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프리멜 또는 프리멜른이라고 불리는 봄꽃이 나왔다.
나는 어둡고 길고 긴 독일의 겨울을 지나다가 어느 날 이 아기자기 한 색색의 꽃들을 만나게 되면
"아 이제 봄이 오려나 보다!" 하는 간질간질한 예감이 들고는 한다.
한국의 봄 하면 개나리 진달래가 떠오르듯 독일의 봄 하면 제일 먼저 이 프리멜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작은 화분에 담긴 프리멜은 잎은 우리의 봄동 얼갈이배추와 비슷하게 생겨서는 하얀색, 노란색, 빨간색, 보라색, 분홍색 오렌지색, 등등 색색의 꽃들을 피워 내며 이제 봄이 멀지 않았음을 알려 주고는 한다.
그렇게 프리멜은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길목에서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독일의 대표 봄꽃 중에 하나다.
예쁜 꽃들에 시선을 빼앗긴 체 서 있노라니 마스크 낀 콧등 위로 바람결에 꽃향기가 스쳐 지나간다.
문득 우리가 이렇게 마스크 쓰고 코로나와 함께 한 시간이 얼마나 되었나? 궁금해졌다.
세 번째 봄이다.
세계가 코로나 19라는 바이러스 전염병 시대 팬데믹 시대를 살게 된 지 어느덧 삼 년째 접어들고 있었다.
누군들 짐작이나 했을까?
처음 코로나라는 바이러스 놈이 우리 곁을 찾아왔을 때 이렇게 길게 머물며 우리 일상을 좌지우지 할 열쇠가 될지를 말이다.
새삼 그간의 시간들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브런치에서 주로 독일 일상에 관한 글을 쓰고 있는 나는 그동안 코로나 관련해서 내가 썼던 글들을 찾아 하나하나 읽어 보기 시작했다.
생각 보다 많은 글들이 여기 저기 다른 매거진 속에 들어가 있었다.
몇 해째 옷장 이구석 저구석에 끼워져 잊혀져 있던 입지 않은 옷 처럼….
그래서 하나의 새로운 매거진으로 엮어 보았다.
코로나 시대의 독일은 이라는 매거진에 그동안 써두었던 코로나가 주제인 글들을 담다 보니 짬짬이 써놓은 글이 무려 41편이나 있었다.
읽다 보니 그렇구나.. 우리는 그때 그시기를 이렇게 버텼었지 저때는 또 어땠었지 하는 것이 어제 일처럼 선명히 그려졌다.
때로는 나가도 들어가도 잊을 수 없는 코로나 상황이 지겨워서 취미 활동인 글쓰기에서 마저 등장시키고 싶지 않아 일부러 다른 테마를 골라 글을 쓰기도 했고 그냥 쓰지 않고 넘어간 이야기들도 많이 있는데 말이다.
이렇게 일상에 대한 글쓰기는 쓰는 동안의 즐거움과 위로뿐만 아니라 언젠가 써 두었던 글을 다시 꺼내어 읽어 보았을 때 잊고 있던 그때 들을 다시 만나 볼 수 있는 선물도 받는다.
별것 아닌 일상의 이야기 들이지만 브런치에서 글쓰기를 그만두지 않고 계속 쓰고 있는 것은 정말 잘 한일이 구나 싶다.
가끔 글쓰기의 권태기인 글태기가 오기도 하고 글을 쓸 시간이 없어서 못쓰기도 하고 언제까지 일상적인 이야기만을 써야 하나? 하는 글에 대한 고민에 빠져 글쓰기가 망설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지 않고 틈틈이 써 내려간 일상의 이야기 들은 분명 언제 어느 때 나 자신을 위해 다시 소환하고 싶은 순간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쓰고 싶을 때 쓸 수 있을 때 부지런히 글을 써 나가야겠다. 언제나처럼...
프리멜 꽃이 봄을 알려 주듯이 써내려 가고 있는 내 글이 나의 지나간 시간들을 되짚어 주는 책갈피가 되어 줄지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