 버둥대며 올챙이 춤이라도 추는 듯한 동작이지만 이건 크베어덴커 들이 코로나 정부 방침 반대 데모 때면 단체로 자주 해대는 동작이다.
그건 우리로 보자면 손목을 꺾다 날리며 또는 손으로 공중에 주먹을 뻗으며 이거 먹어! 엿 먹어! 하는 손으로 욕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겠다.
그러면서 "모두 헛소리 라구요! 문이 열린 곳에서 마스크를 써야 하고 별것 아닌 코로나 때문에 이 난리 들이고 이건 말도 안 된다고요!"
라며 나와 토론을 하려 들기 시작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목소리톤이 올라가며 "내가 볼 때는 댁이 말한 것들이 헛소리예요! 나는 지금 댁과 토론할 시간이 없어요"라고 했다
환자 대기실에서 옥신각신 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점점 소리가 올라가자 다른 직원들이 달려왔다.
그리고 앞을 다투어 그 환자에게 마스크를 제대로 쓰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들은 척도 하지 않던 환자가 다시 토론을 벌이려 들자 직원들은 슬그머니 하나 둘 대기실 밖으로 빠져나갔다.
독일 사람들의 특징 중에 하나가 토론을 좋아한다 그러나 그것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지 저는 시간이 넘쳐 나는지 몰라도 한참 바쁜 진료 시간에 나는 더 이상 시간을 끌고 싶지 않았다.
싸늘한 눈길로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됐고요 나는 더 이상 댁의 의견을 듣고 싶지도 토론을 하고 싶지도 않아요.
둘 중 하나예요. 진료를 받고 싶으면 마스크 쓰시고 아니면 나가 주세요!"
사실 이렇게 이야기했는데도 버티거나 폭력 적으로 나오면 어쩌나 속으로 살짝 걱정이 들기도 했다. 얼마 전 동료 개인병원에서 직원이 환자에게 마스크 제대로 써달라고 이야기했다가 멱살을 잡히기도 했고 그로 인해 경찰이 출동을 하기도 했으며 의사가 환자에게 쌍욕 퍼레이드 세례를 면전에서 받기도 했다. 또 주유소에서는 아르바이트생이 마스크 쓰고 오시라고 이야기했다가 총을 맞고 사망하는 기막힌 사건도 발생을 했다. 그래서 우리 병원 원장쌤은 직원들 에게 늘 이야기한다. 거칠어 보이는 환자에게 맞대응하지 말고 본인에게 미루라고... 만약 이렇게 이야기 했는데도 약발이 안들으면 그렇게 라도 해야겠다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제야 이러다 진료 못 받고 갈수도 있겠다 싶었던지 그 환자는 못 이긴 척 마스크를 끝까지 당겨 쓰고 구시렁거렸다.
"당연히 진료가 필요하죠!"그리고는 이렇게 덧붙여 중얼거렸다
"이건 말도 안 돼요, 내년 이맘때 면 모두 어떤 말들을 할지 두고 보자고요"
나는 속으로 두고 보자는 놈 무섭지 않다 라며 그 환자가 중얼 대던 말던 다시 한번 째려보았다.
내 날 선 눈빛에 꿈틀 하던 환자에게 나는 쐐기를 박듯 이야기하고는 환자 대기실 문을 닫았다.
"다시 한번 마스크 내리시면 병원 밖으로 나가시는 거예요!"
문을 닫고 나오자 다른 직원 들은 내게 엄지 척을 들어 보였고 나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정말이지 진절머리 나는 코로나 상황에 욕 나오는 환자다.
한주의 시작인 월요일 아침부터 피곤을 몰고 왔던 독일 또라이 환자 와의 한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