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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r 09. 2022

딸내미와 비상식량

독일에 있는 아시아 식품점 구경 하기


얼마 전 베를린에서 대학을 다니며 혼자 자취생활을 하고 있는 딸내미가 서프라이즈로 집에 다니러 왔다.

엄마 에게는 짧게만 느껴지던 그 일주일간 일하고 장보고 요리하고 일하고 장보고 요리하고의 연속이었다.

아무래도 입하나 더 늘었다고 장 을 더 자주 보게 된 것도 있었지만 학기 중에는 엄마 밥을 못 먹고 있는 딸내미를 위해 삼시세끼 한식을 만들어 주려고 애썼기 때문이다.


물론 베를린에는 한국식당도 많고 한국 식품을 파는 식품점도 우리 동네보다 훨씬 많지만 익숙한 엄마 밥 하고는 다르지 않은가

덩달아 아이처럼 신이 난 남편은 "딸내미 너 왔다고 엄마가 맛난 거 많이 해 주는데 좀 더 있다 가면 안 되냐?" 했다.

나는 평소였다면 '뭐여 다른 날에는 못 얻어먹고 있다는겨? 같이 일하는데 먹고 싶으면 요리도 함께 하면 되지!' 라며 눈으로 레이저를 쏘아댔겠지만 지금은 딸내미가 집에 와 있는 특별기간? 아닌가.

남편의 칭찬인 듯 칭찬 아닌듯한 디스를 살짝이 지르밟고 눈썹이 훗날 리게 뚝딱뚝딱 만들어 냈다.

갈비탕, 닭도리, 떡볶이, 유부초밥, 짜장면, 볶음밥, 잡채, 떡만둣국 등등 딸내미가 좋아라 하는 한식으로 매 끼니를 차려 냈다. 그럼에도 이것저것 다 해먹이려면 바쁘다 바빠!

주방에서 맛난 냄새가 솔솔 풍겨 올 때마다 쏟아지는 딸내미의 "우와 맛있겠다!" 소리에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요것조것 요리해서 만들어 내려니 고기도 생선도 야채도 과일도 더 필요해서 마트도 가야 하고

두부, 간장, 고추장, 된장, 참기름도 빨리 떨어지니 아시아 식품점도 가야 한다.

오전 진료 끝나고 점심 먹고는 마트 찍고 남편과 우리 동네 아시아 식품점으로 향했다.

베트남 분들이 하는 이 식품점에는 한국 식품들이 골고루 많이 들어온다.

코시국 전에 한국요리 강습을 많이 하던 때에 문턱이 마르고 닳도록 오던 곳이라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안 알려 줘도 훤히 알고 여기 직원들도 내가 한국요리 강습을 하는 요리 강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한국식품을 카트 가득 담는 날이면 오늘도 강습 있냐고 묻는다.

또 가끔 새로운 한국 식품이 들어오면 이건 어떻게 요리해 먹느냐고 묻기도 하고 어떤 식품이 언제쯤 들어올 것이라 미리 이야기해 주기도 한다.


입구에 들어 서면 베트남, 태국, 등의 아시아 소스들이 줄 서 있고 뒤편 왼쪽 코너와 오른쪽 코너로 나뉘어

한국 카레, 튀김가루, 부침가루, 햇반, 간장, 고추장 된장 등의 양념 및 김, 미역, 깻잎 캔, 참치캔, 등 가공식품들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나는 딸내미의 비상식량으로 햇반도 몇 개 담고 야채 죽 짜장밥 도 카트에 담았다.

베를린은 식품점도 많아 필요하다면 거기서 사다 먹으면 되지만 갑자기 과제물 또는 시험 보는 날 시간이 없어 제대로 못 챙겨 먹을 상황일 때는 비상식량이 필요하다.

넓고 큰 도시라 사러 나가는 데도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딸내미는 운동도 많이 하고 원래 튼튼한 아이라 다행히 자주 잔병치레를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난번처럼 갑자기 아플때 챙겨줄 사람도 없는데 집에서 가져갔던 비상식량..렌즈에 돌리기만 하면 되는 죽이나 밥들이 유용했다.


카트 안에 집에서 필요한 간장 참기름 담고 비상식량으로 그 건너편에 있는 조미김 담고 딸내미가 미역국도 끓여 먹고 하니 마른미역 도 담았다.

장국 끓여 국수 삶아 잔치국수도 해주게 소면 국수도 담았다.

그리고 식품점 중앙에 있는 라면 코너로 갔다.

자주는 아니지만 어쩌다 딸내미가 라면도 끓여 먹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라면이 종류별로 나와 있지는 않지만 컵라면 들과 감자라면, 김치라면, 신라면, 너구리, 진라면, 안성탕면, 짜파게티, 붉닭면 등등 웬만한 라면 들은 찾을 수가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는 작은 도시여서 한인들은 그리 많지 않다. 몇몇 교민들과 몇십 명 안팎의 유학생들이 전부다. 학생들의 숫자가 때마다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이 아시아 식품점에서 장보며 한국 사람을 만난 적이 몇 번 없었는데 그럼 이 많은 한국식품은 누가 사가는가 하면 요즘 케이팝, 케이 드라마, 영화 등이 대세이다 보니 독일 사람들도 전보다 더 자주 보이고 다른 아시아 사람들도 라면이며 김치며 많이들 사간다.

김치도 배추김치,총각김치,열무김치,깍두기 종류 별로 들어온다.

그러나 어느날은 김치가 동이 나서 하나도 없는날도 있고 깍두기만 남아 있는 날도 있다.  

장 보다 남의 카트에 한국식품이 담기면 한 번씩 보게 되는데 확실히 예전보다 한국식품이 카트에 담겨 있는 것을 더 자주 목격 하게 된다.


집에 필요한 것들과 딸내미에게 비상식량으로 줄 것들을 골고루 담다 보니 카트가 금세 차기 시작했다.

라면을 담고 두부, 어묵, 떡국떡 등을 담기 위해 냉장, 냉동 칸으로 발길을 옮겼다.

오늘은 해산물 중에 새우도 좋아 보여서 냉동칸에서 냉동 새우 하나를 담으며 삼선 짜장을 해 줄까? 새우 볶음밥을 할까? 하니 남편이 사심을 가득 담아 "오 오징어 좋은데 오징어 덮밥" 한다.

나는 속으로 '그건 지가 먹고 싶은 거겠죠!' 했지만 웃으며 오징어 도 한팩 담았다.


갈비탕에 넣어 먹을 당면도 필요해서 남편에게" 당면 하나 담아줘 !"해 놓고 나는 한국 과자들이 쪼로미 놓여 있는 곳으로 갔다.

그 모습을 본 남편은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지나 치지" 하며 웃는다.

그렇게 과자를 많이 먹는 편은 아니?지만 꼬깔콘을 손가락에 걸고 먹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막내 꺼는 홈런볼 딸내미 꺼는 고구마 과자.

한국과자는 아이들도 좋아 하지만 우리도 가끔?하나씩 먹게 된다. 스트레스 해소 용으로 다가...


카트에는 가득 담겨 있었지만 계산대에 놓아 보니 그리 많아 보이지가 않았다.

해서 나는 남편에게 이 집 카트가 너무 작은것 같애 좀 큰 걸로 바꾸라고 이야기 해 줄까? 했다.

그랬더니 남편은 급당황한듯 손사래를 치며 "아니여 아니여 지금 딱 좋아, 봐봐 우리 앞에 저 독일 아줌마 컵라면 두 개랑 소스 하나 샀네!" 하며 내가 진짜로 카트 큰 거 얘기할까 봐 호들갑이다.

헐 ,요리 해 놓면 자기가 제일 많이 먹으면서 말이다.

헤헤 어쨌거나 보람찬 장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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